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세계로 가는 행위라면 서재는 타임머신이라 해도 좋을것이다.
뜻모를 제목의 소설들이며 묵직한 전집들이며 구멍을 뚫어 책끈으로 매놓은 간행물들이 들쑥날쑥 우중충하게 쌓여있는 아버지의 서재는 알록달록한 책들이 시리즈별로 가지런히 꽃혀있는 친구들의 책장과 비교했을 때 그토록 멀게 느껴지고 재미가 없었다.
아버지는 늘 정히 책장을 번졌고 창과 엇비스듬히 마주앉아계셨다. 그래서 늦은 오후 서재로 비쳐드는 따스한 해살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온 방안에 널널하게 늘여놓군 했다.
누군가는 책장을 통해 유치한 과시를 할 만큼 인테리어의 필수품목으로 넣는다지만 아버지의 서재는 그런 장식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창고라고 해도 좋을 만큼 책들도 낡았고 비오는 날엔 가끔씩 케케묵은 종이냄새가 나기도 했다.
오랜 세월 묵직한 책들의 무게를 견디며 서있은 책장은 또한 아버지와 얼마나 닮아있는가. 성장한 자식들이 기웃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아버지의 책장은 못박힌듯 독서를 하던 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자식에게 크낙한 재산으로 남겨지게 될것이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 주노 디아스는 “독서에 대한 열정, 내 손으로 느꼈던 책의 무게, 그리고 책으로, 희망으로, 천재성으로 가득 찬 책장앞에 섰던 어린 날의 기억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재라는 공간이 꼭 넓고 큰 공간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려진 공간, 좁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책 한권을 들고 벌렁 드러누울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당신의 서재이다.
책의 곧은 척추를 손바닥에 감싸쥐고 캔버스에 색갈을 채워가듯이 독서를 향한 열정으로 서재를 채우고 자신의 머리속을 채우고 인생을 채워나가라. 책 한권한권이 삶의 편린이 될것이다.
서재는 주인의 내면세계를 낱낱이 적은 일지이자 주인이 타인에게 건네는 미완성의 이야기이다.
연변일보 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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