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혹한 속 한 줄기 희망 찾아서"…서울 새벽 인력시장의 얼굴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2월19일 09시51분    조회:147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 지난 11일 새벽 남구로역 근처 하나은행 앞으로 건설현장 일을 구하려는 인파가 모여들고 있다./이범종 기자
 
새벽 인력시장은 한줄기 희망을 찾는 발걸음으로 가득했지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몸값이 비쌀수록 '덜 팔리는' 구조 탓에 조선족(중국 교포)은 중국인을, 한국인은 이들 모두를 멀리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자영업자가 일용직을 구하려다 허탕 치는 모습에서 암담한 경제상황도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오전 5시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인근 천막에선 장년층 50여명이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곳은 서울시가 마련한 일용직 노동자 쉼터다. 쉼터 관리자 이모(60)씨는 따뜻한 물을 건네면서 "쉼터가 따뜻하니 자연스레 사람들도 일찍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좋다"며 웃었다.
 
배낭을 메고 나온 이들은 일당 16만원짜리 공사 현장에 데려다 줄 오야지(팀장)를 찾고 있었다. '오야'들은 보통 승합차를 몰고 다니며 자신의 팀을 이끈다. 이곳에 들어서는 차량은 당일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한 결원을 보충하거나, 데모도(비기술자·조수) 몇 명을 데려가기 위해 문을 열기도 한다.
 
난로 앞에서 몸을 녹이던 김모(62)씨는 30년을 일용직으로 살았다. 온라인 대신 이곳을 찾은 이유를 묻자 "여기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아는 사람 안부도 묻고 사는 얘기 하려고 매일 나온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교포들이 내 일 뺏어가"
 
중국인이 일용직 시장을 잠식하는 현실도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남구로역 일대는 도로변의 승합차와 일꾼 수백명이 뒤엉켜 혼잡했다. 한글·한자가 병기된 간판 아래에선 중국어가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한국어로 "취재하러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역시 중국 교포(조선족)였다.
 
"요즘 오리지널 불법 짱깨(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들이 싸구려 단가로 들어와서 오야지가 7~8만원 주고 데려가요. 저는 14~16만원 받거든요."
 
30분째 자신을 찾는 사람이 없자, 중국 교포 최모(46)씨가 초조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10년 경력의 거푸집 기술자인 최씨는 하나은행 앞에서 원을 그리면서 "여기있는 사람 99%가 중국 교포"라며 "나는 한국말 할 수 있잖아요. 저 아래 사람들은 말도 못 알아듣는다"고 불편한 시선을 던졌다.
 
그가 말한 '저 아래'는 은행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늘어선 '불법으로 한국에 들어와 일자를 찾는 중국인들'의 영역을 지칭한다. 평평한 고지대인 은행 앞 구역은 합법 거주 중국인, 교포 목수들이 모여든다. 반면 그 아래서 손을 비비는 중국인 대부분은 밀항이나 관광비자 등으로 일을 구하러 온다고 '윗동네' 사람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기술이 없어 '사람 급하고 기술 필요 없는' 해체·정리 작업 위주로 일한다고 한다.
 
◆한국인력 없어 중국인 선택
 
"출입국관리 단속이 뜨면 저 사람들 2분만에 없어져요." 호탕하게 웃는 마모(31)씨는 이곳에서 희귀한 인력이다. 한국인 청년인데다 9년 동안 형틀 경력을 쌓았다. 4년 전부터 팀장으로 활동하다 몇 달 전 운전면허가 취소돼 거리로 나왔다.
 
마씨는 "오야 잘 하면 2000만원도 번다"며 "젊은 애들은 '노가다'라는 색안경 때문에 안 온다"고 말했다. 마씨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웠다. '선배'인 아버지는 한달에 1000만원씩 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젊고 경력도 많아 '틈새시장'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팀장은 보통 12인승 승합차로 팀을 이끈다. 일당은 일꾼보다 4~5만원 많다. 조선족과 중국인이 발목 잡는 임금구조에서 그가 살아남은 방법은 '직접 떼는 수수료'였다.
 
마씨는 "인력사무소를 거치기보다는 실력을 인정받아 소장과 친해지는 편이 낫다"며 "소장 역량으로 일꾼 단가는 19만원, 팀장은 23만원으로 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소처럼 일꾼에게 16만원을 주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2~3만원을 챙기니 하루 80만원은 거뜬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팀장만 한국인이고 일꾼이 조선족이면 단가가 떨어진다. 마씨는 여기에 '책임감'이 한몫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관련 지적을 하면 삐쳐서 점심에 '반대가리(절반)'만 치고 떠난다"며 "아침에 교육 받고 근로계약서도 썼으니 일당 절반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조선족과 중국인을 못미더워하지만, 한국인이 부족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 11일 면목역 인근에서 한 승합차가 일행을 태우고 있다. 일명 '오야'로 불리는 팀장들은 자신의 승합차를 몰며 팀원 10여명을 챙긴다./구서윤 인턴기자

◆전문인력 양성 등 제도적 보완 절실
 
경력 없는 자영업자나 은퇴한 장년층도 불안에 떨면서 면목역 인근을 서성이고 있었다.
 
통닭집 주인 김모(41)씨는 초조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닭값은 오르는데 손님은 줄어 매출이 바닥이라 나왔다"며 "요즘 겨울이라 일주일에 3일은 일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의 아내는 이날도 지하철역에서 김밥을 팔았다. 위축된 허리경제의 단면이다.
 
