조글로로고
10년 만에 다가온 남자 믿고 … 연변까지 삥두(冰毒) 심부름
조글로미디어(ZOGLO) 2015년12월29일 08시04분    조회:277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퍼져 본 적이 없는 허름한 다세대주택 월세방. 중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지 벌써 10여 년. 오자마자 남편과 사이가 나빠져 이혼했고, 나는 낯선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한국에서 ‘중국동포’ 여자가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일은 가사도우미 아니면 중국음식점 주방보조 정도다. 올해 9월 초, 그날도 10시간 넘게 빈 그릇들에 시달리다 집으로 왔다.

낯선 땅에 와 이혼하고 홀로 살아
외제차 탄 남자 ?함께 살자? 접근
어느날 “필로폰 해보는 게 소원”

금목걸이까지 팔아 마약 구해와
날 떠날까 두려워 투약 거부 못해
범죄자 된 것보다 배신감에 떨어


 띠리링.

 암흑 속에서 스위치를 더듬던 중, 중국 메신저 ‘위챗’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뭐지?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 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안녕하세요. 뭐하세요?’

 누구지. 어떻게 알고 나한테 메시지를 보낸 거지.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누구시죠?’

 ‘아, 저는 서울에서 사업 준비 중인 평범한 한국 남자입니다. 한국에 사시는 것 같아서, 그냥 호기심에 말 걸어 봤어요.’

 그렇게 그와의 끈이 이어졌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접근이었지만, 나는 단 한 줌의 온기가 아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쁜 사람 같진 않았다. 다정하고, 재밌었다. 점점 그의 메시지가 기다려졌다.

  띠링. ‘지금 뭐해요? 퇴근했어요? 우리 한번 만나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보고 싶어요.’

 메신저로 대화한 지 일주일 만에 그를 직접 만났다. 생김새는 투박했지만 달변이었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최고급 외제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줬다. 차에서 내리기 전, 그가 말했다.

 “제주도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같이 내려가서 살래? 예쁜 아이들도 낳고, 잘 살자 우리. 당신 고생하는 거 더 보고 싶지 않아.”

 한국에 온 뒤 외딴 섬처럼 지내온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달콤한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악몽 역시 그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당신, 혹시 ‘삥두’라고 알아?”

 “처음 들어보는데요.”

 “음, 필로폰이라는 건데. 딱 한 번만 해보고 싶은데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중국동포들은 그래도 쉽게 구할 수 있다던데.”

 “그거 마약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 소원이야. 진짜. 어떻게 구할 수 없을까? 비용 드는 건 걱정 마. 얼마가 들든, 내가 더 얹어서 갚아줄게. 나 믿잖아?”

 마약이라니… 무서웠다. 하지만 그와 멀어질까 두려웠다. 어떻게 만난 인연인데, 또다시 혼자 남겨질까 두려웠다. 끈질긴 설득에 결국 같은 달 중순, 무작정 중국 옌볜(延邊)으로 향했다.

 비행기 표값과 필로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아끼느라 잘 착용하지도 않았던 금목걸이를 팔았다. 그를 위해선 더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옌볜에 도착해 예전 중국에서 알던 사람들을 통해 필로폰 판매처를 수소문했다. 3일 만에 필로폰 1g을 2500위안(약 45만원)에 구입했다.

 필로폰을 속옷에 숨겨 한국으로 가지고 온 나를 그는 숙박업소로 데려갔다. 우리는 2박3일 동안 그곳에서 지냈다. 그는 내 팔에도 마약을 주사했다. 사랑이 너무 고파, 마약도 거부할 수 없었다.

 마약이 떨어지자 그는 다시 구해오라고 다그쳤다. 지난번 중국에 갈 때 쓴 돈은 돌려주지도 않았다. 이번엔 중국동포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가까스로 필로폰 1.6g을 구입했다. 이번에도 마약을 구입해 온 건 그가 아닌 나였다. 그는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 그는 약에 취해 추석(9월 27일)날 아침 서울 강남경찰서로 가 자수했다. 그리고 한 달 뒤쯤 내가 묵던 모텔로도 경찰이 찾아왔다. 처음 가본 경찰서, 형사님이 내게 말했다.

