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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소재' 영화 흥행이 시사하는 점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0월11일 10시17분    조회: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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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가 무시무시한 흥행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개봉 8일차인 지난 10일까지 누적관객 238만8079명을 동원, 벌써 손익분기점 200만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 8일부턴 같은 날 개봉한 ‘남한산성’을 연속으로 누르며 일일흥행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관객호응도로 봐선 지난 8월 개봉해 565만3282명을 동원한 ‘청년경찰’ 정도까지도 갈 수 있으리란 예상이다. 대박 라인 예감이다.

‘청년경찰’과 ‘범죄도시’는 공통점이 많다. 일단 같은 경찰액션물에, 딱히 흥행스타라 볼 수 없는 배우들로 대박을 일궈냈다는 점이 있다. 또 다른 점도 있다. 이른바 ‘조선족 폄훼’ 논란이다. ‘청년경찰’엔 가출소녀들을 납치해 난자를 강제 적출, 매매하는 조선족 조폭들이 등장한다. 이에 재한동포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 측에서 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심청까지 낸 바 있다. 한편 ‘범죄도시’는 아예 지난 2004년 중국 하얼빈에서 넘어온 조선족 조폭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실화 배경인 관계로 ‘청년경찰’만큼의 비판 명분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선족들은 각종 해외동포매체 등을 통해 불만과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어찌됐건 이렇다 할 특A급 흥행배우 없이 대박을 기록한 두 영화라면, 자연스럽게 콘텐츠 자체에 대한 만족도 덕택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범죄도시’의 경우 명확한 역주행 현상이어서 더 그렇다. 전형적인 입소문 흥행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두 영화 속 조선족 소재와 그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절대다수 관객들은 ‘동의’하고, 사실상 ‘공감’까지도 했다는 방증이 된다. 납득하기 어렵고 보기 불편한 접근이었다면 비판여론이 조성되면서 초반 반짝흥행으로 끝났을 것이다. ‘군함도’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다. 그런데 ‘범죄도시’는 정확히 그 반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유추해보기란 어렵지 않다.

 


물론 조선족 범죄 영화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황해’가 있었고, 2013년 ‘신세계’, 2014년 ‘차이나타운’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정도가 다르다. ‘청년경찰’ ‘범죄도시’에 ‘악녀’까지 올해 들어서만 벌써 3편이 해당소재를 다루고 있다. 특히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의 경우 흥행수치도 이전 동일소재 영화들보다 훨씬 향상돼있다. 점점 더 반응이 열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에선 1996년 발생한 페스카마호 사건을 영화화하면 1000만 영화도 탄생할 수 있으리란 얘기까지 돌고 있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조선족 선원 6명이 선상반란을 일으켜 한국인 선원 7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 포함 11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같은 ‘조선족 범죄영화 붐’을 놓고 언론의 해석은 크게 한두 가지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먼저 한국사회 전체에 충격을 안겨준 오원춘 엽기살인사건의 영향이란 것, 그리고 넓게는 경제 불황 정서에 의한 이방인 배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분석은 둘 다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먼저 오원춘 엽기살인은 2012년 4월 벌어진 사건이다. 그런데 그 이전인 2010년 이미 조선족 살인청부업자를 다룬 영화 ‘황해’가 개봉해 226만512명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특히 극장에서보다 이듬해 2차 시장에서 더 열렬한 반응을 얻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2010년 즈음이면 이미 일반대중 사이에선 조선족 이미지가 한껏 부정적으로 잡혀있는 상황이었고, ‘황해’는 그런 시대적 공기를 반영해 대중적 반향을 일으키는데 성공했으며, 오원춘 사건은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에 더없이 강렬한 ‘인증’을 남겨버렸다는 순서가 맞다.

한편 경제 불황 정서 지목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조선족 소재 영화들이 한국서 처음 등장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쉽다. 조선족 사연을 중점적으로 다룬 첫 번째 한국영화는 2001년 작 ‘파이란’이었다. 그 다음이 2005년 작 ‘댄서의 순정’이다. TV드라마로 2006년 방영된 KBS ‘열아홉 순정’도 있었다. 모두 조선족 ‘여성’이 중심이고, 이들의 갖가지 한국살이 애환을 지극히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콘텐츠다. 그런데 이 2001~2006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가 사회 곳곳에서 번져 사실상 정서 불황 정서 측면에선 최대치에 이르렀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땐 조선족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다가 지금 와선 그들 범죄에 주목한다는 것. 적어도 경제 불황 정서와 관련 있는 현상이라 보긴 어렵다.

이른바 ‘자성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갈등을 봉합하고자 하는 언론태도 자체는 전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조선족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데 대해 이처럼 엉뚱한 원인을 짚으니 그에 대한 해결책 제시도 모조리 어긋나버린다. 결국 ‘조선족 등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절대 높지 않다’는 식 반박으로만 일관하며, 조선족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대중을 차별주의자 취급하기 일쑤다. 나아가 ‘청년경찰’ ‘범죄도시’ 등 영화의 히트에 대해서도 천편일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 결론으로만 간다. 그러나 사실 문제가 있는 건 상황에 대한 그런 식 접근과 방법론 자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나씩 살펴보자.

