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포·불안 심리 확산으로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중국의 대표 맥주 '칭다오맥주'까지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최근까지 칭다오 매출이 평균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칭다오를 제외한 수입맥주 매출도 감소했다. 다만 칭다오 매출 감소율이 평균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산 불매운동 영향으로 중국산 맥주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고, 아사히맥주를 칭다오맥주가 위협했는데 이제 상황이 바뀐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변수가 됐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올해 중국 맥주의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산 식재료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당장 식당에 나오는 김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죄다 중국산이란 인식에서다.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는데 손님들이 중국산이냐고 물어보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희영(43) 씨는 "솔직히 식당에 나오는 김치는 다 중국산이 아니냐"면서 "이런 시기에 먹고 싶지는 않아 모임을 아예 하지 않고, 식당에도 안 간다"고 전했다.
대다수 영세식당은 채소와 고춧가루, 향신료 등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김치의 경우 한 해 판매되는 양의 절반(30만여t)이 중국에서 수입된다. 식당의 8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상에 올리고 있다. 김치는 직접 담그지만 고춧가루와 절인 배추 등을 중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식당까지 더하면 90% 이상이 중국산 재료로 담은 김치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마라탕, 양고기꼬치, 훠궈 등 중국 음식 전문점 역시 기피 대상이다. 사장이나 종업원이 중국이거나 조선족인 경우도 많고 식재료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다 보니 감염 가능성이 크다는 불안감에서다.
차이나포비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져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식재료나 음식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다는 미확인 괴담이 번지고 있는 것.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김치를 제조하고 택배 상자를 포장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최종 운송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코로나19는 음식물로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감염병 전파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2곳 중 1곳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곳 중 8곳의 기업은 이번 사태로 인해 '차이나포비아'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치는 영향으로는 '외부활동 자제에 따른 내수 위축'(58.8%, 복수응답)과 '중국산 자재 수급 차질로 인한 국내기업 생산 감소'(56.3%)가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진출 기업의 매출 감소(51.3%), 해외 수출 감소(41.9%), 방한 관광객 감소(38.1%),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 투자 위축(32.5%)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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