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연구학회 오사카서 “2017년도 전국학술대회”개최
학술대회 현장
일본지역을 본거지로 활동하고있는 ‘조선족 연구학회’(회장 정형규 일본대학 교수)가 지난 10월 1일,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오사카)에서 2017년도 전국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대회는 중국, 일본, 한국의 인문, 사회과학계렬 연구자들의 조선족 관련 학술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되였으며 조선족 연구와의 비교적 시점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취지로 특별히 오사카 시립대학 이지치 노리코(伊地知紀子) 교수를 초빙하여 “재일제주도출신자의 이주사와 생활세계”라는 제하의 보고를 청취하였다.
이지치 교수는 제주도 출신 재일 동포의 이주와 정착 사례를 통하여, 이동하는 주체 및 이동과 수반하는 여러 사회현상에 대한 파악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이동 후 커뮤니티(공동체) 형성과정에 나타나는 ‘실천’들이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화의 구조적 차원 령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족 연구를 둘러싼 학계의 전반적인 동향을 볼 때 ‘이동’은 여전히 유효하고 무한한 연구 가능성과 가치를 지닌 키워드다. 글로벌리제이션의 심화와 문화자본의 효률적인 활용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조선족 사회의 국내외 이동은 현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본 학회 전신인 ‘중국조선족연구회’는 학술계 각 분야의 지성을 집결하여 일찍이 “조선족의 글로벌 이동과 국제네트워크”(아시아경제문화연구소, 2006)라는 력작을 이 세상에 공개했다. 이 책이 간행될 당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은 “력사적 격동기와 전환기를 맞이하고있는 조선족 사회’라는 말로 그 시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난 현재, 조선족 사회는 어떤 변모를 보였을까. 리츠메이칸 대학 정아영 교수(학회 홍보위원장)는 “10년전에 제시했던 ‘이동’이라는 키워드가 유효성이 색바래기는커녕 더욱 그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10년 전의 ‘이동’에 관한 담론 후, 조선족 사회의 인구류동은 단선적인 이동에서 복선적인 이동으로, 빈도의 증가, 이동의 반복, 항상성(恒常性)을 띤 이동으로 현격한 변모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정아영 교수는 덧붙여 “그래서 종래의 ‘이동’에 대한 시점을 계승, 발전시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 진행된 특별 세션(집단 토론회) “중국 조선족 이동을 다시 읽다: ‘조선족의 글로벌 이동과 국제네트워크’간행 10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주제도 바로 이러한 취지로 진행되였다.
특별 세션 기조강연은 중국 사회과학원 정신철교수가 맡았다. 수십년동안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며 민족문제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정신철 교수는 조선족 사회의 발전모식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베테랑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날 “급속한 인구이동과 조선족 사회의 존속문제”라는 제하의 기조강연에서 정신철교수는 최신 인구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조선족 인구 거주분포도를 설명하며 중국 조선족사회가 기존의 ‘농촌공동체’에서 바야흐로 ‘도시민족공동체’로 정착하고있는 양상을 설명했다. 아울러 작금의 이동현상 자체에 대한 학술적인 론의도 필요하지만,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족사회의 존속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결책 마련이라는 시대인식을 력설했다.
조선족 인구의 도시정착이 가속화되며 조선족 사회의 존속문제와 직결되는 민족문화 전승(传承)이 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정신철교수는 우선, 물리적인 집거가 불가능한 도시에서 문화적인 련결고리를 구축할수있는 ‘민족문화센터’를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현지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족정책으로 포섭되는 변경지역과는 달리 도시정부는 민족교육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현실이라며 민족사회 지성인 및 엘리트들이 정부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인맥을 구축하여 소통의 활로를 열어 놓아야 각종 민족교육기관 설립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정신철교수는 “우리글 교육을 진지하게 진행하여야 한다”고 거듭 주창했다. 언어문자는 민족문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임과 동시에 민족문화의 핵심적인 표현방식이며 조선족 인구가 대량 류입되여있는 대도시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우리말, 우리글 교육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신철 교수는 중국 사회과학원이라는 최고 권위의 연구기관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중국 국내 대도시에서 ‘정음 한글학교’를 세워 차세대 우리말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기조 강연에 이어 재일동포 학자, 권향숙 와세다대 초빙연구원의 “조선족의 이동 및 커뮤니티 변용으로 부상된 리론적 과제”라는 제하의 연구보고가 있었다. 권향숙 연구원은 보고의 서두에서 특별히 중국 조선족 시인 석화의 “연변은 간다”라는 시를 청중들에게 보여주며 “재치있는 시어로 다이나믹한 조선족 사회의 이동 현상 자체를 깊은 성찰로 재현해낸 작품”이라고 소개한 후, 현시점에서도 중국 조선족 사회를 특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이동’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내 민족집단 판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선족 사회의 이동규모와 력동성에 대해 앞서 언급했지만 이미 2006년에 그 실태를 실증적으로 파악한 바 있다. 이에 권 연구원은 ‘이동’에 대한 론의는 여전히 진행하여야 하지만,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주지에서의 ‘정주’와 ‘정착’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분석 차원으로 론의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아울러 2006년의 담론에서 ‘씌여진것”과 그 후 10년 동안에 새롭게 ‘써간것’이 무엇인지 대조적 시점에서 그 변화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10년간 조선족 이동 현상을 둘러싼 학계의 동태는, 본 거주지(중국, 농촌)의 변화, 새로운 이주지역의 커뮤니티 변화, 나아가 과거와 현재의 거주지를 넘나드는 트랜스내셔널한(초국가적) 이동현상에 주목했다. 권 연구원은 그러한 학계의 움직임이 ‘월경적 사회공간(Transnational social space)’이라는 사회학적 현상을 의식한것이라며, 나아가 조선족 이동현상 사례를 통한 새로운 개념 모델(‘거점형성으로서의 정주화’ )을 제시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 20여 년간 조선족 이동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권향숙 연구원은 지난 2010년에 “이동하는 조선족: 에스닉 마이너리티의 자기통치”라는 굵직한 론저를 발표하며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있다.
학술대회 참가자 일동
한편, ‘이동’을 키워드로 한 연구보고 외에도 학술대회에서는 정춘미(일본 우츠노미야대학 박사생), 성치원(한국 국립 안동대학 연구원), 심일종(한국 서울대학 연구원), 오태성(일본 오사카경제법과대학 객원연구원), 림매(일본 칸사이가쿠인대학 준교수) 등 국내외 연구자들이 다양한 키워드에 립각한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금후 ‘조선족 연구’의 저변을 확대해감에 있어서 학제적인 접근의 가능성 및 필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키기도 했다.
2007년 12월, 전신인‘중국조선족연구회’(1999)에서 정식으로 국제적인 학회로 거듭난 ‘조선족연구학회’는 현재 해마다 학술대회를 개최하고있다. 올 대회는 ‘이동’에 대한 재검토와 현상을 분석하는 정치(精緻)한 리론체계 구축, 그리고 학술적 론의와 지성 ‘실천’의 량립문제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길림신문/홍용일(일본 동경대학 박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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