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례물과 례단, 전통과 허례허식 사이 그 어딘가
강소성 무석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묵(가명, 남, 32세)은 주변의 한 친구가 3년을 사귄 녀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지난해에는 구체적인 준비에 돌입했다고 했다. 그 녀자친구의 부모님은 남자 쪽에 현금 례물 50만원을 ‘요구’했으며 례식장에서 하객들에게 대접하는 잔치상을 한상에 8888원의 기준으로 해줄 것을 ‘주문’했다. 결국 그들은 례물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여짐을 선택했다.
장묵은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 현금 례물이 대부분 10만원 좌우였고 18만원을 거의 초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적지 않은 친구커플들이 결혼 전에 례물과 혼수 등 문제로 의견 충돌이 생겨 종종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중 신혼집 마련은 단연 ‘기본 표준’이였다.”
그의 다른 한 고향친구 리기강(가명, 남, 30세)은 연길시에서 출근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당시 리기강에게는 6개월가량 만나온 녀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룡정시에서 출근했다. 그녀는 결혼할 때 연길시 서쪽구역의 엘리베이트가 있는 아빠트에서 살고 싶다고 몇번이나 ‘귀띔’을 주었다. 알고 보니 미래 장모님의 “내 딸은 고급 아빠트에서 살아야 돼.”라는 허영심이 ‘부채질’한 것이였다. 결국 리기강은 부모님이 미리 마련해주었던 신혼집을 팔고 그 돈으로 서쪽구역의 집 선불금을 냈다. 결혼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달 그 대출금을 갚고 있다.
“결혼식장 선정이나 웨딩드레스 선택 이런 것들은 예비부부들이 얼마든지 선택하고 바꾸고 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혼수와 례물은 부모님의 령역이다 보니 쉽게 정리할 수 없어서 더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아닐가 생각한다.”
아직 미혼인 장묵은 례물과 혼수의 금액 때문에 상대방이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 경우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헤여지거나 한쪽 또는 쌍방이 양보하여 결혼에 골인하더라도 불쾌함만 쌓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당히’가 가장 어려워
“친한 언니들이나 동창들중에 결혼준비 과정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하소연이 ‘합의하에 례물을 안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예비신랑 쪽에서 례단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남설매(가명, 녀, 28세)는 주변 지인들을 보면 ‘친척들이 뭐라고 해서, 남들 보기가 어때서’ 등등의 리유로 례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례물, 례단을 생략하려는 가정도 많지만 부모님들 ‘성화’에 예비부부들까지 싸움나게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집안에서 각자 알아서 가까운 친척들에게 이불 세트를 돌리면서 현명하게 정리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기어코 예비신부에게 례단을 해와라 해서 예비부부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는 생략하자 해놓고 다시 말이 나오면 서로 기분 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결혼할 때 례물에 관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주로 남자 쪽에서 집을 준비해온다. 그럼 그 집에 들어가는 가구, 가전제품 등 살림용품은 녀자 쪽에서 준비한다. 또는 현금 례물이 한집에서 다른 집으로 갔다가 또 다른 돈이 되여 다른 집으로 돌아간다.”
남설매는 결혼의 모든 준비과정이 그러하듯 정답이 없어서 더 어렵다면서 친한 언니들 얘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고민은 깊어간다고 했다.
그녀는 “물론 내가 전통을 잘 리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여력이 된다면 많이 주고 많이 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부부의 새로운 첫걸음부터 허리가 휘도록 무리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면서 례물은 량가의 합의에 ‘적절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소견을 밝혔다. 또한 결혼과정에서 굉장히 큰 항목인데다가 돈이 오가니 민감해지기도 하고 서로 명확히 얘기하는 것이 실례는 아닐지 조심하다보니 ‘적당히’가 가장 어려워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60.8%가 ‘례물이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쌍방의 의견조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표했다.
■주고받음으로써 마음이 더 풍요로워진다
산동성 덕주시에 살고 있는 민운강(녀, 27세)은 요즘에는 례단도 례물도 많이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요즘 결혼에서 여전히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겼다.
