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대림칼럼] '선녀'를 엿보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5월20일 15시17분    조회:158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작성자: 조은경

   '선녀와 나무군'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예전에는 가족관계로만 보이던 것이, 최근에는 이 이야기를 들춰볼 때마다 재한 조선족들이 한국이라는 ‘친정’을 찾아온 ‘선녀’와 비슷한 신세에 처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선녀’가 앞으로 ‘천상’에서 살아갈지 ‘지상’에서 살아갈지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네는 한국과 중국이 축구경기를 하면 어느쪽을 응원할텐가?”

  십년전, 갓 한국에 왔을 때 이런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친밀감때문이든 단순한 호기심때문이든 당시 나는 반복되는 이 질문 자체가 유치해보이기도 했고, 괜히 편가르기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얄팍한 처세술을 발휘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서 그 질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니 이런 의미도 포함되여 있지 않을가 싶었다.

 

 

  “조상 대대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중국 국적을 지닌 당신은 누구입니까?”

  얼마전, 한 후배가 진지한 질문이라는 전제를 단 문자를 보내왔다.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왜 연변 혹은 중국으로 돌아올 생각 안하고 한국에 머물러있지? 조선족, 특히 재한 조선족들의 앞으로의 삶의 터전은 연변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면 한국에서 차차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특히 재한 조선족들의 아이들)이 맞다고 생각하나?”

  부당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질문인데 괜히 울컥했다. 후배의 직업적·민족적 사명감으로 볼 때 이 질문은 중국 조선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연유한 걸로 안다. 그러나 은연중에 이런 의도를 감춘 게 아닐가.

  “조선족인 당신이(혹은 당신의 후대가), 오리지널 한국인도 아니면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가?”

  요즘따라 한국이나 일본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체념한 듯,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처음 외국땅을 밟을땐 그저 잠간 머물다 돌아갈 생각이였는데, 갈수록 ‘집’이 멀어지는 것 같다는 넋두리이다. 일본류학을 간 친구는 15년째 살다보니 년호가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바뀌어 본의아니게 두 시대를 살게 됐다고 했다. 나 역시 금방 중국으로 돌아가 제도권 내에서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아갈줄 알았다. 그러나 이젠 돌아가려 해도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졌다.

  여기까지는 왜 여태 한국에 머물러있냐는 후배의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변명이다. 그러나 조선족들의 앞으로의 삶의 터전에 대한 다음 질문은 오랜 여운을 남겼다. 나는 몇몇 단어만 바꿔서 후배에게 되물었다.

  “중국에서 대도시로 이주한 조선족들은 앞으로의 삶의 터전을 연변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곳에서 차차 한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국내 대도시로 이주한 조선족들에게 계속 거기서 살거냐는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북경이나 상해, 심천 등지에서 살아가는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적이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혹여 그들이 조선어를 할줄 모르는 날이 오더라도 신분증에 조선족이라는 세 글자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이 고향을 떠났음에도 그들은 가끔 나에게 물어온다.

  “너는 계속 한국에서 살 예정이니?”

  나는 그냥 오늘을 살뿐이라고 답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들에게도 앞으로의 삶의 터전에 대한 질문이 유효하겠지만 대놓고 묻지는 않는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들은 온전한 외국인이자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질문이 재한 조선족들을 향하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리유는 한국이라는 공간이 처한 특수성에서 기인한게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 조선족들은 외국인이면서도 중국동포 혹은 재외동포로 불린다. 문화적·언어적으로는 미세한 이질성을, 민족적으로는 동질성을 지닌다.

  조선족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같은듯 다른’ 친밀감을 넘어 좀 더 특별한, 모종의 기대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다른 외국인보다 좀 더 용이하게 한국인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 <선녀와 나무군>의 ‘선녀’처럼 ‘친정’에서 계속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특이한 존재적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재한 조선족들이 앞으로의 삶의 터전을 어디로 잡을지를 궁금해 하는게 아닐가. 게다가 조선족들은 이미 한차례 중국으로 국경을 넘어간 이주전력까지 가지고 있다. 중국의 조선족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으로 볼 때, 해외이주는 국가적·민족적 차원에서 중요시해야 할 시급한 문제이지만 뾰족한 대안도 없는 것이 그 실정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다문화인들이 한국 사회에 온전히 편입되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디아스포라, 주변인, 경계인이라는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선족도 이에 포함된다. 경계인이 누구인가.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량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않는 사람이 경계인이다. 더 쉽게 말하면 경계인은 때로 내부인이 될 수도 있고 때로 외부인이 될 수도 있는 주변인이다. 재한 조선족은 외국인 중에서도 특수한 위치에 있는, 한국이라는 ‘내부’에 좀 더 자유로이 편입할 수 있는 경계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공동체 내에서 경계인을 규정하는 판단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불명확하며 자의적이기까지 하다. 기득권자 혹은 다수자에 의해 굳이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범위안에서 누군가는 경계인이 될 수도 있고 외부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계인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왜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언제든 ‘내부’인과 같은 력량으로 존재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적 속성에 따라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안에서의 역할과 위치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은 <선녀와 나무군> 속 선녀처럼 기로에 놓여있다. 자식과 부모를 중국에 둔채 부부가 한국에서 돈을 벌거나, 배우자 한명만 한국에서 돈을 벌거나, 부모는 중국에 두고 아이만 한국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거나, 아이를 전탁시키고 부부가 한국에서 돈을 버는 등 수많은 형태의 가족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부부갈등, 부모자식갈등, 형제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지만 밥을 먹고 사는 문제에 가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앞으로의 삶의 터전을 어디라고 생각할가. 나서 자란 고향땅을 떠났으니 어디서든 더 잘 먹고 더 잘 살 수 있는 곳을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지 않을가.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에는, 의식주를 벗어난 모든 분야에서 만족스럽게 생활해나가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최근 들어 재한 조선족들은 미디어에서 조선족을 폄하 또는 조롱하는 현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목소리(영화 <청년경찰>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사건은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를 뭉치고 있다. 이제껏 한국사회에 제대로 편입하지 못한 채 그 주변부를 맴돌고 있던 조선족들이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이라는 ‘사회’에 적극 진입하여 인격적·정서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족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계인의 위치에서 ‘내부’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이미 성공적으로 ‘내부’에 진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아직 이들을 ‘한국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선녀와 나무군>은 작품이 마무리되는 지점에 따라 ‘선녀만 승천’, ‘나무군 승천’, ‘나무군 지상회귀’, ‘동반 하강’의 네가지로 분류된다. 분명한 건, 선녀의 삶은 ‘지상’에서도 ‘천상’에서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조은경 략력

