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의 특산물에는 사과와 배를 교접한 사과배가 있는데 조선족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중국을 조국으로 모국을 한국으로 삼고 살다 보니 좋게 보면 이중 정체성이요 나쁘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셈이지요."
조선족 출신으로 청년공동체 세움 대표인 박동찬 씨는 16일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도재영)가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2016 동북아평화포럼'에서 거주국과 모국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겪어온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조선족·고려인·재일동포·재러동포들은 '경계에서 본 안과 밖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거주국과 모국에서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 영화감독인 박 루슬란 씨는 "일본강점기에 압제를 피해 연해주로 건너와 1936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했고, 소련의 해체 후 다시 이산의 삶을 사는 고려인에게 '약속의 땅'은 어디에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고려인 청년의 방황을 그린 영화 '하나안'으로 각종 제64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차세대 영화인이다.
재외동포가 처한 역사적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인이냐 아니냐며 이분법적 사고로 대하는 모국의 편견이 더 상처가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재일동포 3세 김이향 씨는 "차별이 심한 일본에서 살면서 재일동포라는 사실을 감춰야 했고, 모국에서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서툴다는 이유로 '반(半) 쪽발이' 취급을 받기도 했다"며 "모국이 '다문화공생'으로 나아가려면 외국인 못지않게 재외동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자로 사회적 기업 요벨의 대표인 박요셉 씨는 "한국에 정착한 3만 명의 탈북자는 남북통일 후 북한 주민과의 공생을 대비하는 좋은 프로토타입(본보기)"이라며 "자살률이 높은 탈북자들을 위해 생태순환농업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발표자로 나선 청년들은 경계인으로서 모국과 거주국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을 통해 이해를 높이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를 소개하는 팟캐스트(1인 미디어) 운영자 이의찬 씨는 "경계 너머의 세상을 전해 인식 차를 줄여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는 소외감보다는 가교 역활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사례발표 이후 도 이사장은 "중·일·러·북에 거주하는 동포 청년들은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동북아의 평화 안정과 소통에 중요한 인재"라며 "우리 사회는 이들의 역할을 기대하기에 앞서 각기 다른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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