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에 따르면 인류는 대략 4000여년전부터 콩을 재배하여왔고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초기인 2000여년전부터 장류를 만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발전하고 변하면서 오늘날의 콩으로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는 장제조법이 기본적으로 형성되였다고 한다.
장의 종류로는 토장, 된장, 막장, 담북장, 즙장, 생활장, 청태장, 팥장, 청국장, 집장, 두부장, 지레장, 생치장, 비지장, 오누이장 등 45종이 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것은 일반적으로 토장을 된장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토장이란 콩으로 만든것이면서도 간장을 뜨지 않은것을 말하고 된장은 간장을 뜬것을 가리킨다.
오늘날에는 된장 담그는 과정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룡정시 동성용진 태평촌에 사는 김길자할머니(66세)네는 25년이 넘도록 여전히 전통방법만을 고집한다고 한다. 눈 온 뒤의 맑고 깨끗한 공기, 정오의 따뜻한 해살로 집마당은 은빛가루를 뿌린듯이 반짝였고 둘레에는 대략 24만근의 장을 보관한 커다란 나무보관함이 60개 정도 줄지어 서있었다.
집 반대편에는 일명 “전통된장작업실”. 안에는 속을 꽉 채운 간장통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있었고 또 4만근의 콩을 삶을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쇠가마 4개가 떡하니 자리잡고있었으며 메주를 잘 띄워줄 나무건조대들도 보였다. 여기에 들어서니 우리 민족 지혜의 산물인 발효식품 장 담그는 과정이 하나둘 눈앞에 아련해난다. 사실 장은 콩, 밀, 옥수수, 보리, 고구마, 도토리 등으로도 담글수 있지만 그중에서 응집력이 강하고 단백질함량이 높은 콩이 으뜸이다.
콩으로 시작하는 콩의 멋진 변신. 콩, 그가 기억하는 시간은 아마도 아픈 인고의 과정이자 아름다운 성숙의 과정이다. 한번은 전통가마솥 뜨거운 장작불에 삶겨 으깨여지고 또 한번은 다시 태여나기라도 하는듯이 절구에 찧기고 빚기고 띄워져야 하니 말이다. 그렇게 송두리채로 본연의 모습을 바꿔버려야 하는 자기 숙명을 받아들이면서 맛과 색과 모양과 향기를 조용히 또 용감하게 변화시킨다.
“콩 한근이 2근 4냥 정도의 장을 만든다지. 올해에는 저 가마에 2만근이 넘는 콩을 삶아 된장을 담갔소.”
실로 정성과 정력이 따라줘야 하는 작업이다. 메주콩을 물에 넣고 여러번 충분히 헹구고 씻은 콩을 조리로 일어 건진 뒤 솥에 담는다. 콩을 넣은 솥에 불을 지펴 10시간 이상 푹 삶는데 그동안에도 사람손길이 닿아야 한단다. 솥이 끓어넘칠 때에는 된장을 한 주걱 정도 넣어줘야 하고 바닥에 눌러붙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바닥을 잘 저어줘야 한다. 예전에는 삶은 콩을 가마에서 호미로 뭉개거나 절구에 넣고 찧었지만 지금은 직접 분쇄기에 넣고 간다. 분쇄기에서 갈겨 나온 콩을 적당한 크기로 메주 덩어리를 만든 다음 말린 메주 사이에 볏짚을 켜켜이 넣어 온기가 있는 곳에서 한달 정도 띄워야 한다.
“깨끗하게 잘 말린 벼짚을 넣어주면 아미노산을 포함한 27가지의 인체에 유익한 발효균이 나와 그 풍미를 더해주지요, 또 시내집에서 띄우는 과정에 가끔 속이 재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도시 집은 수분이 적기에 기간을 보름 정도로만 하면 좋소. 그리고 쑥을 달아매놓으면 잡질의 침범을 막을수 있고…”
된장 담그기 25년 전통은 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쌓게 하였다. 십년전까지만 하여도 이 동네 장 담그는 집은 열다섯호가 되였다는데 지금은 김할머니네뿐이란다. “해마다 6월, 된장 담글 때면은 우리 령감과 아들도 다 동원하고 일군도 열명 정도를 불러서 같이 하오. 한바탕 축제지 뭐, 허허허!” 변하지 않는 손맛과 향기로 김할머니네 된장을 사가는 사람들은 주로 오래된 단골손님들이다. 콩, 소금, 물. 된장은 이 세가지 재료와 해볕과 바람, 자연의 흐름속에 메주와 소금, 물이 뒤엉키는 변화로 또 그중에서도 특히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장맛은 이뤄진다.
“요새 김치를 담그는데 움에 남겨놓을테니 꼭 와서 가져가오!”
된장, 그 살아있는 전통장맛도 장맛이지만 넉넉한 인품이 초겨울날씨를 덥혀주었다.
연변일보 류설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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