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대미문화상 응모글 13] 시아버님 사랑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3월3일 10시19분    조회:126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시아버님 사랑
태명숙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이다.”란 말이 있다. 시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았던 나로서는 이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23살 꽃나이에 꽃너울 쓰고 박씨가문에 시집 온지도 어언 2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옛날부터 한동네 혼사는 힘들다고 했건만 나는 복받은 녀자인지 한동네 사시는 아버님의 며느리로 박씨가문에 발을 들여놓게 되였다. 만천하에 혼자서 며느리를 삼는것처럼

아버님은 동네방네 일등며느리를 삼았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며 다니셨다.

결혼 며칠후 어느날 점심무렵, 아버님은 조용히 날 불렀다. 그러더니 품에서 저금통장 하나를 꺼내 내앞에 놓으시는것이였다.

“아가야, 이 통장은 네거란다.”

“아버님, 제 통장이라니요?”

그때까지 나에게 저금통장이 있을리가 없는 나는 말똥말똥한 두눈으로 아버님을 쳐다보았다.

“내가 애기에게 주는 마음이란다. 어서 받거라.”라고 하면서 통장을 내 손에 쥐여주시는것이였다. 금방 시집 온 나로서는 그냥 아버님께서 소비돈으로 얼마간 주시는줄 알고 쑥스러워하며 받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살며시 통장을 펼쳐보았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백원, 천원? 잉? 아닌데… 내가 잘못 보았나?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얼추 동그라미가 여섯개나 들어있었다. 만원, 천문수자 만원짜리 통장이였다. 나는 놀라서 눈을 말똥히 뜨고 아버님을 쳐다보았다.

“아가야, 이건 내가 평생 모은 돈이다. 앞으로 신혼살림에 보태라.”

아버님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어정쩡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안절부절했다. 아버님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나한테 넘기다니? 나는 손에 쥔 통장을 아버님께 도로 드렸다.

“아버님, 저 이렇게 큰돈을 못받아요. 아버님이 일생동안 아껴쓰며 모은 돈인데 제가 무슨 자격으로 이 돈을 받아요? 그 마음만 받아도 전 행복해요.”

“이 집에서 네가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지. 박씨가문 삼대집 맏며느리지 않냐? 앞으로 네가 박씨가문에서 감당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에 비하면 이 돈도 많은것이 아니지. 어서 받아라.”

난 코마루가 시큰해났다. 시아버님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다소곳이 고개를 돌렸다. 농촌에서 사는 농민한테 만원이란 얼마나 큰돈이였던가!

90년대초는 전국이 만원호를 목표로 할 때였다. 농촌에서 어느 집이 만원을 벌면 떵떵거리며 부자소리를 듣게 되고 거기다가 “만원호”란 이름으로 신문이나 방송에까지 나던 시절이였다. 그러기에 만원은 농민이 한평생을 아껴쓰고 아껴먹어도 손에 한번 쥘듯말듯한 엄청난 큰돈이였다. 그 큰돈을 내 이름으로 통장에 넣어 맡긴다니…
시아버님의 며느리 사랑은 남달랐다.

결혼휴가가 끝나고 출근이 시작되였다. 내가 출근하는 직장은 진소재지에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십여리쯤 떨어진 기차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가야 했다. 그래서 결혼할 때 시집에서는 오토바이까지 사주셨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은 나의 출근시간을 맞추느라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밥을 해놓고는 나를 깨우군 했다. 내가 밥 먹을 사이에 아버님이 내가 추워한다고 먼저 나가서 오토바이시동을 걸어놓고 내가 오토바이에 앉으면 대문까지 열어주셨다.

“조심해서 운전해라!”

아버님은 어느 한번도 이 말을 잊지 않으셨다.

원체 꼼꼼하지 못하고 덤벙대는 성격인 나는 거의 매일 갖춰준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출근준비에 집안을 발칵 뒤집었다.

“내 목도리 어데 갔죠? 내 장갑은 또 어데 놓았죠? 내 양말은? 내 열쇠 못 봤어요?…”

이렇게 소란을 떨며 온 집안을 복새판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평온하던 시집에서는 우리가 결혼한 이후로 련 며칠 이런 곤혹을 치렀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내 책상우에 목수건, 장갑, 양말, 열쇠 등등이 차곡차곡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시아버님이 아침이면 허둥대는 나를 위해 사전에 준비해놓은것이다. 난 저도 모르게 부끄러워났다. 이렇게 나의 부족함은 시아버님의 자상한 배려와 사랑 속에서 차츰차츰 고쳐졌다.

달콤한 신혼생활은 빨리도 흘렀다. 결혼 삼년째에 나는 딸애를 출산했다. 어느 집안인들 안 그러랴만 그때만 해도 아들을 선호하는 시대여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을것이다. 난 차마 시아버님을 마주볼 체면이 없었다. 그런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듯 시아버님은 얼굴에 서운한 기색 하나 없이 환하게 웃으시며 먼저 말을 건넸다.

“수고했네. 에미야, 딸이 더 좋지.”

