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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세 청상과부, 그리고 자녀들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1월17일 11시23분    조회:2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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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세 김영숙 할머니

ㅡ 우리 어머니(김영숙)는 1913년에 모아산 동남쪽 룡산촌에서 출생하여 17세에 4년 년상인 연길시 흥안향 대성촌(흥안촌)의 허종호와 결혼하여 3남 1녀를 낳고 32세 꽃 나이에 청상과부로 되였습니다.

ㅡ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망된 후 자식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안 보이며80이 넘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효성스레 모시고 큰아들은 렬사로, 둘째와 셋째아들은 남부럽지 않는 대학생으로 성공시켰고 웃음과 자랑으로 가정을 지키면서 증손군들까지 키워낸 비범한 어머니며 주변에서 높이 존경받는 튼튼한 세대주였습니다.

이는 일전에 도문시정협 전임부주임 허상건(75세)씨가 어머님의 104세 생일(9월 14일)을 곁들며 하는 말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허상건씨의 소개로 연길시 신흥가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형님(허상림, 연변대학공학원 전임원장)내외와 김영숙할머니를 몇번 만나 취재를 하였었다.

김영숙할머니는 생활상 기본상 자립하고 지금까지도 삼돌이(허상건씨 애명)의 술량과 손녀의 결혼을 걱정하였다.

ㅡ 어머님은 한평생 매우 근면하였고 문맹인데도 사회상식에 매우 밝으며 말씀이 아주 철리적입니다.

ㅡ 어머님은 100세를 넘겼어도10부작 텔레비드라마를 보시고 드라마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상당합니다.

이는 몇 년전 허상림부부가 필자를 처음 만나 하는 어머님얘기다.

      당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청상과부의 자녀들은 “당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며 과거사를 회포했다.

딸(허송죽, 80세);

ㅡ 어머님은 정말 강한분이였습니다. 큰 오빠(허상갑)가 15살에 참군, 해남도까지 해방한후 항미원조전선에 나가 서울전투에서 희생했다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전사했다는 렬사증을 받고서도 우리 앞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둘째 오빠(허상림)가 소학교를 졸업하니 70고령인 할아버지가 밤낮이 따로 없이 아글타글 돌아치는 며느리가 아까워서 상림이더러 공부를 그만하고 집에서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하라고 하였답니다. 그때 어머님은 할아버지 앞에 두 무릎을 끌고 앉아서 두 손을 싹싹 비비며 “가난한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한답니다”며두 아들을 기어이 훌륭한 대학생으로 키울것이니 이 며느리의 걱정은 절대 하지 말라고 빌고 또 빌었답니다. 그리고는 상림오빠 대신에 나더러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와 함께 오빠와 동생의 공부 뒤바라지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때 나는 학교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그만 두라니 너무나도 서러워서 거의 매일 밤 이불속에서 눈물을 흘렸답니다.

ㅡ 오빠와 동생은 정부에서 주는 조학금을 받으며 공부를 열심히 한데서 상림오빠는 길림공대 자동차전업을 졸업하고 장춘자동차연구소에 배치를 받고 사업하다가 어머니가 근심되여 1964년에 연변대학에 전근, 10여년간 연변대학공학원 원장을 지내다가 정년퇴직을 했고 상건동생은 중앙민족학원을 졸업하고 연변인민방국기자. 도문시민족사무위원회 주임, 시당위통전부 부장, 시정치협상회 부주석으로 지내다가 정년퇴직을 하였습니다.

ㅡ 당년에 어머님은 주변사람들로부터 “청상과부”, “렬사의 어머니”, “대학생의 어머니”, “효도며느리”, “꼬리 없는 소”, “로동모범”이라 불리였습니다. 어느 하루는 공사와 시의 간부들이 어머니를 찾아 와서 어머니를 연길시부련회주임으로 배치 하겟다고 하니 어머니는 너무 어이가 없다며“ 일자무식인 내가 간부를 한다면 남들이 웃겠다”며 무작정 거절하며 손님들을 선자리로 돌려 보냈답니다.

