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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혹은 제거했지만 큰 병원비 남아
건설 현장서 일한 중국동포 김덕수씨
▲ 하인두암 종양을 제거한 김덕수씨가 홀로 병상에서 투병중이다.
“살고 싶습니다. 인생을 이렇게 허무하게 마감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인두암 수술을 한 중국동포 김덕수(56)씨는 수술 전 주치의에게 “살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는 중국 연길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돈을 벌기 위해 2000년 한국에 왔다. 단기 취업비자로 국내에 머물면서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함께 한국에 온 아내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돈을 모았다.
하지만 한국 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운전 외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김씨는 건설 현장에서 온종일 일해 일당 7~10만 원을 겨우 손에 쥐었다. 일용직 일자리가 매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생활은 점점 팍팍해졌다. 살림이 쪼들리자 아내와의 다툼도 잦아졌다. 10여 년 전 일 하러 간다며 집을 나간 아내는 이후 소식이 끊겼다.
김씨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을 찾은 것은 올해 1월 말이었다. 목 오른쪽에 얼굴만한 크기의 혹을 달고 나타났다. 육안으로도 수술이 시급했다. 의사는 “바로 수술하자”고 했으나 그는 “돈이 없다”며 진통제만 요구했다.
검푸른 혹은 더 커져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가 됐다. 몸이 아프니 일용직 노동도 할 수 없었다. 4월 다시 병원을 찾은 그는 의사에게 “입원해서 치료받고 싶다”며 “살려 달라”고 눈물을 쏟았다. 한국에 와 있는 김씨의 누나가 수술을 거부하는 그에게 “비행기 표를 사줄 테니 중국에 가서 죽을 준비를 하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술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목에 있는 암 종양을 떼어내고 오른팔 피부를 목에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지만 앞으로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전이됐는지를 검사하고, 인공 성대를 시술해야 한다.
문제는 3000여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와 입원비이다. 김씨의 재산이라고는 월세로 사는 단칸방 보증금 500만 원이 전부이다. 그것도 몇달 치 밀린 월세를 갚고 나면 손에 쥘 것도 없다. 그는 간병인 없이 홀로 다인실 병실에서 회복 중이다.
수술 전 그는 강남성심병원 원목 하이매 신부에게 “회복되면 세례를 받겠다”고 약속했다. “술을 끊고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다. 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퇴원 후에도 외래 진료를 통해 치료해야 하는데 몸을 추스를 단칸방에서마저 내쫓겨 거리에 나 앉을 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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