 

소설가. 중국 화룡 출생.

서울여자대학교 문학박사.

동북아신문/흑룡강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838
  • 인체 성분 포함 다이어트 약 유통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사람 신체 성분과 국내 판매금지된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 약 등을 중국에서 밀수입해 전국에 불법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중국인 유학생 모우모(26·여)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조선족 안모(21)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 2013-10-25
  •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2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0분께 서울 마포구 대흥동 다세대 주택 옥탑방에서 목을 매 숨진 중국인 이모(25)씨와 또 다른 중국인 오모(26·여)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 진모...
  • 2013-10-24
  • 《손돕정리》, 《열쉬수리》, 《비빔밤집》…누구나 길을 가다가 틀린 간판이나 어딘가 읽기 불순한 표어 한번쯤은 보았을것이다. 알다싶이 상가를 비롯한 영업소들은 판매품목 표지판인 《간판》을 통해 제일 처음 대중에 알려지게 된다. 그런데 한 업종의 얼굴이라고 할수 있는 어떤 간판들이 제구실을 제대로 못해...
  • 2013-10-24
  •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강지원 변호사, 김지하 시인 등 각계 시민사회인사 63명은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는 고려인·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왕래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려인·중국 동포는 1948년 제정된 '국적에 관한 조례'에 따...
  • 2013-10-24
  •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소장 박찬호)는 22일 위조 외국인등록증을 행사한 중국인 A씨(36세, 여)를 공문서 위조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구속 송치하고, 외국인등록증을 위조해준 알선 브로커 C씨(40세, 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지난 9월30일 불법체류자인 중국인 A씨는 위조 외국인등록증 알선 브로커...
  • 2013-10-24
  • 연길 수영옥아파트단지 3년 열공급 지체 “15, 16일부터 일부 구역에는 난방이 된다는데 우리 이곳은 아직도 랭기 흐릅니다.” “재작년에는 십여일 늦게, 작년에는 엿새 늦게 난방을 보내더니 올해도 또 늦어지네요. 래년에도 열공급이 늦춰지지 않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 연길시텔레비죤방송국 북...
  • 2013-10-24
  • 노트북도적 4일만에 경찰의 "미인"계에 걸려들어 "안녕?" "안녕, 님 나이는?" "스무살" "하는 일은?" "xxKTV, 님은요?" "나는 xx공사장" ... 대화는 항주시에 있는 농민공 교씨총각과 닉네임이 “몽이”란 “미녀”간의 인터넷대화였다. 이렇게 인터넷채팅방에서 서로 만난 4일만에 교씨총...
  • 2013-10-23
  • 중국 지린성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가 외지에서 밀반입되는 마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지린성 지역 일간지인 신문화보(新文化報)에 따르면 안도(安圖)현 공안국은 최근 중국 남방 광둥성에서 사들인 필로폰을 소포로 연변에 보내 판매한 혐의로 오(吳) 모씨 등 20대 마약사범 3명을 검거했다. 당국의 조사 결...
  • 2013-10-23
  • “나의 한생에서 후회없는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내가 피땀으로 번돈으로 시경기장을 건설해 고향사람들에게 선사한것입니다” 이는 중병으로 시달리는 원 화룡시광성건설책임유한회사 리사장 강광욱씨(58세)의 말이다. 강광욱씨는 원래 룡성진 춘화촌의 농민이였는데 개혁개방이 실시되자 30대초반의 젊은 나이에...
  • 2013-10-23
  • (흑룡강신문=하얼빈) 10월 18일 오후, 가목사시 조선족문화연구회에서 주최한 '추수예찬'문예공연이 일전 가목사시 문화궁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이번 문예공연에 가목사시 '진달래예술단', 가목사시부녀연합회, 가목사시 조선족기초교육중심, 학강시 노년협회, 탕원현 탕왕향, 화천현 성화향, 화...
  • 2013-10-2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