지난 세기 50년대에 연변에서 모주석한테 베천을 선물하였는데 그때의 선물용 베천도 우리 어머니가 정성을 담아 짠 베천이라고 합니다.

큰며느리 (김정록, 79세);

ㅡ 내가 시집을 오니 시집생활이 궁하기로 말이 아니였습니다. 정주칸에 편 까래를 세여보니 아홉쪽이였고 밥가마도 크고 작은 짝가마였습니다. 식기(食器)란 사발 몇 개에 허줄한 칼도마가 전부였습니다.

ㅡ 내가 시집을 와서 얼마 안 되여 어머님께 고무신을 사드렸더니 어머니는 늘 남이 버린 헌 ‘찌께다비’를  끌고 다녔다면서 며느리 덕분에 해방후에 두번째로 새신을 신어 본다면서 기뻐하던 일이 지금도 눈앞에 선히 떠오릅니다.

셋째아들 (허상건, 75세);

ㅡ 흥안촌에는 이전부터 나무를 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님은 한겨울에도 마을서 멀리 떨어진 북만산에 가서 땔 나무를 해서 등짐으로 날랐는데그때 씨베리아의 찬바람에 날리는 어머니의 검정치마폭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등에나무짐을 지고 두 손으로 낫을 꼭 잡고 바람을 맞서 걸어오던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리웁니다.

 ㅡ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위병으로 앓으니 어머님은 찬겨울 날씨에도 매일 집에서 조밥을 해서 가슴옷자락 속에 따뜻한 벤도를 품고 학교에(지금의 연길교통은행자리임)와서 나에게 따스한 조밥을 한술씩 먹여주던 어머니의 자식사랑을 죽어도 잊을수 없습니다.
 
청상과부의 건강장수 비결ㅡ 1

자녀들이 말하는 어머님의 장수비결이다

세째 아들(허상건);

ㅡ 사람이 일에 지쳐서 단명하거나 잘 먹고 잘 논다고 하여 장수하는 것이 결코 아닌가 봅니다. 우리 형님(허상림)은 어머니의 장수비결을 물론 다른것도 있지만 특히 어머님은 한평생 마음속에 말을 숨겨둘 줄 모르고 제때에 열변을 토하면서 자기의 뜻대로 사는것이라고 했습니다.

큰 며느리(김정록);

ㅡ 어머님의 장수비결은 욕심이 없고 늘 베푸는 것이다.

어머님은 나라에서 드리는 렬사무휼금도 쓰지 않았고 자식들이 드리는 돈도 쓰지 않고 손군들에게 나눠준다. 우리는 늘 밥상을 한상에다 차리는데 어머님은 맛있는 음식은 멀리하고 남한테 권한다. 그래서 지금은 할 수 없이 어머님께 독상을 차린다.

ㅡ 결혼후에 남편(허상림)이 가정회의를 열고 어머님한테 “이때까지는 이 아들이 자나깨나 어머님만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는 가끔씩 어머님을 생각하지 못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섭섭해 마십시오. 앞으로 내가50% 생각하고 며느리가50% 생각할것입니다.”라며 말씀을 올렸더니 어머님은 “그래라, 며느리를 잘 돌봐줘라. 너네 부부가 화목해야 나도 따라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흔히 홀로 지낸 과부들이 아들이 결혼하면 고부간의 질투로 “남자 뺏기”를 한다는데 청상과부로 지낸 어머님께서 아들더러 며느리를 잘 돌보라고 부탁하니 정말 감동되였습니다.

  셋째 며느리(장영숙);

어머니의 식사가 “과학적”이다.

어머니는 때마다 국을 먼저 드신 후에 밥을 드셨다. 식사가 고르고 소식을 한다.

어머니는 잠을 잘 잔다.

