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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결혼이주여성의 '모국어 살린 통역사 직업 어때요?'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23일 10시25분    조회: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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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결혼 이주 여성이라면 모국어 살린 통역사 어때요?"

소셜벤처 '온아시아'의 도전

이상선(37)씨는 열한 살 아이의 엄마이자, 중국이 고향인 결혼 이주 여성이다. 10여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서울에 터를 잡은 후 5년은 '육아'에 올인했다. "애가 좀 자라서 취직하려고 보니 나이가 30대 중반이더라고요. 회사는 20대를 선호하고 애 키우느라 4~5년 쉬고 나니 일할 곳이 없더라고요." 결혼 이주 여성이자 경력 단절 여성. 이씨는 두 가지 편견과 싸워야 했다. '뭐라도 배워보자'는 생각에 각종 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죄다 받았다. 회계, 세무, 컴퓨터, 의료 통역 이렇게 4년의 시간만 흘렀다. 이씨가 '전문 통번역사'로서 사회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작년. 결혼 이주 여성 전문 통번역사를 배출하는 소셜벤처 '온아시아'를 만나면서다. 이제 이씨는 온아시아를 통해 통번역 일을 맡으면서, 중국어 전문 통번역사로서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분들 상당수가 아이를 키우느라,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것이 어려워요. 본인들도 부담스러워하고요. 더구나 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도 어렵습니다. 이분들의 강점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아시아 언어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있었고요. 낮에는 아이를 보고, 밤에는 번역일을 할 수 있잖아요? 2~3일 정도 단기 통역도 가능하거든요. 이분들 입장에서는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것이 '일'과 '가정'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 길이겠다 싶었어요."
 
 
온아시아는 결혼 이주 여성이 전문 통번역사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소셜벤처다. 중국 출신 통역사 이상선씨, 이현선 온아시아 대표, 스리랑카 출신 통번역사 이레샤씨(사진 왼쪽부터). / 김경하 기자
온아시아 이현선(31) 대표가 '결혼 이주 여성 전문 통역사' 모델을 생각해낸 이유다. 이 대표는 경력 8년의 전문 통역사. 북경어언대 번역학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대학원 재학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통번역 단기 프로젝트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전문 통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혼자서 충분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던 이 대표가 창업에 도전한 것은 2014년. '소셜벤처 경연대회'를 통해서다.

"아는 조선족 통역사 언니가 있었어요. 중국에서는 한국어 번역하면서 일을 잘했는데, 한국에 오니 일감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는데, 한국은 달랐어요. 결혼 이주 여성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노래방 도우미까지 나간다는 뉴스도 들었어요. 전문성과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 기회조차 못 가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마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위한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아이디어를 출품했다.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아시아 각국의 차(茶)를 수입해 결혼 이주 여성이 판매하는 모델. 무역 일을 하기에 언어에도 능통했고, 고국의 차를 팔면서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소셜벤처 경연대회 창업 부문을 통과한 특전으로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우선 선발됐다.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이후 전공을 살려 결혼 이주 여성 전문 통역사를 배출하는 에이전시 모델로 피봇(Pivot·창업가들이 초창기에 세웠던 목표를 바꾸어야 할 때,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했다. 먼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영등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 스리랑카, 일본,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20여명의 결혼 이주 여성을 심층 인터뷰했다. "구상하고 있는 모델이 가능성이 있다 싶더라고요. 이들은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타국에서 살다 보니 생활력이 상당했어요. 식당이나 단순 노무 말고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어요." 전문 통역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재 풀도 만들어졌다. 교육과정에서는 발성법, 자세, 노트테이킹(통역 필기 방법) 등 전문적인 노하우를 알려준다. 지난해 말 교육에는 전문 아나운서와 모교 통번역대학원 교수까지 초빙해 수업을 진행했다.

발로 뛰며 일거리를 구해오는 것도 이 대표의 일. "전문적으로 통번역을 배운 사람들과 경쟁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국어도 능통하고, 한국어도 아주 잘하세요. 아직 경험이 부족한 분들은 '보조통역사'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럴 때는 2차로 제가 감수를 하고, 외부에 전문 감수까지 맡기기도 해요. 혼자 일하는 것보단 매우 번거롭지만, 의미 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슬로푸드 국제 페스티벌'의 통역일도 '온아시아'의 이름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날 스리랑카어 전문 번역사로 활동한 이레샤(41)씨는 "다문화센터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은 없으면서 보여주기식으로 사진만 찍으려고 한다"면서 "온아시아는 우 [removed][removed]리들의 진짜 역량을 키워주는 걸 고민해서 좋다"고 했다.

"요즘 반에 1~2명은 다문화 아이들이잖아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결혼 이주 여성분들이 학교에 아시아 언어 강사로 서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언어를 배우다 보면 편견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어요. 우리 엄마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들한테 그만큼 자랑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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