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흥얼흥얼 노래소리에 젖어들며 가족과 친척, 친지들이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고 정을 나누며 지내는 설명절이 다가왔다. 설빔으로 새옷을 얻어입는 기쁨과 어른신들께 세배를 드리고 세배돈을 받는 최고의 기쁨을 누릴수 있는 풍성한 명절이다. 이맘때 되면 타향으로 돈 벌러 떠난 사람들은 귀향길의 차표 한장에 고향의 부모님을 만날수 있다는 생각에 저마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여있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도 저 멀리 “고개”를 바라보며 자식들의 귀향을 손꼽아 기다리는것이 우리들의 머리속에 그리던 그림이였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타향살이로 가정마다 뿔뿔이 헤여져 한통의 전화 통화로 설명절의 적적함을 달래며 조촐한 설 분위기를 맞이하는것이 현시대 많은 가정의 보편적인 상황으로 된것만큼 보기 드문 진풍경으로 되였다.
하지만 연길시에서 근무하고있는 김만화(46세)씨는 부모님의 기다림과 친척들을 만날 기쁨을 한마음 안고 화룡시 룡성진 부흥촌의 고향집으로 향하는 귀향길이 마냥 가볍기만 하다.
“저의 가족은 설명절만 되면 저의 아버지집에 찾아와 함께 설명절을 보내군 합니다. 올해도 재난해에 이어 30여명의 친척이 저의 아버지댁에 모여 설명절을 보냈습니다.”
할아버지때부터 장손의 집에 모여서 설명절을 보냈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가족의 하나의 전통으로 되여 할아버지가 세상뜬후에는 모든 친척이 장손인 아버지댁으로 모인다며 김만화씨는 말문을 열었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재료를 주섬주섬 꺼내고 주방을 들썩날썩하며 료리를 하느라 드바삐 보내는 녀성들, 문턱이 닳도록 집안을 달아다니며 아우성치며 뛰노는 조카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인사 나누며 친척들, 어른들과 건강상태를 물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광경을 보노라니 참말로 옛날 농촌의 잔치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최고참 어른의 새해축복속에 모두 같이 축하주를 쳐든다. 여기저기서 술을 권하며 새해의 바람과 함께 모두의 건강을 바라는 목소리로 집안은 온통 화기애애한 감정으로 가득찬다.
“자 모두들 가족끼리 둘러앉으시오. 오늘의 하이라이트, 가족오락을 시작해볼가 합니다.”
김만화씨는 식사후에는 가족오락인 윷놀이가 필수라고 한다. 매 가정을 팀으로 하고 등수를 내고 생활필수품으로 간단한 상품을 장만하고 윷놀이를 펼치는데 이때만큼은 팀마다 1등으로 향하는 열기로 꽉 차 있는다. 누가 하나 한걸음 더 가는지, 꼼수를 펼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감시한다고 한다.
“상품의 크고작음을 떠나서 모두가 함께 모여앉아 오락도 펼치고 얼굴도 서로 붉히는데 이것이 진정 명절의 분위기가 아니겠습니까?”라며 김만화씨는 설명절에는 모든것을 떠나서 “가족”과 함께 오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만두도 빚으며 웃고떠드는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한다.
설 초하루날, 김만화씨의 가족은 아침부터 북적인다. 다름아닌 조선족 고유의 전통인 어른들께 세배하기 위한 준비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새해에 건강하고 복 많이 받으세요.”
“오냐, 너희들도 새해에 건강하고 학습에 더욱 열중하길 바란다.”
아들딸 그리고 손자손녀의 아릿다운 복장을 차려입고 올리는 세배에 김만수씨의 부모들은 눈가에 촉촉한 눈물을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김만화씨의 마음도 사르르 녹는다. 아침세배후 온 가족은 따뜻한 구들에 둘러앉아 새벽부터 지은 초두부로 새해의 아침상을 맞이한다.
“설명절에 가족의 어르신을 찾고 축복을 해주고 하는것은 조선족의 고유의 전통이라지만 드바삐 보내야 하는 지금 시대에 이런 가족이 드물다는것을 저는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의 가족에 더욱 애틋한 감정이 커져가는것만 같습니다”며 김만화씨는 형제들과 친척들의 고마움을 연신 말한다.
확실히 빈부의 차이가 커져만 가는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물질적리익을 추구하며 가족의 따뜻함이 사그러져가고있는것이 사실이다. 김만화씨의 가족의 화기애애한 감정을 부러운것에 더불어 돌아오는 명절만큼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소유보다는 마음 비움으로 이웃이나 오래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과 추억과 희망을 나누는 넉넉한 자리로 만들어보는것이 어떨가 하는 작은 바람을 희망할뿐이다.
연변일보 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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