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시 북산가두 단광사회구역 로인협회 문영재할머니
주위에 독거로인들이 늘고있다.잘살아보겠다며 타향살이 떠난 자식들은 1년에 어쩌다 겨우 한번, 그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고향집을 찾는다.“오늘은 뉘집 아무개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네”란 소문이 들릴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마음을 졸인다…
100세 시대 , 어떻게 하면 황혼을 아름답게 불태울수 있을가… 어떻게 하면 인생의 끝자락에서도 행복해질수 있을가… 매일매일 이런 생각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며 독거로인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물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연길시 북산가두 단광사회구역 로인협회 문영재(71세)할머니…
“청춘만은 영원할거라 믿었는데 나도 어느새 주름 자글자글한 할머니대렬에 끼이게 됐네요.하지만 고목에도 꽃이 핀다고 우리 로인네들도 그까짓 회춘 안된다는 법도 없지 않겠나요?”
한복 곱게 차려입고 흐느적 흐느적“도라지춤”을 추는 할머니모습에서 황혼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끽할수가 있다.
얼마전 갑상선암으로 두차례 큰 수술을 치른 환자답지 않게 문영재할머니에게서는 시종일관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과 자신감, 삶에 대한 무한한 애착이 느껴진다.
지난 2011년에 그녀가 직접 창작, 연출을 맡은 무용 “영웅의 아들딸”은 북경에서 열린 전국로령화사업위원회와 전국경로새싹보호행동조직위원회에서 주최한 “제1회 시대풍모문예대잔치”에서 특별종목상을 받아안는 영광을 누렸다.
눈이 침침하니 돋보기가 필요하고 귀가 멀어가니 목소리가 높아가고 말과 행동조차 어눌해지는 이들 로인네들이 전국에서 내노라 하는 로인협회가 대거 참석한 대회에서 주목을 받게 된데는 아픈 몸을 이끌고 연출을 도맡아나선 문영재할머니의 불타는 열정, 피타는 노력과 갈라놓을수 없다.
젊어서 룡정시 로투구진 동불사중심소학교에서 무용교원으로 있으면서 성급, 주급 “3.8 붉은기수”, 성우수교원은 물론 전국 제5차 부녀대표대회 대표,전국교육계통로력모범 등 수많은 명예를 받아안았던 문영재할머니였다.
하지만 퇴직하고 암선고를 받으면서 충격이 컸다고 한다. 게다가 자식들은 멀리 미국에가 있다보니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겹쳐 모든걸 포기하고싶은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무슨 짓을 해도 부끄럽지 않고 남의 눈치 살피지 않아도 되는 나이예요.다 늙어서 넋놓고 죽기만을 기다릴수는 없잖아요.인생황혼에도 격정이 살아있다는걸 보여주고싶었어요.”
문영재할머니는 단광사회구역 로인협회 회장직을 맡아나서면서 고독하게 하루하루 보내고있는 로인네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 부르고 춤 추며“내 멋대로”의 황혼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유쾌한 하루하루를 보내서인지 병도 완치단계란다.이제 곧 암투병도 끝날것 같다면서 싱글벙글이다.
그는 해마다 몇십차례나 되는 활동을 조직하면서 로인협회를 찾는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고독감 대신 인생 끝자락에서도 행복해질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싶단다.
협회를 찾는 독거로인들에게는 매일 전화를 해주는것도 잊지 않는다.행여 고독하게 홀로 불상사를 당할가 안타까운 마음이란다.
문영재할머니는 몇년째 줄곧 연변주영예원에 입원해있는 로인들에게 무료로 춤과 노래를 배워준다. 찾아주는 이가 많지 않아 쓸쓸한 영예원의 로인들은 그녀가 오는 날이면 온 하루 아픈것도 잊고 입이 귀에 가 걸린다. 강당에 모여 함께 춤을 추고 노래부르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다 그녀가 떠날 때면 아쉬움에 꼭 잡은 손을 놓을줄 모르기도 한다.
로년이라면 격정, 불꽃,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것이라는 편견앞에 절주 빠르고 인정 각박한 요즘 사회에서는 잊혀지기도 하겠지만 문영재할머니는 인생의 황혼앞에서 그 누구보다도 짜릿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엮어가고있다.
“내 마지막을 곱게 물들이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싶습니다”고 말하는 문영재할머니이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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