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76] 왁찐 사러 천리길 달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21일 00시00분    조회:133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

◈김춘식(한국)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고 있지만 개에게 물려도 광견병 왁찐을 사지 못할가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병원, 위생방역소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아니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왁찐을 사려고 동분서주했던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때는 1987년 여름이였다. 그 때 나는 흑룡강성 연수현 중화진에 살았는데 겨우 다섯살 난 아들애가 하도 강아지를 기르자고 졸라 친구 집에서 갓 젖을 뗀 강아지를 안아왔다. 물론 흔히들 말하는 똥개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어느 하루 저녁, 마당에서 놀던 애가 쿨쩍이며 들어왔다.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똥을 누다 그만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렸다고 했다. 그래서 급급히 바지를 벗기고 보니 과연 이발자국이 두개 있었다. 보나마나 장난이 심한 아들놈이 똥을 누면서도 강아지를 괴롭힌 것이 분명했다.

우리 부부는 애 상처를 비누물로 씻어주기는 했지만 섬찍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사는 이 진에서도 개한테 물려 광견병에 전염된 사례가 있어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진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 상처를 보던 의사가 지금 진에서는 왁찐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튿날로 현위생방역소나 현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였다. 상처를 소독하고 소염제 주사를 한대 놔주는 것이 전부였다.

애가 걱정돼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나는 이른아침에 뻐스를 타고 현성으로 나갔다. 그런데 현인민병원에도, 현위생방역소에도 왁찐이 없다고 했다. 우리를 맞은 현위생방역소 의사는 전 현을 다 뒤져도 왁찐을 찾지 못할 것이니 할빈시에 가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소 몇개를 적어주었다.

그 길로 나는 애를 업고 할빈으로 향하는 뻐스에 올랐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통해 3시간이면 족하지만 그 때는 뻐스, 기차를 갈아타야 하기에 다섯시간도 더 걸려야 했다.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할빈에 도착한 나는 시간이 급한지라 택시를 잡아타고 적어준 주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약이 없다고 했다.

네번째로 찾아간 곳은 어느 의학연구소였다. 그런데 그 의학연구소에도 왁찐은 없다고 했다.

나를 맞아준 의사는 광견병 왁찐을 생산하는 공장이 전국적으로 길림성의 장춘시와 안휘성의 합비시 두곳 밖에 없으니 애를 데리고 직접 장춘의 모 연구소를 찾아가라고 했다. 산해관 이북 즉 관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개에게 물리면 모두 장춘에 가니 그곳에 가면 꼭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하도 초조해하니 의사는 개에게 물려 48시간 내에 주사를 맞으면 되니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장춘 모 연구소의 상세한 주소를 적어줬다. 생면부지인 나에게 그처럼 관심을 베풀어주는 의사가 너무 고마워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장춘역에 도착하니 새벽 세시였다. 마침 광장에 택시들이 있어 모 의학연구소를 아냐고 물었더니 광견병 주사를 맞으러 왔냐고, 방금전에도 손님을 실어다 주었으니 걱정 말고 어서 타라고 했다. 지금 쯤이면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기차역에서 택시로 십여분 거리 밖에 안되는 가까운 곳이였지만 정작 도착하고 보니 이미 수백명이 두줄로 늘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제일 앞에 선 사람들은 이미 어제밤 열두시부터 대기중이라고 했다.

오전 8시가 돼서야 환자들을 맞기 시작하는데 앞에 선 사람들이 하도 많아 좀처럼 우리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 날 나는 애를 데리고 꼬박 열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0여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였다. 8월의 땡볕도 무서웠지만 애를 건사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장난이 심한 아들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내가 잠간만 눈길을 팔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면 뒤사람에게 자리를 부탁하고는 여기저기로 찾아다녀야 했다.

그런 아들놈이 하도 싫어 한바탕 욕을 퍼부었더니 어린 놈이 울먹거렸다. 순간 아픈 놈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품에 안아줬더니 아들놈은 서러웠던지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그런 아들놈이 불쌍해 나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점심때가 되자 애는 또 잠이 와서 칭얼거렸다.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고맙게도 자기네가 자리를 지켜주겠으니 애를 가로수 밑에 데리고 가서 좀 재우라고 했다. 나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바로 근처에 있는 장사군에게서 양산을 사들고는 그늘을 찾아 앉았다. 내 옷을 펴고 자리에 눕히자 아들애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끝내 12시간을 견지해 오후 세시 반이 돼 주사를 맞힐 수 있었다. 10여원 밖에 안되는 싼 약이였지만 1인당 한통으로 제한돼있었다.

