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이야기]
오늘, 누군가에겐 다시 올 수 없는 내일이기도
막내의 기침이 열흘째다. 심하게 감기를 앓고 난 후 계속 기침을 한 듯 하다. 갑자기 인터넷을 뒤지며 큰 병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려 한다. 기침은 계속 해 댔는데 이렇게 길어졌구나 인식한 건 어제, 오늘 새다. 아이들 셋을 키우며 기침이 오래인건 없었기에 처음으로 배숙도 만들어 먹이고, 안 먹여 본 비파가오 약도 데워 먹였다.
나에게는 일상적인 오늘이 그 누군가에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일이 되는 그런 날들이었다. 배숙을 만들면서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졌다. 일주일이 넘어가는 세월호 뉴스들이 내 마음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뚫어 놓았다.
그간 정신이 없었다. 진도 앞바다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배가 하나 침몰되고 난 후, 내 마음은 뭐에 눌린 듯 답답하고, 뉴스를 보며 눈물 흘리고, 인재와 더딘 구조에 분통 터져하고…. 며칠째 눈이 퉁퉁 부었다. 아이들 밥을 해주면서도 건성, 뉴스 보며 울다 한숨 쉬는 날 보며 막내가 짐짓 걱정이 되는지 엄마가 그만 휴대폰 들여다 봤음 싶다 했는데도 나는 계속 들여다 보며 우울함을 키워갔나 보다. 큰 아이가 배에 탔던 아이들과 같은 나이 또래다 보니 그 부모들의 마음에 감정 이입이 너무 되었나 보다. 어디 나만 이러겠는가? 대한민국의 전 부모들이 이렇게 할 말을 잃었으리라.
어떻게,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뭐라 말하나? 그냥 마냥 슬프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올 만큼 당사자가 아닌데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만감이 교차하며 마냥 슬프다.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돌아올 수 없는 자녀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떨까? 그냥 나는 슬픈 만큼 슬퍼하기로 했다.
멀리 타국에서 조국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고에 같이 울어줄 수 있는 만큼 울어주기로 했다. 비판을 해도 바뀌지 않고, 고쳐지지 않을 현실에 절망스러우면서도 지금은 그냥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 되는 날 막을 수 없어 울고 있다. 이렇게 한참을 울다 보면 언젠가 다 울어 슬픔이 가실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또 운다. 억누르면 병이 될까봐 그냥 슬픈 채로 놓아 둔다.
어른이면서도 나에게만 빠져 있었나 보다. 카톡의 사진을 노란 리본으로 바꾼 후, 집안을 둘러보니 집 주인이 정신이 없었던 흔적이 한 가득이다. 안 좋아진 상하이의 공기 탓인지, 멘붕이 온 엄마 탓인지 막내의 기침이 내 감정의 우울함만큼 더 심해지고 있었다.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친구들끼리 뉴스 읽은 걸 교환하며 나름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몰랐다. 매사에 낙천적인 둘째도 얌전해졌음에도 나는 무신경하게 반응한 듯 하다.
우리 아이들도 모두 이 일로 두려움에 쌓여 있고, 슬픔에 싸여 어른인 아빠, 엄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있었는데 나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 모르길 바랐었나 보다. 시간이 문제였지 언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사고였음이 드러나고 있고, 총체적인 안전대책, 구제대책 부재의 모습이 어제 오늘이 아니었던지라 마음에서 절망의 소리도 들려온다.
이 모습 또한 나의 아이들이 살아나가야 할 대한민국의 모습이기에 더 절망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믿는 신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원망도 섞어 봤다. 매달려도 봤다. 답은 아직 못찾았다. 정말 한 명만이라도 구해지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바랐는지.
오늘은 아이들과 대화를 나눠야겠다. 같은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죽었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젠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할 차례인 듯 하다. 슬프게 간 승객들을 위해 애통해 하며, 살아남아도 슬프고, 지켜보고 있기도 너무도 슬픈 지금이 힘들다. 가족을 잃고, 자녀를 잃고, 친구를 잃은 분들에게 내 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위로로 보내며, 희생자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내일이었던 오늘을 울면서 걸어가 본다. 제발 내일은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변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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