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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족이 가꾼 '샘물 한글학교'를 아시나요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29일 09시58분    조회: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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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샘물 한글학교'를 이끌고 있는 전정선(60) 교장. 그는 2008년 이 학교를 세우고 재일 조선족 2
세인 어린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일본 내 조선족 2세에 한국어 교육
 
"한중일 3국 잇는 '코리안' 키울 것"
 
"새 친구들 환영합니다! 입학생, 재교생 다같이 파이팅!"
 
한복을 차려 입고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구호를 외치는 어린이들.
 
28일 바다 건너 일본 도쿄에서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한국·중국·일본 3국을 공통 분모로 가진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무슨 사연일까.
 
이날 오후 도쿄 아라카와(荒川)구 평생학습센터에는 일요일인데도 책가방을 든 어린이들이 학부모와 함께 속속 들어섰다.
 
'샘물 한글학교'의 2016년도 1학기 입학식 겸 개학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일본어를 사용하는 평범한 아이들이지만 일부는 한복을 차려 입었고,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재일 조선족 2세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어와 일본 문화가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생각 하나로 칠판 앞에 모여 앉았다.
 
샘물 한글학교는 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문화를 가르치는 주말 학교로, 2008년 '재일 조선족 여성회'가 자체적으로 설립, 운영해왔다.
 
오롯이 자원 봉사와 후원금으로 꾸려가던 학교는 8년여 만인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로부터 '재외교육기관'으로 인정됐다.
 
이날 개학식이 특별한 의미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
 
전정선 교장(60)은 "학생 10여 명으로 시작한 학교가 어느새 100여 명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재외교육기관으로 등록된 만큼 더 많은 재일 조선족 어린이에게 체계적으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조선족이 유학 등으로 일본 이주를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이들은 일본 회사에 취직하거나 일본인과 결혼하면서 2000년대부터 재일 조선족 사회가 형성됐다. 현재 일본 내 조선족은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족이 일본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제기된 것이 2세들의 정체성 고민.
 
2세들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부모는 중국 출신 조선족, 그보다 선조는 한민족이라는 점에서 한·중·일 3국에 고루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일본어를 쓰고, 일본 학교에 다니면서 일본인에 가깝게 성장하지만 청소년기를 앞두고 남모를 궁금증을 품게 된다는 게 전 교장의 전언이다.
 
그는 "소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부모들에게 '나는 어디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보는 아이가 많아진다"면서 "이들이 한국과 중국의 언어, 문화를 접하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일본 도쿄 아라카와(荒川)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샘물 한글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2008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재일 조선족 2세인 어린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재일 조선족 여성회는 이러한 뜻에서 샘물 한글학교를 세웠고, 전 교장은 9년째 여성회 회장이자 한글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초창기 학교 운영은 녹록지 않았다.
 
마땅한 공간이 없어 도쿄 인근의 주민센터를 전전하기도 했고, 교사와 교재 등을 구할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재일 조선족 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일이었다고 한다.
 
전 교장은 "일본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 굳이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이유가 있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그럴 때마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나아가 정체성도 키우게 되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회고했다.
 
점차 입소문이 퍼지면서 입학생들이 늘어 올해 1학기 유아반과 소학반 등록생이 100명을 넘어섰다.
 
자원 봉사로 나선 교사 8명과 직원 등 10여 명이 격주 일요일마다 한국어, 한국 역사·문화·전통 풍습 등을 가르치며, 2013년부터는 중국어 수업도 추가했다.
 
1년째 교사를 맡은 재일 조선족이자 연합뉴스·월드옥타 명예기자인 박영화 씨는 "처음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지하철을 타고 멀게는 두 시간씩 걸려 수업에 오는 아이들도 있는 것을 보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점점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알고 보면 재일 조선족 2세의 뿌리엔 '가깝고도 먼' 이웃인 한국과 일본, 중국이 얽혀 있는 탓에 아직은 뚜렷한 잣대로 정체성을 규정짓기 어렵다.
 
실제로 샘물 한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국적도 일본, 중국, 한국으로 다양하다.
 
전 교장은 재일동포, 조선족, 한민족 등 다양한 이름표 중에서도 '코리안'으로 불리길 희망했다.
 
전 교장은 "우리 학생들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조부모나 친척을 만나러 한국과 중국을 자주 오간다"면서 "이들이 '코리안'이라는 뿌리를 제대로 배우며 성장한다면 장차 한중일 3국을 잇는 문화 교류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입학식에 참석한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샘물 한글학교에서 학생들이 우리말을 잘 배워서 동포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 자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좋은 결실을 거둬 제2, 제3의 샘물 한글학교가 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 교장은 올해 계획표에 새로운 목표를 하나 추가했다. 처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한국에 견학을 다녀오는 것.
 
그는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경복궁, 한글박물관, 민속촌 같은 곳을 둘러보면 아이들이 새롭게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한글학교는 117개국 1천900여 개에 달한다. 교사 1만5천여 명, 학생은 10만2천여 명이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잊지 않고자 지구 반대편에서도 등불을 밝히고 있다.
 
그중 하나인 샘물 한글학교는 아직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샘물'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작지 않다고 전 교장은 귀띔했다. '작은 샘물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바람을 담았다는 것.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의 물줄기가 흘러흘러 태평양에서 만나듯 '코리안'이 서로 소통하며 한 데 어울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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