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의 서재를 엿보다
매주 금요일 점심이면‘책 마니아’멤버들은 이곳 상상독서실에서 만난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독서토론 모임들이 많이 생겨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에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분명 점점 줄고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같은 책을 함께 읽고 다양한 생각을 나눠보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커진 것 같다.
지난 5월의 어느 해살 좋은 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함게 읽은 책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 있어 그 토론현장을 찾아가봤다.
장해연씨가 운영하는 ‘상상독서실’(연길시 중앙소학교 부근)에서 매주 금요일 점심마다 토론모임을 갖는다는 ‘책 마니아’북클럽, 클럽 멤버 10여명이 인문학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독서토론 모임이라고 할수 있다. 멤버들은 같은 책을 읽으면서도 해석은 각자 나름, 독서 내공이 부족한 이들은 이른바 고수들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책 읽는 방법’을 배워나가기도 한다.
‘책 마니아’의 시작은 어느 한번의 일반인 대상 강좌로 진행했던 독서토론교육에서 출발했다. 강좌가 끝나고 수강생들이 뜻을 같이 해 만든 모임이다. 지난해 년초에 첫 모임을 시작해 현재까지 20여권에 대한 독서토론 모임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독서토론 모임이 책을 읽고 각자의 소감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생각을 공유한 후 친목 모임으로 이어지는데 반해 ‘책 마니아’의 독서토론은 책을 정독해야만 가능한 수준의 찬반 토론까지 이루어진다.
‘책 마니아’ 멤버이자 ‘상상독서실’ 주인장인 장해연씨는 “얼크리스틴 얼라이로의 《나는 나부터 사랑하기로 했다》를 함께 읽고 있다”며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여럿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새롭게 리해되는 부분이 많다. ‘책 마니아’는 내게 책을 읽는 동기가 된다”며 공독의 쓸모를 이야기했다.
‘책 마니아’ 북클럽은 함께 읽을 책은 임의로 선정된 발제자 마음대로 정한다. 이로써 타인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독서가 가능해진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독서모임이야 꽤 되지만 이 모임은 좀 특별한 모임이다.
대부분의 독서모임이 휴일이나 저녁 퇴근시간을 내서 이뤄지지만 ‘책 마니아’모임의 구성원은 직업을 갖고 있는 멤버도 있지만 평일 점심 낮시간에 진행되는 모임인 만큼 대부분이 직장인이자 저녁시간을 자유롭게 낼수 없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이다.
그들의 모임을 잠간 들여다본 것뿐이지만 그들이 어느 모임보다 진지하고 열띤 토론을 열고 있음을 알수 있다. 멤버들은 한권의 책을 놓고 늘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반론을 펼치기도 하면서 단순히 책을 많이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한다.
자신은 놓치고 지나갔던 구절을 누군가는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면서까지 몇번이나 음미하며 읽어 내려 간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안내로 책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하고 몇번이고 곱씹어 본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서로 공유하며 자신과 다르게 해석한 낯선 이의 세계를 배우고 자신의 세계관을 키워가는 시간이라 멤베들에게 짧은 점심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책을 찾아 읽고 그 여운을 오래도록 즐기며 유지하는 것이 저희 회원들의 꿈입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독서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독서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고요. 좋아하는 공통분모가 책이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매주 한번 만나는 시간이 늘 기다려집니다.”라고 털어놓는 나영맘,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오늘 처음 모임에 합류한 서연맘은 “육아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가 하다가 이 모임을 찾게 되였습니다. 책도 읽고 같은 립장에 있는 멤버들과 소통도 할 수 있으니 앞으로 나에게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할 것 같네요.”라고 말한다.
‘책 마니아’가 독서가 부담스러운 사람, 독서의 필요성을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제격인 모임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다는 김영화씨, “천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얼마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책읽기를 무척 즐기지만 여유가 없어 미루기만 하다가 우연하게 이 모임을 알게 됐다. 멤버들과 함께 책도 읽고 토론을 하는 시간이 배속 아이한테도 더없이 좋은 태교가 되는 듯하다.”고 털어놓는다.
오로지 독서라는 같은 취미가 있다는 리유로, 책이 이들을 묶어놓는 ‘끈’이 되여 생겨난 모임이니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쉽게 리해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보이는 듯 하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남미란씨도 “엄마들에게도 단순히 육아정보를 나누는 모임이나 친목모임이 아니라 제대로 틀을 갖춰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엄마가 되고자 하며 이 모음을 통해 자아가 충족되는 느낌이다.”라고 모임 참여소감을 밝혔다.
책 읽기를 하는데 굳이 함께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책 읽기는 분명 혼자서 하는것이지만 소통의 부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진솔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바람직함이 틀림없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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