불안한 노동 환경도 이들에겐 찬바람이다. 양천구 신정네거리역 인근에서는 기자를 둘러싸고 '성토대회'가 열렸다. 김모(65)씨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안전 교육비 4만원을 우리에게 떠넘겨 억울하다"며 눈썹을 찌푸렸다. 현행법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고용부 등록 기관이 실시하는 건설업 기초교육을 이수케 하도록 규정한다. 교육 받은 노동자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받아 자격증처럼 계속 쓸 수 있다. 대기업은 해당 요건을 갖춰 이수증을 발급하지만, 영세한 회사는 이미 이수증을 가진 사람만 찾는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252일 넘게 일해야 퇴직금이 적립되는 퇴직공제 제도 역시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일터에서의 푸대접과 미흡한 안전 관리 문제가 한바탕 거리를 휩쓸자, 한 남성이 다가와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면 뭔가 바뀌긴 하나요?"
 
새벽 칼바람을 견디며 거리에 서성인 대가는 몇 명에게 돌아갔을까. 남구로역 인근의 대형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기공(기술자) 조공(데모도·조수) 합쳐서 오늘 나간 250명 중에 고정 팀을 제외하면 40명이 일감을 얻어 현장에 나갔다"고 말했다.
 
같은 사무소의 한 과장은 "내국인을 우선 쓰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 인식도 문제다. 정부가 전문 인력 양성하고 사무소와 협력해서 환경을 개선하면 좋을텐데"라며 입을 오므렸다.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를 따라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인력시장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오전 6시 30분.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화이트칼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메트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연길시 목재소구역은 온난주택개조공사를 하지 않나요?   문: 저는 연길시 목재소구역에 거주하는 주민입니다. 목재소구역은 언제쯤 온난주택개조공사를 진행합니까? 답: 연길시 건공가두 판사처에 따르면 주택개조공사에 관하여 주민 동의를 청취할 당시 대부분의 주민들은 목재소구역은 열공급이 잘되기에...
  • 2018-06-07
  • 연변2중 대문 앞에 놓인 엉망진창 찰떡풍경 해마다 대학입시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조선족지역의 독특한 입시응원 풍경선으로 되는 찰떡 붙이기, 올해 대학입시에도 이 풍경은 례외없이 나타나 뭇시선을 끌었다. 입시응원으로 찰떡을 붙이는 현상을 놓고 줄곧 좋다, 나쁘다… 시비들이 끊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젠...
  • 2018-06-07
  • 각 현, 시 법률원조중심서 무료 법률자문 봉사 제공   얼마 전, 돈화시의 김로인은 본사 ‘백성열선’에 전화를 걸어와 재혼 후 유산상속에 관하여 문의했다. “오래동안 나를 돌봐준 로친이랑 재혼하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내가 죽으면 내 딸이 유산을 못 가진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다들 미리 유언을...
  • 2018-06-06
  •   ▲ 지난 5월 28일 경기 성남시 수진리고개 인력시장. 날이 밝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한 건설근로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가 좋을 땐 서울로 모이고 아닐 땐 지방으로 흩어져요. 지금은 울릉도까지 가 있죠.”        ...
  • 2018-06-04
  •   제주지법 영장 발부…4명은 살인‧1명은 폭행치사 혐의 적용 속보=제주서 밀린 임금을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동포를 살해(미디어제주 31일자 '제주서 30대 중국인 흉기에 의한 사망…경찰 수사 중' 보도)한 중국인들이 모두 구속됐다. 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4명이 지난달 30일 저...
  • 2018-06-04
  •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제주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 중국인들이 같은 국적 근로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이번 살해 사건의 용의자 5명 중 3명을 검거하고, 2명을 추적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0시7분께 제주시 연동의 한 빌라 3층에...
  • 2018-05-31
  • 기업가이며 자선가인 마운은 지난해 모 포럼에서 “지금 아이들을 놀게 하지 않으면 30년 후 이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기계와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 엽현발 교수는 “노는 것은 어린이의 천성이고 어린이의 가장 큰 권리이다.”라고 말했다. &n...
  • 2018-05-31
  • 돈화시에서 일전 모 사업단위‘80’후 간부 리모가 2년간 962만원을 횡령한 안건에 대해 판결했다. 피고 리모를 공금횡령죄로 12년 유기도형에 언도하고 962만원을 원단위에 반환하도록 판결했다. 1984년생인 리모는 비교적 좋은 가정환경속에서 자랐고 가정을 이룬후 비교적 행복하게...
  • 2018-05-30
  • 연변혁명렬사릉원 비렬사인원의 골회함 보관기간은 언제까지입니까?   문: 연변혁명렬사릉원에 할아버지의 골회함을 보관하였는데 렬사가 아니기에 다른 곳으로 옮겨라고 합니다. 렬사릉원에 보관하고 있는 비렬사인원의 골회함은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까? 답: 연길시민정국에 알아본 데 의하면 (중화...
  • 2018-05-29
  • 중국인 A씨는 한국에서 체류하기 위해 집주인 B씨와 계약 체결 기한을 2년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집주인 B씨는 계약 만료일까지 아무런 계약 해지 통보가 없었고 A씨 또한 계약 만료일까지 계약의 갱신 여부를 집주인 B씨에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중 계약 만료일로부터 한달이 지나 집주인 B씨는 A씨에...
  • 2018-05-29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