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려행’은 그 누구에게나 랑만이다. 다만, 훌쩍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넉넉한 자들의 사치’라는 통념때문에 자동으로 포기되기가 일쑤다.
긴 려행을 준비하는 80후 조선족 부부가 있다. 래달 연길에서 출발해 몽골, 신강, 서장, 네팔, 인도, 터키 등 숱한 행선지에 발자욱을 찍게 된다. 장기적인 체류일테니 짐은 가급적 줄일 생각이다. 7살배기 아들애도 동행한다.
떠남에 조건을 덕지덕지 부여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들의 가족려행은 낯설고도 신기한 풍경일테다.
인터뷰이는 고향 연길에서 ‘가가루’로 통하는 강가영(30세)씨. 플리마켓(벼룩시장) ‘어장’이 가영씨가 유명해진 시발점이였다. 그것은 예쁘고 단정한것에 길들여진 심미관을 훅- 하고 흔드는 등장이였다. 말괄량이 삐삐에서 요염한 마담으로 가영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변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만 신선하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어장속 그녀의 ‘복고사진관’은 복고와 엘레강스가 기묘하게 혼합된 공간이였다. 주렁주렁 걸려있는건 그녀를 설명해주는 패션잡화들. 물건들도 주인을 닮아 독특하고 난데없다. 취향대로 선택해 코디한 뒤 가영씨가 그 복고스러움을 사진으로 박아준다. 가영씨와의 투샷을 요청하는 구경군들도 꽤 많았다. 이 코너는 한때 어장의 꽃으로 존재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남 의식하기’에 촉수를 바짝 세우는게 요즘의 주류라면, 가영씨는 조금 다른 모습이였다. 그 비주류적인 취향은 가영씨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한 단편영화 [새벽 세시(2015년)]에서 투영되고있다. ‘가가루잡화점·카페’를 4년간 오락가락 경영해온터라 소품에 대한 안목 또한 남다르다.
“어장에 대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죠. 그러나 이번 려행이 그 연장이에요.”
불확실한것으로의 초대... 장거리려행
사람들 대다수가 돈도 시간도 넉넉하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이들 부부도 례외는 아니다. 시간부자이긴 고사하고 아들애의 입학시기까지 반납해가며 떠나는 려행이다. 게다가 주머니사정도 시원치는 않다.
려행은 누군가에겐 현실에 대한 도피로 기능한다. 화려한 불빛 아래서 마시는 와인은 고달픔을 망각하게 하고 아늑한 호텔침대는 물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장거리려행일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안전한 공간, 예측 가능한 관계를 벗어나 불확실속으로 몸을 내던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장거리려행이란 ‘사서고생’의 또다른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영씨가 습관적으로 길을 떠나는 리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다.
운남에 반년을 머물렀나하면 서장을 오토바이로 석주씩 횡단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안해봤던 일에도 어쩔수 없이 도전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례를 들어 길을 가다보면 짐이 무겁게 느껴지는데 이때면 ‘난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가져온거지?’ 같은 물음표가 생겼다가 급기야는 ‘진짜 필요한건 뭘가?’ 등으로 질문이 진화한다.
그 반추의 끝에는 이틀을 맨 얼굴로 다녀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것, 생소한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도움을 요청할 만큼 자신이 담대하다는것, 화려한 빌딩보다 낡고 어지러운 옛골목에 가슴이 더 설렌다는것 등 깨달음이 붙는다. 의식하고 비교해서 생겼던 생채기는 그렇게 치유된다.
그녀의 려행일기속 한단락을 공유한다.
“며칠이 지나고 내 삶을 바꿔줄 거창한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깨달은게 있다. 화장품을 비롯해 기본이라며 당연시했던 생필품 대부분이 사실불필요하다는것이다. 죽도록 돈을 벌다보니 심신이 고달파지고, 일탈하다보니 술을 마셔야 했고, 그러면서 더 못생겨졌다. 다시 이뻐지고 싶었다. 분칠하려고 보니 또 돈이 필요했다. 그렇게 자아착취모드로 다시 돌아간다… 악성순환이다. 사실 날 웃게 만드는건 돈과는 관계없는것들인데.”
그들의 려행은 래달 10일쯤 시작된다. ‘가가루’ 려행잡화점(위챗매장)도 그때부터 운영된다. 발걸음이 멈출 때마다 행선지를 닮은듯, 가영씨를 닮은듯한 소품들이 륙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구매를 원할 시 위챗으로 결제하면 된다.
려행이란, 삶과 앎 사이를 넘나드는 입구일지도 모른다. 저편에도 악몽이나 스트레스는 존재할것이다. ‘가가루’ 가족의 건투를 빈다. 안부도 자주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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