퇴원후 산후조리가 시작되였다. 아버님은 산모가 잘 먹어야 된다며 십오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이틀에 한번씩 자전거를 타고 진에 가서 싱싱한 고기와 채소를 사왔다. 산후조리하는 4개월 동안 나의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시아버님은 내가 집에서 통근하는것이 너무 힘들어한다면서 직장부근에 세집을 맡아주었다. 그리고는 석탄과 불쏘시개까지 마련해놓고 저녁도 드시지 않고 부랴부랴 우리 세집을 떠났다.

“아버님, 저녁을 드시고 가세요.”

“집에 가서 먹으면 돼. 너무 늦기전에 가야 돼. 집에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나.”

십오리 길을 자전거 타고 가시는 시아버님의 마음을 난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이 며느리가 바빠할가봐, 힘들어할가봐 밥 한숟가락 들지 않고 총망히 떠나시는 시아버님의 뒤모습을 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세간살이하던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저녁준비를 하려고 랭장고문을 열었다. 그런데 붉은 비닐주머니가 랭장고안을 가득 채우고있었다. 분명 내가 넣은건 아닌데… 갸우뚱하며 꺼내보니 깨끗하게 손질한 닭 한마리 그리고 찹쌀까지 들어있었다. 비닐주머니에는 글쪽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얘들아, 래일은 너희들의 결혼기념일이다. 축하한다! 닭을 잡아왔으니 닭곰 맛 있게 해먹어라.”

바쁘게 사느라 우리도 잊은 결혼기념일을 시아버님은 잊지 않고계셨다.

(아버님두 참…)

며느리에 대한 곡진한 아버님의 사랑, 난 자상한 시아버님의 한결같은 사랑에 목이 메였다.

시아버님은 맛 있는 음식이 생겨도 먼저 이 며느리에게, 좋은 옷도 먼저 이 며느리에게, 값 비싼 가전제품도 먼저 우리에게 돌렸다. 그리고 시아버님은 우리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것만으로도 만족해하셨다.

그렇게 시아버님은 이 며느리에게 온갖 사랑을 다 주고는 조용히 저세상으로 떠났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자식이 점점 커갈수록 느껴진다. 우리 부부도 앞으로 시아버님같이 자식들에게 사랑을 쏟을수 있을가?