 “처음부터 마약을 구하려고 접근한 것 같습니다. 원래 마약 전과도 있고, 중국에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에요. 지난해 한국으로 밀반입된 필로폰이 4만2055g인데 그중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게 2만828g이에요. 거의 절반이죠. 선생님 같은 중국동포를 이용하는 경우가 특히 많아요. 2013년에 63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25명이 단속됐죠. 안타깝지만 선생님도 그렇게 당하신 것 같습니다.”

 경찰서 책상을 붙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범죄자가 됐다는 사실보다 배신감이 더 컸다.

 “10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이었어요.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말을 믿었는데…. 단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데….” 때늦은 후회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건을 취재한 결과와 수사 내용 등을 토대로 중국동포인 피의자 김모(42·여)씨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김씨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윤정민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어제 점심, 연길시 북대시장 부근에서 자가용차 한대가 다른 자가용차를 피하다가 길옆에 세워져있는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가용차가 크게 파손되였다. 연변인터넷방송 김걸 견습기자
  • 2014-04-15
  • 겉은 다문화 속은 통합 없는 제2 한국인 조선족, 한국 국적 취득 선호 안 해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으면 '다문화가족' 아냐 한국내에 150여만명의 외국 국적 출신이 거주하고 있으나 이들의 사회통합이 묘연한 실정이다. 조선족의 경우 ‘민족관’을 내세워 중국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이미 한국 국적을 취...
  • 2014-04-15
  •     [서울=동북아신문]재한동포교사협회는 지난 4월 13일 오후 3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중국동포타운신문사 4층에서 4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4재한동포교사협회 총회’를 열고 전·현 회장의 이·취임식을 가졌다. 재한동포교사협회의 전신은 ‘재한동포교...
  • 2014-04-15
  • 대부분 견주: "일부 견주들의 문명치 못한 행위때문에 전체를 부정하지 말아달라고..." 12일, 부르하통하 강변 유원지에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따뜻한 봄바람에 이끌려 산책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그리고 그속을 헤집고 다니는 활기를 찾은 애완견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애완견들의 ...
  • 2014-04-15
  • 어린이유괴 실험에서90%에 달하는 어린이 “유괴인” 따라나서 얼마전에 연길시 리상유치원에서 있은 한차례의 “아동유괴”실험에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이날 처음 본 연길시 북산가두 단길사회구역의 “나쁜 아저씨”, “나쁜 아줌마”에게 유괴당했다. 비록 실험이였지만 뜻밖...
  • 2014-04-15
  • 화룡시 공안기관에서 총기, 탄약 등 위험품 단속을 강화하고있습니다.  지난 3월 28일 오후 6시경, 군중의 익명 신고를 접수한 화룡시 공안국 광명파출소는 광명가 송하평 광구 한 빈집에서 공기총과 탄알 100여발을 발견, 압수했습니다.  화룡시 공안국 광명파출소 부소장 리영생입니다. [도시향진 린접구 빈집...
  • 2014-04-14
  • 지난주 연길시에서  횡단보도를 건느던 행인이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2차 발생했습니다. 해당부문에서는 차들이 횡단보도 지날시 행인들의 안전에 주의 돌리길 바랐습니다. 지난 7일 정심 12시 20분, 연길시 평안 1대 희양양꼬치점 부근에서 한 남성 행인이 길을 건너다 아우디 승용차에 치여 건너편 도로에...
  • 2014-04-14
  • 연길시에서 올 3.4분기부터 도시와 농촌 최저생활보장금을 상향조절하게 됩니다.  연길시 신흥가두에 거주하는 최정순녀성은 10여년전사고로 남편을 잃은데다 병때문에 로동능력을 상실하다보니  최저생활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최정순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생활을 보다 효과적으...
  • 2014-04-14
  • 뻐스역 시계 이래도 되나 연길뻐스역 북역에 있는 시계들이 각자가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어 승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승객을 위한 좀더 세심한 봉사태도가 요청된다. 연변인터넷방송 김걸 견습기자
  • 2014-04-14
  • 칠곡과 울산 계모의 아동학대 치사사건을 계기로 이번엔 지난해 서울 은평구 조선족 계모의 아동학대 치사사건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이 사건 또한 계모가 등장하는 아동학대 상해치사 사건으로 이미 1심에서 계모가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유사 사건을 놓고 가장 먼저...
  • 2014-04-14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