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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 75] 아, 잊을 수 없는 ‘동춘호’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15일 08시34분    조회: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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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

◈ 류춘옥(일본)

‘동춘호’는 우리의 고향이였고 우리의 친인이였으며 우리의 꿈이였다

 

‘동춘호’에 첫 컨테이너를 실었던 류춘옥 부부

2008년 10월 31일은 나의 40년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되여있는 날이다.

 

그 날은 4개국을 련결하는 훈춘-자르비노-속초-니이가타 국제련합륙해운송 시운행으로 중국 훈춘에서 실은 우리의 컨테이너가 성공적으로 일본 니이가타항구에 도착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 국제련합륙해운송 항로는 2005년에 제안된 후 중국 길림성과 한국 강원도, 로씨야 연해주, 일본 니이가타현 정부 및 여러 기업들 그리고 학술계의 대대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참여로 2008년 10월에 시운행에 성공하였다.

그 때 항로의 중임을 책임진 려객화물선 이름이 ‘동춘호’였다.

2006년 7월, 중국과 로씨야 량국 정부의 지원으로 국제화 고급 과학기술단지를 길림성에 세우면서 주로 식품가공, 목제품 제조, 료식서비스업 등의 분야에 집중되였고 그 뒤를 이어 2007년 11월 길림성정부가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훈춘일본공업원’ 설립을 허가하고 첨단전자, 자동차부품 가공수출, 방직의류 등의 산업발전을 추진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 물결에 따라 남편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에 로씨야의 목재를 재료로 하는 일회용 나무저가락 공장을 훈춘시경제합작구 보세구역에 세우고 생산한 제품을 일본에 가져다 판매했는데 이 항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몇년 동안 훈춘-대련-동경항구로 물류운송을 해왔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부부가 일본으로 류학 와서 공부하면서 사업도 함께 진행하던 시기였던지라 항로 시운행 소식을 듣고 고향의 새 항로 건설에 작은 힘이나마 꼭 보태고 싶다는 남편의 고집하에 ‘동춘호’에 우리의 컨테이너를 싣게 되였다.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남편의 꿈은 졸업하면 고향인 연변에 돌아가서 고향건설에 몸을 이바지하는 것이였다. 그 리유로 대학교에서 열심히 입당도 하였고 졸업 후 잠간이나마 조직부에서 학습도 하였다.

하지만 류학을 통해 더 배워 학위를 가진 후 보다 나은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갈 것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결국은 2000년에 일본으로 오게 되였다.

고향에 미련을 둔 남편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자나깨나 늘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공장을 꾸릴 때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금삼각’으로 불리우는 고향 훈춘보세구역을 선택했다.

남편은 중국, 로씨야, 한국, 일본 이 4개국 국제륙해운송 프로젝트를 두고 너무 기뻐했다.

2008년 10월 27일, 나와 남편은 훈춘의 우리 공장 컨테이너 출고작업을 위해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직접 훈춘으로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가 근심이 되여서 일본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28일에는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를 해가면서 무사히 컨테이너에 물건을 실어 내보내고 이튿날 또 급급히 일본으로 돌아왔다. 동경에 회사가 있었던지라 비행기에서 내리던 참으로 400키로메터 거리의 니이가타를 향해 직접 차를 몰고 떠났다. 이틀 동안 꼬박 길에서 헤매면서 31일 날 새벽에 겨우 니이가타항구에 도착했다.

잊을 수 없는 10월의 마지막 날, 하늘도 제법 높고 파아란 기분 좋은 가을날이였다. 갈매기 날아예는 가을의 부두가에 서서 풋풋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남편과 함께 항선을 고대하던 하루, 지금 돌이켜보아도 가슴이 설레인다.

남편의 꿈을 싣고서 망망대해를 헤쳐올 ‘동춘호’를 기다리는 그 심정, 괜히 떨리면서 말로 표현 못할 기대감 속에서 하루를 서있었다.

지치고 힘들고 외로웠던 지나온 류학생활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성공 없이는 돌아갈 수가 없다는 자존심과 두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청춘을 대가로 학업과 사업에 불태워온 세월들이 마치도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였던 것 같았다. 남편과 손잡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꼭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 거라고 서로를 위안했다.

오후 4시가 되니 바다 저쪽 끝에서 고동소리 울리며 오매불망 기다리던 ‘동춘호’가 그림처럼 나타났다. 서서히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동춘호’를 보면서 나와 남편은 부둥켜안고 환성을 질렀다. 일을 나간 엄마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들처럼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저도몰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가슴이 저려왔다.

돛을 내리고 부두가에 배를 정착시킬 때 ‘동춘호’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시던 연변주정부와 훈춘시정부의 령도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고향의 발전을 위하여 몇십년 동안 항구개발에 최선을 다해오신 위대한 분들이셨다. 일본땅에서 친인을 만난듯 더없이 반가왔고 뛸듯이 기뻤다.

시운행이였기에 ‘동춘호’에는 우리 컨테이너 하나 뿐이였다. 그래서 더 떨리고 더 감격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사처에서 번쩍번쩍, 찰칵찰칵하는 카메라와 함께 우리 컨테이너는 두시간 남짓해서 무사히 물류창고로 이동되였다.

이 성공적인 시운행을 4개 나라에서 동시에 저녁시간 뉴스로 내보내면서 열렬한 축하를 보내주었다.

중국에서 오래동안 구상해온 ‘두만강대계’의 원대한 꿈과 더불어 훈춘지방정부의 아낌없는 노력하에 ‘동북아의 향항’으로 막을 여는 력사의 한페지로 기억되는 격동의 순간이였다.

중국, 일본, 한국, 로씨야의 국제화 협력의 시작인 만큼 가까이에서 그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한, 태여나서 처음 느껴보는 파도 같은 설레임이였고 지금 생각해봐도 숨이 가빠오고 코마루가 찡해나는 ‘동춘호’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세계를 향한 우리 고향의 훌륭하고 위대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함께 울고 웃던 잊지 못할 추억이다.

고향의 꾸준한 노력으로 비약적인 국제사회에로의 발전과 뜻깊은 성장을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해주던 ‘동춘호’, 일본에 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큰 꿈과 새로운 희망을 실어다 준 ‘동춘호’, 타국에 있더라도 태여난 고향과 키워준 조국을 잊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라고 당부해준 ‘동춘호’, 비록 부모형제들과 잠시는 떨어져있지만 그 외로움과 슬픔을 새로운 동력으로 바꿔 꿈을 향해 전진하라는 ‘동춘호’, 힘들고 지쳐서 쉬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지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동춘호’,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성공을 기쁘게 응원하고 지켜본다는 ‘동춘호’. ‘동춘호’는 우리의 고향이였고 우리의 친인이였으며 우리의 꿈이였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수시로 전해오는 우리 고향 발전의 좋은 소식들은 항상 가슴을 뿌듯하게 한다. 힘들 때면 항상 그 날의 감동을 회억하면서 자신을 위안하고 꿈을 위해 채찍질한다.

바다를 건너 우리 옆으로 따뜻하게 다가와주던 ‘동춘호’처럼 일본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돛을 올리고 더 큰 꿈을 향해 오늘도 쉬지 않고 항행하고 있다.

이국땅에서도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고향의 얼굴로 될 수 있도록, 또한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련다.

언젠가는 고향의 튼튼한 기둥이 될 수 있도록 4개국만 아니라 전세계를 누비며 세계 방방곡곡을 이어가는 ‘동춘호’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힘찬 래일을 향해 떠난다.

훈춘-자르비노-속초-니이가타 4개국 국제련합륙해운송 시운행을 담당했던 ‘동춘호’ 선박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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