맛 있는 음식을 먹어도, 남편과 함께 려행을 가도, 명절에 친척들이 단란히 모여앉아도 나의 눈에는 언제나 시아버님의 모습이 밟힌다…
 
<청년생활>잡지 2016년 2월 호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어여쁘던 새색시의 머리엔 서리가 앉았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령감은 먼저 떠나고 어느새인가 혼자가 되여버렸다. 60여년만에 황혼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 홀로&nb...
  • 2017-05-15
  • 따스한 가족애로 동심에 꽃을 피우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것도 아닌데 추억속 학교교실의 풍경처럼 너도나도 도시락 꺼내기에 바쁘다. 도시락의 모양도 가지가지. 사각형, 원형, 납작한것이 보이는가 하면 키가 큰것도 눈에 띈다. 반찬도 다양하고 먹음직스러운데 더욱 눈길을 끄는것은 도시락을 만...
  • 2017-05-15
  • 길림신문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최돈걸(장춘)   올해 7월이면 내가 고중을 졸업한 지 꼬박 60주년이 된다. 80을 바라보는 나의 평생에서 3년이란 세월이 그닥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항시 고중시절을 잊을 수 없다.   연변4고중(훈춘고중)은 1954년에 설립되였는데 당시 1, 2기...
  • 2017-05-13
  • 작업중에 있는 박태동씨. 연길시 중심에서 부르하통하가 조용히 누워있는 강변도로를 따라 동으로 가다보면 “일송정”이라고 쓴 나무간판이 발목을 잡는다. 통나무를 세로로 잘라 그 단면을 부착해 만든...
  • 2017-05-11
  • 2016년 2월, 시름시름 앓던 나는 골수종양이란 진단을 받게 되였다. 하늘이 무더지는듯한 정신적 충격과 순간마다 겪어야 하는 뼈를 깍는듯한 육체적 고통은 내 삶의 희망도 즐거움도 용기도 송두리채 앗아갔다. 육십 평생 파란만장한 인생, 기구한 운명에도 꿋꿋이 버티고 열심히 살아왔으며 누구에게 악한 일을 한적 없건...
  • 2017-05-11
  • 연길 건공가두 장청사회구역 “어머니절”활동 벌려   10일,연길시 건공가두 장청사회구역에서는“따뜻한 5월,어머니사랑에 보답하자”는것을 주제로 한“어머니절”활동을 벌리였다.   이날 장청사회구역의 사업일군과 대리자녀들 그리고 연변농촌상업은행의 자원봉사자들은 가화...
  • 2017-05-11
  •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독했던 한 조선족 교포가 검단탑병원의 무료 수술을 받고 최근 완치됐다.   한국 검단탑병원은 지난 3월 31일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내원한 중국 국적의 손(52)모씨가 3번에 걸친 대수술과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소생해 10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내원 당시 ...
  • 2017-05-11
  • 리창률 김옥자부부 길림성 백산시 혼강구 칠도강진 선명촌에 가면 완강한 의력으로 악한 병을 이겨내고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억센사나이 리창률(55세)씨와 그의 안해 김옥자(54세)녀성에 대한 이야기가 동네방네에 미담으로 전해지고있다. 리창률, 김옥자부부는 결혼해서 줄곧 농사일에 종사해왔다. 그들은 서로 아끼고...
  • 2017-05-10
  • ‘아름다운 추억’ 응모작품 (18) ◇강춘만(구태) “당신은 평생 어머님 곁에서 살아야겠어요.” 이는 안해가 밥상머리에서 늘 롱담 반,‘불만’반으로 해오던 말이였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사실 다섯남매중 막내로 태여난 나는 신통히도 어머님의 입맛을 똑 떼닮아 어머...
  • 2017-05-08
  • 백혈병 앓고 있는 김령학생 가정에 사랑의 성금 전달 상해 조인봉사단 24명 회원들 포함, 연길 대련 광주 장백 등지에서 사랑의 손길 줄 이어 최창남(오른쪽)기자가 길령학생의 가정에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기자가 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조선족중학생 김령이를 도웁시다”란 보도기사가 지면과 인...
  • 2017-05-08
  • 주방벽에 로친의 사진을 붙혀 놓고 보면서 감사하다는 90대 김수철 옹 4월 23일, 연변농학원 농학계의 “3인방”이라고 불린 김수철(93)옹, 황영수(85)옹,김륜범(82)옹이 조양천진 김수철댁에서 한자리를 하였다. 이날의 만남은 룡정의 황영수 옹과 김륜범 옹이 필자가 김수철 옹을 만나려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 2017-05-08
  •   지난 4월 29일, 기자는 청도 취재차에 이 도시 조선족층에서 각광 받고있는, 규모가 가장 큰 즉묵 백두산조선족양로원을 찾았다.   청도 즉묵시의 소구역내에 위치한 이 양로원은 4층짜리 아담한 단독 건물로 이뤄졌다. 봉페식 관리로 운영되고있는 이 양로원은 경비원이 일일이 방문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대문...
  • 2017-05-05
  • [백성이야기54] 색바랜 사진을 따라 찾은 옛 이야기  림춘애: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제일 큰 소원은 모주석을 만나는 거였지요.”   1957년 주중유고슬라비아 대사관의 연회에 참석한 중앙민족학원 소수민족학생들, 첫줄 왼쪽 첫번째 학생이 림춘애. 지난 력사의 한 장면은 문뜩 눈앞에 떠오르고 있었...
  • 2017-05-05
  • 치료중인 김령학생 “백혈병으로 앓고있는 조선족중학생 김령이를 구합시다”이는 4월21일, 백산시조선족로인협회에서 협회회원 김경웅(75세), 김영수(73세) 로인부부의 친손녀 김령이를 살리기 위해 창의한 발기문이다. 금년에 17세에 나는 김령(金灵,2000도생)이는 백산시 제9중학교 초중3학년 학생이다. 얼마...
  • 2017-04-28
  • 인생은 언제나 초보                  정련 [서울=동북아신문] 이해한다고 안다고 함부로 말했던 모든 상대에게 사과한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겪고 화를 내고 하는 과정이 얼마나 다른 건지, 요즘 초보로서 새로이 겪는 모든 것들 때문에 세삼스럽게 배...
  • 2017-04-27
  •                (흑룡강신문=하얼빈) 피금련 특약기자=4월 26일, 밀산시조선족소학교 건교 70주년에 즈음하여 중국 조선족 저명한 서예대가 최원택선생이 모교인 밀산시조선족소학교를 방문했다.   전교 사생과 어울린 축제의 한마당에서 최원택선생은 자신의 혼과 열정이 새겨...
  • 2017-04-27
  • 침구치료중인 김춘복 원장.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싶어 30대 중반에 의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마주앉아 여느때와 진배없이 담담하게 터놓는 일본 긴자(银座) 중국중의병원의 김춘복(43세)원장, 손풍...
  • 2017-04-27
  • 사람들은 가끔 하늘을 보며 “나도 저 새처럼 자유로이 날아 어디든 가고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유로이 산다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새가 부러워졌을거다. 오늘은 새처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만한 분을 쫓아가보자.   >" /> ▲아부다비 황궁  두바이 려행이 성행되...
  • 2017-04-27
  •   김경숙부부 귀향해 창업 인생의 성취감 맛본다   룡정시 개산툰진 자동촌에 위치한 삼림토닭사육장의 경리인 김경숙(34살), 김경운(40살)은 고향에 돌아와 창업의 꿈을 펼치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가면서 현재 인생의 성취감을 맛보고있다.   “부모님들도 이젠 년로하여 보살핌이 필요한데다 ...
  • 2017-04-26
  • '고향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3만 1000여원의 사랑의 물품을 전달   일본류학길에 올랐다가 지난 2015년에 고향 연길에 돌아와 창업의 꿈을 무르익히고있는 연변창의미의료기계유한회사 마성혁(38살)총경리의 소망은 고향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과 즐거움을 선물하고픈것이다.   마성혁총경리...
  • 2017-04-20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