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적극적인 신고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고 피의자 검거까지 도운 40대 시민이 경찰의 감사장을 받았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자녀를 납치했다는 거짓 협박전화를 받은 60대 노인이 돈을 빼앗길 뻔한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A(48)씨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가 공공장소인 지하철역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도움을 제안한 뒤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은 완벽한 모범사례로 불릴 만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과 A씨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3시께 고양시 경의선 행신역에서 왠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모습의 B(68)씨가 A씨의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를 귀에 갖다 대고 있는 B씨의 한쪽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뺨에는 경련까지 일어나고 있었다.
B씨는 통화 속 누군가에게 "딸 얼굴이라도 보고 돈을 드리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A씨는 이를 듣고 그동안 미디어에서 많이 보던 보이스피싱 사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부러 담배를 태우며 B씨에게 조용히 다가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입 모양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A씨는 B씨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다행히 때마침 전화가 잠깐 끊어졌고, B씨의 딸이 납치돼 살해 협박을 받고 있으며 1천만 원을 인출해 이곳에 왔다는 내용의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는 즉시 112에 신고전화를 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함께 있어 줄 테니 전화로 시간을 끌어달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현장에 다 와 간다는 전화를 받은 A씨는 "주변에 범인이 있을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순찰차는 돌릴 것"이라고 '작전 지시'까지 했다.
때마침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C(22·중국동포)씨가 A씨에게 다가와 현금 1천만원이 든 가방을 받아 갔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검거작전이 시작됐다.
중국 대학에서 축구선수로 뛰고 있다는 C씨는 100m를 11.5초에 주파할 정도로 날쌨으나, 경찰과의 400m 추격전 끝에 결국 붙잡혔다.
검거 직후 C씨와 경찰관 모두 기진맥진해 구토를 했을 정도다.
자신의 딸이 납치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게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납득한 B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딸은 애초에 안전했고, 돈도 무사히 주인에게 돌아갔다.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저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봤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면서 "스스로에게 뿌듯하기도 하고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경찰의 치안이 최고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경찰은 C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중국 조직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