일단 조선족 범죄율에 대한 부분이다. 2014년 경찰청 통계자료를 봤을 때, 조선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절도, 강간, 강제추행, 폭력, 강도 범죄는 분명 내국인들보다 인구대비로 발생률이 떨어지는 게 맞다. 그래서 범죄율 자체는 내국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반박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가장 극악한 범죄인 살인의 경우 내국인의 2.5배나 발생률이 올라가고, 살인미수는 3.4배까지 치솟는다. 그리고 각종 언론에 중점적으로 보도되는 건 역시 가장 강력한 범죄인 살인 관련이다. 더군다나 외국인 범죄는 그 어느 나라에서건 더 보도가 잘 된다. 한국인들의 조선족 공포에 근거가 없다는 식 비판은 그래서 곤란하다.

한편, 조선족에 그나마 공동체의식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살인범죄 등 문제까지도 경제적 하위층의 고질적 문제로서 보듬어 안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족 양태는 그것마저 불가능하게 한다. 조선족 중 민족적 감수성을 통해 한국에 동화되고자 한 이들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길어야 10년 내로 귀화가 거의 끝난 상태다. 이후부턴 ‘한국서 돈 벌어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조선족 양태의 기본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들을 미국에서 재미동포 입장, 일본에서 재일동포 입장 등과 같이 놓고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타자화 따위가 아니라 그냥 타자고, 우리가 보듬어야할 존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존재란 인식이 들어서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관리가 안 된다는 인식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바로 공포와 혐오, 배제심리가 싹튼다. 막을 수가 없다.

거기다 이들에 대한 인식은 중국에 대한 국민감정과 연동되기 일쑤다. 당연한 일이다. 국적 상 중국인이 맞기 때문이다. 조선족 입장에서도 그렇다. 2011년 한 조사에선 조사대상 300명 중 92%가 자기 조국으로 중국을 꼽았고, 0.3%만이 한국을 꼽았다. 그리고 중국 및 중국인에 대한 국민감정은 2008년 서울 한복판 광화문에서 벌어진 중국인 성화 봉송 폭력사건 이후 꾸준히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한 문제, 사드배치 갈등 등은 물론이고, 갈등에 따른 경제보복까지 가시화되자 국내 반중(反中)감정은 사실상 한계까지 치솟은 상태다. 자존심 강한 한국인 입장에서 대국(大國)임을 강조하며 억압하려 드는 중국에 대해 감정이 악화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당연히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돈은 한국서 벌고 생활터전과 아이덴티티는 중국과 중국인인 조선족에 대해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결국 위 조건들이 모두 합쳐져 완성된 게 바로 현재의 부정적 조선족 이미지란 얘기다. 일단 범죄 관련 보도가 많이 돼 문제로서 인식하는 상황에서, 딱히 공동체의식을 갖기도 힘든 이들이라면 점이 겹치고, 거기에 반중감정까지 더해져 탄생된 복합적 거부감이다. 여기에 인터넷 월드뉴스 매체들에서 매일같이 쏟아내는 중국 내 엽기적인 범죄행각 보도들도 한몫을 한다. 실제로 조선족들이 한국서 벌이고 있는 범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이란 인식이 들어서게 된다. 영화가 이런 인식들을 바탕으로 조선족을 소재 삼아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시대공기를 반영하는 거울이어 왔다.

한국사회에서 조선족은 사실상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도 힘들 만큼 특이한 존재고, 또 복잡한 문제다. 분명한 건, 이제 물꼬가 한 번 터진 이상 굳어진 인식의 틀을 인위적인 방식으로 깨기란 점점 더 요원해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건, 언론이나 각종 시민사회단체 등의 거센 토로가 아니라, 바로 조선족 본인들의 정화노력 외엔 없다. 다행히 대략 2~3년 전서부턴 수도권 조선족 주거주지 중심으로 자체 거리정화노력 및 한국정착 무드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달라진 분위기에 내국인들이 반응하고 인식을 전환하기까진 당연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자체적 변화요소로밖에 해결이 안 되는 문제란 점도 동시에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이다.

끝으로, 위 영화 속 조선족 인식 변화 흐름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은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자. 왜 2001년 ‘파이란’에서 2010년 ‘황해’ 사이 그토록 대대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솔직히 이번 ‘범죄도시’ 이슈에서 왜 이 부분이 제대로 언급되고 있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 영화 속 설정으로 뚜렷이 언급이 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청년경찰’ 등 여타 조선족 범죄영화와 ‘범죄도시’가 가장 다른 부분도 그 점이다.

2004년 당시 실화를 다룬 ‘범죄도시’ 속에선 2003년 이뤄진 외국인 지문날인제 폐지가 사건수사의 큰 걸림돌로 등장한다. 영화 속 묘사처럼 각종 폐해들을 겪고 난 뒤 결국 2011년 다시 부활하게 된 제도인데, 2003년 이후로도 사실 조선족 관련 일관된 정책적 흐름이 존재했다.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한 예다.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당시엔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조선족과 고려인을 포함, 입국 후 3년간 별다른 신고절차 없이 국내에 거주하며 재산권, 선거권 등 권리행사와 국민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어 2007년 방문취업제를 시행, 한국에 연고가 없는 조선족들에게도 5년짜리 취업비자를 내주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범죄 증가로 돌아왔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4년 사이 10년 간 외국인 입국자는 2.4배가량 늘어난 반면 외국인 범죄는 3배 정도 능가, 입국 증가율을 능가했다. 특히 외국인 강력범죄가 10년 새 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중 조선족이 대다수인 중국 국적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체류 외국인 3명 중 1명이 중국인이니 당연한 일이다.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가고, 쉽게 다시 들어오고, 지문날인 등 제어장치도 존재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범죄도 늘어난 셈이다.

사실 ‘범죄도시’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바로 이 점이었다. 정책적 실패로 인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위험’이란 부분이다. 조선족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함께, 우리 자신들에게 요구돼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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