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22일 저녁 영등포구 대림파출소에 경찰관 21명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경찰 제복에 각종 장비 장착이 가능한 조끼까지 입은 일부는 오후 9시 정각이 되자 호루라기, 무전기, 금속탐지기, 테이저건 등을 챙겨 밖으로 흩어졌다.
언뜻 보기에 갑작스레 강력사건이라도 터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범죄예방 순찰에 나서는 경찰관이었다.
이달 3일 밤 대림동 한 길가에서 중국 교포 A씨가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같은 중국 교포인 B씨를 흉기로 찔렀다. 같은 날 밤 구로구 한 단란주점에서는 중국 교포 엄모(53)씨가 중국 교포인 업주를 흉기로 살해했다.
영등포경찰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지역경찰관뿐만 아니라 형사와 외사 경찰관, 기동순찰대원까지 가세한 21명의 순찰팀이 이달 4일부터 매일 특별 순찰을 하는 것이다.
순찰 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다. 중국 교포들이 자주 찾는 대림동의 주점, 식당, 시장, 골목 일대를 샅샅이 돌며 범죄 예방활동을 한다.
경찰은 우선 중국 교포들이 '호신용'으로 종종 흉기를 갖고 다니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불심검문을 하기로 했다.
순찰조가 금속탐지기를 갖고 다니며 큰 가방을 갖고 있거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소지품을 검사하고 신분을 확인한다.
혹시 여러 명이 흉기를 들고 저항할 수 있어 2인 1조로 진행되는 일반 순찰과 달리 4∼6명이 한 조를 이뤘다. 순찰차에는 방검복도 비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한국에 오래 산 중국 교포는 흉기 소지가 불법인 것을 알지만, 얼마 안 된 이들은 중국에서의 습관에 따라 흉기를 자연스레 갖고 다니는 경향이 있다"며 "대다수 흉기 범죄가 우발적으로 흉기를 꺼내면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특별 순찰에 앞서 경찰은 대림동 일대에 '흉기 소지는 법으로 금지' 등이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법을 준수합시다', '법을 지키는 것이 동포 여러분을 지키는 길입니다' 등이 적힌 전단도 3만 장 배포하며 홍보 활동을 벌였다.
적극적 홍보 덕분인지 3주간 이어진 특별 순찰에서 흉기를 소지한 중국 교포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범죄억제 효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특별 순찰 시작 이후 대림파출소에 접수된 폭행, 절도, 업무방해, 상해 등 사건 신고 건수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7월 4∼22일 대림파출소에 접수된 사건은 106건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34건에 그쳤다. 절도만 보면 30건에서 12건으로 감소했다.
경찰 치안활동을 대림동 일대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중국 교포 김모(60·여)씨는 "최근 살인미수 사건이 터져 불안했는데 밤마다 순찰을 해주니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
김희군 대림파출소 소장은 "특별 순찰의 주 목적은 범죄예방"이라며 "적극적으로 경찰 활동을 홍보하면서 범죄억제 효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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