“안 주고 안 받는 것보다는 주고 받는 게 마음이 더 풍요롭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는 혼인이 두 가정의 결합으로서 례물, 례단으로 물질적인 것이 오가면서 허례허식, 과시의 느낌처럼 변하기 쉽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기념하고 량가에 서로 례의를 표하는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표했다.
“량가에서 충분히 의견을 절충하여 그 기준을 정한다면 크게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 3년차인 민운강은 결혼 준비 당시 현지 ‘표준’에 따라 신랑 쪽으로부터 6만 1800원의 현금과 ‘금 3부 세트’를 받았다.
“예비부부 두 사람의 가치관은 물론이고 량가의 경제수준과 현지 풍속습관도 충분히 고려하여 서로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아보는 것이 합리한 것 같다고 생각된다.”
어느 한쪽이 부담을 느끼는 순간 그건 더이상 호의를 담은 선물이 아니기에 새 출발하는 첫걸음부터 무리하지 않도록 무턱대고 과소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녀는 과거로부터 이어온 례물, 례단을 비판하기 보다는 오늘날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설문조사중 51.8%의 응답자들이 례물은 시집 오는 녀자에 대한 존중과 중시도를 보여주고 45.6%는 녀자쪽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나타낸다고 답했다. 33.6%의 응답자는 례물이 신혼가정에 경제적인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명품백도 밍크코트도 없지만 잘살고 있어요”
결혼 6년차인 김연실(가명, 녀, 36세)은 결혼 준비 당시 예비신랑과 ‘당연한 것 말고 남들은 이만큼 한다는 기준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우리 상황에 맞는 결혼 준비와 결혼식을 하자’는 기준을 세우고 결혼비용에 필요한 공동비용을 각자 모았던 통장에서 거의 비슷하게 지출했다. 어머니 두분의 한복은 친정어머니께서, 아버지 두분의 양복은 시어머니께서 ‘사이 좋게’ 나눠했으며 례물은 ‘보석 세트’를 생략하고 신부 다이아반지와 신랑 시계만 교환하기로 정했다. 남들은 결혼을 하면서 례물, 혼수로 하나씩 장만한다는 명품백과 밍크코트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현금으로 환산해 현금 례물을 조금 더 보태주었다.
김연실은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정신 없었지만 소중한 추억이였다면서 돌이켜보면 사실은 량가 부모님들의 크나큰 배려와 양보덕이 아니였을가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5살짜리 사랑스러운 딸을 키우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지금은 례물 통장의 잔고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우리 신혼살림에 보탬이 되고 딸을 양육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는 참 좋은 선택이였다.” 김연실은 결혼 준비를 하면서 ‘후회’가 남을 것인지 아닌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지금은, 후회 없고 만족한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
절강성 심리건강촉진회 성원이며 항주시총공회 특별초빙 혼인련애 전문가인 릉자는 현재 례물 문제로 불화가 생기는 련인이 적지 않다면서 “례물은 현금이나 물질이 직접 오가다보니 민감할 수 있는 문제라 대놓고 명확히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계산적으로 따지게 되기 쉽고 감정이 상하기도 하며 뜻밖의 과도한 지출을 하기도 한다. 신랑과 신부가 의견을 잘 조률하는 것은 물론이고 두 사람의 기준을 세운 뒤 량가가 원활하게 의견을 절충할 수 있도록 예비부부 모두 량가의 적극적인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혼인하기로 선택했다면 금전을 감정보다 더 중히 여기는 것을 삼가고 쌍방이 충분히 협의하고 상대방의 경제조건에 따라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례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의 질문에 응답자의 49.8%는 담담하게 봐야 하며 결혼에서는 정신적 결합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27.2%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답했고 물질은 결혼의 기초가 된다고 답했다. 례물을 담담하게 봐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중 성별분석에 따르면 남성(53.8%)이 녀성(45.4%)보다 더 담담하게 보는 편이였다.
연변일보 김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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