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벽에 로친의 사진을 붙혀 놓고 보면서 감사하다는 90대 김수철 옹
4월 23일, 연변농학원 농학계의 “3인방”이라고 불린 김수철(93)옹, 황영수(85)옹,김륜범(82)옹이 조양천진 김수철댁에서 한자리를 하였다.
이날의 만남은 룡정의 황영수 옹과 김륜범 옹이 필자가 김수철 옹을 만나려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한테 연변농학원의 “불로송”, 조선족의 “리시진”인 김수철교수의 감동적인 사적을 제공하려고 특별히 동행했단다.
김수철교수님의 주방벽에 붙혀진 로친의 사진
지금 김수철교수님은 2700여종에 달하는 “길림성식물지”를 출간하고저 로친을 딸집에 보내고 홀몸으로 조양천 세집에서 고군작전을 하고있다.
11시 20 분경, 세분교수님들의 하고픈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에 “경복궁”(식당명)에서 점심을 잘 대접하겠다는 김수철교수님의 말씀에 필자가 김교수님이 일부러 아침시장에 나가서 점심준비를 했다는데 이 좋은 분위기속에서 교수님이 마련한 대접을 받자고 건의하자 주객 모두가 “서로가 허물이 없는데…”며 주방간 일에 솜씨가 있다는 황영수 옹이 김수철 옹의 시킴에 따라점심상을 차렸다.
이날 술상에서 오가는 로교수님들의 생활담에서 필자는 종래로 들어 못보고 읽어 못 본 “가정수양”교육을 받으며 감사도 하고 자책도 하였다.
술잔을 부딪치며 된장술을 한모금 쭉 ㅡ 마이고 나서 김수철 옹이 하는 말씀이다.
“우리 로친이 아무런 장애나 허물도 없는 건실한 자식 4남1녀를 낳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그 중에 불구자가 하나만 있다면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껬소? 아무리 명망이 높은 교수나 국회위원도 불구자식이 있다면 마음이 편하고 가정이 행복할가요?”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로친에게 감사한 마음이오. 그래서 로친의 사진을 주방벽에 붙혀 놓고 보면서 늘 감사해 한다오”
김수철 옹의 말씀에 자식이 2녀 1남이라는 황영수 옹, 자식이 2남이라는 김륜범 옹이 김교수님의 말씀이 철리라고 하면서 수철교수님을 명실공한 “불로송”이고 가정병을 치료하는 “리시진”이라고 하였다.
김수철 옹의 계속되는 얘기다.
“우리의 혼사는 두 집 부모들이 내가 낳기 전에 정했다오.”
하고 또 해도 끝이 없는 “3인방”의 인생담
“로친(맹영자)이 문맹인데다가 나보다 년상(94)이여서 처음에는 곡절도 많았구,,,”
“지금 보면 정말 다행이오. 로친에게 농촌녀성의 매력이 있고 거기에 문맹이다 보니 리론적으로 나의 학술을 반박할 일이 없으니 얼마나 편안하고 화목한지 모르겠소. “
“나는 80년대 현대문명에 오염되였지만 로친은 현대문명에도 오염이 안된 록색로친이지요, …”
“록색로친”이라는 신조어에 모두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음보를 터뜨렸다.
“막둥이 딸(김혜란,62)이 없었더라면 어쨌을가?”
김수철 옹은 막내로 딸이 있으니 얼마나 좋냐며 딸이 돈벌이로 한국에 갔다가 년로한 어머니를 잘 모시겠다며 돌아와서 지금 로친을 모시고 있다며 기쁨의 실눈으로 술잔을 들었다.
김수철교수님의 유모아적인 말씀에 필자는 몇 년전 김수철교수님의 가정취재 때 로친모녀간에 오가던 얘기가 떠 올랐다.
딸 김혜란의 말이다.
“문화적 차이가 많다 보니 전에는 부모들이 곡절이 많았답니다. 어머니는 17살에 시집을 와서 아버지 공부 뒤바라지를 했다는데 아버지는 그 것도 모르고 엄마를 싫다고 했답니다."
“우리 아버지는 따거다를 세개나 팽개쳤슴다. 령감이 어디에다 전화를 하면 어머니가 어느 녀자한테 전화를 치느냐며 하도 밝혀서…"
“과거에는 아버지가 리혼을 하자고 야단쳤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리혼을 제기 합니다. 령감이 옷을 잘못 입었다거니, 양말이 어지럽다거니 잔소리를 하면서…”
딸의 말을 어머니가 말막이를 한다.
“더럽다, 따거따(大哥大)를 가지고 어디다 전화를 치겠으면 치라지, 차라리 그때만큼 젊었으면 좋겠다. 다른 로친을 만날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로인들이 핸드폰을 《쑈지》라는데 맹할머니는 학자의 부인답게 따거다라며 딸의 말을 반론했다.
“젊어서 구속을 받았던 부인들이 늙으면 보복을 한다더니 지금도 아버지가 성격이 강한데도 어머니가 늘 먼저 도전합니다.”
실로 흥미진진한 과거사였다.
이날 세분교수님들의 오가는 인생담에 감복된 필자는 고령로인분들의 기쁨의 주량을 걱정하면서 존경의 술잔을 부어 올렸다.
오기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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