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팔순을 넘긴 고모가 세상 떠 고모의 친구분들과 함께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편한 로년을 보내겠는가 하는 것이 중심화제로 떠올랐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항거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달도 차면 이그러지듯 사람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비틀거린다. 때문에 사람마다 미리 로후대책을 잘 대야 한다. 늙을수록 제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하고 만약 돈이 없으면 지혜로와야 한다는 것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늙을수록 돈이 있어야 자식들에게도 대접을 받는데 돈이란 원래 사람의 욕심대로 채워지지 않는 요물이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부모들이 자식 결혼전에 집을 장만해 주고 자가용을 갖추어 주고 결혼까지 시키고 나면 호주머니는 텅텅 비고 남는건 병들고 찌든 몸 뿐이다.
돈이 없이도 원만한 로년을 보낼 수 없을가? 그래서 한 로인은 지혜를 발휘하여 저금통장 여러 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후 누구도 모르게 잘 숨겨두었다가 아들 며느리와 딸이 집에 없을 때 손자,손녀들 앞에서 저금통장을 꺼내들고 돈자랑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애들은 인차 제 부모에게 일러 바쳤다. 할아버지에게 저금통장이 다섯개나 있다고. 저금통장 다섯개면 어마어마한 돈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나 침을 흘릴만도 했다. 돈의 힘이 였던지 아니면 효자, 효부, 효녀 덕이였던지 그 로인은 로후를 편히 지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림종을 앞두고 자식들 앞에서 저금통장을 내놓았는데 통장 다섯개의 돈이 도합 5천원도 안되더라는 것이였다.
허허허, 우스운 일이지. 어쩌면 거짓까지 꾸며 가며 돈의 마력을 뽑내였을가? 사람을 심사숙고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고로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최대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어찌보면 그 어떤 신앙이나 믿음 같은 정신적 기둥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 그 기둥이 돈바람에 흔들리면서 소외된 구석구석에서 슬픈 로후를 보내야 하는 로인들이 적지 않다. 이를 그저 강건너 불보듯 방관해서는 안될 일이다.
/ 길림신문 칼럼리스트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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