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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돼서 시작한 일이라 힘도 딸리죠'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2월10일 09시22분    조회: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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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하얼빈) 박해연 기자="제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할수 있다는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 학원에 찾아온 학생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인숙 (55)씨는 현재 고도 서안에서 한국어를 배워주고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을 펼쳐가고 있다.

  "한국 삼성회사가 서안에 입주한대. 서안에서 한국어 학원을 꾸리면 잘될것 같아. 네가 한번 도전해보렴" 지난 2013년, 친구의 이 한마디에 그녀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서부 도시 서안으로 무작정 짐을 싸들고 떠났다. 한밤중에 밟은 서안땅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의 첫 창업은 더욱 힘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있는 지인숙원장(앞줄 가운데)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동풍을 빌고자 학원명을 '도교수 한국어학원'이라고 달고 학생모집을 본격 시작했지만 창업에서의 첫 걸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흑룡강성 오상조선족중학교에서 교사직 20년 경력으로 배워주는 일 하나는 자신있다고 선뜻 나섰는데 학생모집이 가장 큰 시련으로 다가온것이다. 인터넷, 위쳇, 버스, 신문, 전단지 등 홍보효과가 좋다는 곳에 광고를 수없이 냈지만 비용만 푹푹 나가고 학생은 한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속앓이는 하던 어느날, 한 골목을 지나다 한글이 적힌 한국식당을 발견했다. 들어가 밥을 먹으면서 한국 사모님에게 한국어학원 전단지를 식당에 붙여줄수 없냐고 말을 걸어봤다. 그렇게 식당 사모님의 도움으로 첫 학생을 모집할수 있었다.

  "첫 학생이 전화왔을때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을 뗀 그녀는 "서안에 와서 친구도 없었는데 그 학생이 첫 친구이고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서안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주로 한국 삼성 관련 회사에 취직하려거나 한국에 류학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녀는 한국기업 취직 정보와 류학 정보를 수집해 제공해주고 평소에 많이 사용하고 꼭 필요한 한국 관련 지식들을 알려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한 단어가 한국에서는 어떤 상황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한국인은 어떤 특별한 생활습관이 있고 그들이 중시하는 례의범절과 풍습들은 무엇인지를 강의하는 중간중간에 섞어 말해줬다. 또한 주말에는 김밥, 김치 등 한국료리를 함께 만들어 먹고 명절이면 한복을 입는 등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했다.

  한가지 언어를 배운다기보다 한개 나라를 알아가는것이 더욱 소중한 경력으로 빛날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기때문에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학생들에게 주기보다 조금 더디더라도 평소에 사용 가능하고 지켜야 할 부분들을 쌓아가게 했다. 그래서 도교수한국어학원은 서안에서만큼은 가장 전통적인 한국어 교육을 자부하고 있다. 따분한 주입식 교육과 차별화된 지루하지 않고 재밋게 수업을 진행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학원에는 학생이 몰려와 현재 4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9월부터 그녀는 또 '정음 우리말' 주말학교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서안의 한 조선족 회장의 추천으로 시작한 주말학교에 현재 조선족 어린이가 4명 다닌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가끔은 울면서 투정도 부리는 소학생들을 배워주기 위해 그녀는 자음과 모음을 익힌 뒤 주변의 사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단어를 기억하게 하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련습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년령대 어린이에게 맞는 눈높이 교육을 위해 매주 간식을 챙겨가고 스티커를 장려하는 등 다양한 교육기법도 활용하고 있다.

  "부모님들이 우리 말을 하기 시작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자랑스러워하고 아이들도 주말학교에 오면 즐거워하니 나도 뿌듯하다"고 말하면서 그는 "앞으로도 우리 문화를 이어가는 일이라면 많이 하고싶다"는 바램을 전했다. "할머니가 돼서 창업하다보니 체력이 딸리는 감을 받을 때가 많고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다"는 그녀, 배움에 나이가 없듯이 꿈을 이루는 길에도 나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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