 그전에는 일에 지쳐서 잠을 잘 자는 줄로 생각 했는데 지금 보니 어머니가 원래부터 잠을 잘 자는것 같다.

청상과부의 장수비결 ㅡ 2

필자는 김영숙할머니의 건강장수비결을 자식들의 효성과 갈라 놓을수 없다고 본다.

허상림씨의 삶은 첫째도, 둘째도 어머님을 위하는것이였다.

상림씨가 고중 때 쏘련의 “명랑한 여름” 이라는 소설을 읽고 대학지망을 선택할 때자동차를 하늘만큼 높게 생각하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자동차전공을 선택했다. 그리고 결혼때 미국의 가정교양교서 “가정독본”의 “큰 가정에서 화목하게 지내온 사람이면 사회의 어디서나 남들과 화목하게 지낼수 있다” “훌륭한 가정이 훌륭한 나라를 만든다”는 내용을 읽고 어머님을 위해7남매중 여섯째며 5대19명이 한집에서 화목하게 지내는 처녀(김정록)를 선택했다.이 밖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장춘자동차연구소에 배치를 받고 지도교수의 알선으로 독일류학을 갈수있었으나 어머님을 위하여 독일류학기회를 포기하고 어머니가 계시는 연길에 전근했다.

허상림선생님의 부인 김정록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어머님과 다퉈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좀 서운했다면 지금은 며느리들이 가정을 좌우하는 “며느리시대”’인데도 지금까지도 어머니가 세대주로 되여 가정을 좌우지하는것, 그리고 어머님의 처사에 불쾌할 때면 나쁠 때 좋았을 때를 생각하고” “내가 저 나이면 어떨가?”를 생각해 보면서 “귀머거리”로 3년, “벙어리”로 3년, “장님”으로 3년을 지내면서 시집살이를 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정록씨는 “시집잘이를 잘하는 며느리 비방”을 부언했다.

“무조건 지면 된다”, “지는것이 이기는 것이다.”
 
100세 세대주의 걱정

김영숙할니의 걱정얘기다.

ㅡ 나는 언녕 60까지 살면 만족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살아 있습꾸마. 우리 며느리가 무슨 좋은 약을 썼기에 내가 죽어지지 않습둥?… 내가 먼저 죽자니 상림이 병이 걱정되구… ,
ㅡ 세째손녀는 공부를 잔뜩 해서 일본서 박사가 되여 돌아 와서 눈이 높아져 시집을 안가니 속이 타꾸마. 대상을 얻기는 그래도 연변이 헐켔는데 …
ㅡ 제 딸이 시집을 안 가는데도 대수로워 하지 않는 저 어시들이 큰 문제라니까…
ㅡ 가도에서 왔습둥? 내가 죽었는가를 조사하려고?...
 
우리의 선조들은“5복”에 부(富), 강녕(康寧), 수호덕(修好德), 수(壽), 고종명(考終命)을 내용으로 하였다.

줄여서 말하면 “건강하고 편안히 부족함이 없이 덕을 쌓으면서 자기 명대로 살다가 자연사(自然死)를 하는 것”이다.

김영숙할머니의 인생은 젊어서는 비록 경제적으로 가난했지만 마음은 부자였고 일에 지쳤지만 정신력이 강했으며 마음에 숨김없이 열변을 토하며 긍정적인 사고로 베풀면서 살아 온 인생이며 자식들의 효도와 “5복”을 만끽한 인생이라 하겠다.

 104세 청상과부가정을  취재하고 느낌한 필자의 정가정에 대한 정의다.

가정은 서로의 성실, 우정, 도움이 만나는 곳이다. 가정은 어린이의 첫 교육의 장소로 자녀들은 가정에서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사랑인가를 배운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의자, 책상. 소파가 아니라 그 소파에 앉은 어머니의 미소이다.
 
조글로미디어
글 사진 오기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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