애에게 광견병 왁찐 주사를 맞히기 위해 옹근 사흘 동안 천여리 길을 달렸던 그 때 그 일이 지금도 내 눈앞에 선이 떠오른다. 아들 위해 마음 졸이는 나를 위안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던 의사, 간호사들이 지금도 고맙다.

아들에게 왁찐 주사를 맞히느라 하도 혼났기에 나는 집으로 오는 길로 강아지를 남에게 줘버렸다. 아들애도 그 후로는 감히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20년이 지나 또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될 줄이야.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들애가 친구네 집에서 애완견을 얻어온 것이였다. 퍽 내키는 것은 아니였지만 이미 성인이 된 아들애를 이래라 저래라 꾸짖는 것도 아니다 싶어 묵인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달 기르다 보니 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였다.

왁찐 때문에 고생한 나지만 이제 와서는 애완견을 기르면서도 별다른 걱정이 없다. 애완견에게 이미 예방주사를 놓은 것도 있고 또 요즘 세월에는 왁찐을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하니 생활이 편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왁찐 사러 천리 길을 오가는 일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천갑록씨(61살)는 신발수리공이다. 돋보기를 넌지시 코에 걸치고 능숙하게 실을 꿰는 천씨는 흰 운동화를 손에 들고 해진 곳을 바느질한다. 여기저기 해져서 볼품없던 신발이 천씨의 꼼꼼한 바느질로 금세 새살이 붙으면서 말끔한 모습을 보인다. 천씨는 2년 넘게 연길시 북대 대우화원 아빠트 입구에 자리를 지키고있다. ...
  • 2013-07-31
  •    올해 62세인 서숙자는 10년전 연길시 저압전기기구공장에서 퇴직한후 지금 북산가두 단영사회구역에서 로후를 장식하고있다.    2005년부터 북경에 있는 딸 집에서 생활하며 열심히 신문열독을 하면서 가치있는 자료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하였다.    “지나간 일들을 누가 ...
  • 2013-07-29
  •             일전에 연변두만강애심협회에서는 불우한 장애인가정 학생들에게 사랑으로 넘치는 달콤한 하루를 선물했습니다. 연변지체장애인협회에서 추천한 김이령, 우희봉, 허충량 등 12명 학생들은 두만강애심협회에서 조달한 조학금과 학용품을 받았습니다. 두만강애심협회 윤희백회장님...
  • 2013-07-29
  • 왕청현려명예술단 단장 리주성씨의 로후생활 새로운 무용곡을 구상하고 있는 리주성씨. 가야하반에 자리잡은 연변주 왕청현에는 퇴직한후 장장 11년동안 아무런 보수도 없이 오로지 민족예술에 대한 사랑과 집념으로 천부적인 장끼를 서슴없이 발휘하여 조선족예술을 계승, 발전시켜 연변은 물론 동북3성에서 《민간예술가...
  • 2013-07-29
  • “무더위에 환경청결을 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사회구역 간부들이 따라준 녹두물을 마시고 마음이 더없이 개운하고 시원해졌으며 더위가 확 날아간것 같았습니다.” 이는 연길시 공원가두 원성사회구역에서 청결공으로 일하고있는 52세 리서진씨가 청결도중 원성사회구역 간부들이 갖고 온 녹두물을 마시고 ...
  • 2013-07-25
  • “시내가 부럽지 않습니다. 우리 농민들도 ‘공인’처럼‘쌍발’해 월급 타거든요.” 함주원씨는 아담하고 정갈한 마을풍경과 시설, 경영체를 일일이 가리키면서 “땅도 부치니까 이중수입이다보니 우리 마을 사람들이 호강스럽게 살아간다”고 자랑한다. 함주원씨는 민속관광, 특...
  • 2013-07-25
  • 8년간 사회구역 주민들을 위해 충실히 일해온 간부가 있습니다. 그가 바로 연길시 건공가두 연화사회구역 당총지서기 대지품입니다. 요즘 연화사회구역 경찰아파트단지에서는 단지출입구에 자동문을 설치하느라 바삐 보내고 있습니다. 원래 아파트단지는 자동문이 설치안돼 관리에 허점이 많았는데 사회구역 당총지서기 대...
  • 2013-07-23
  • 연길시 조양천진 승리사회구역 철남에 거주하고있는 올해 71세인 최인숙은 전국로력모범의 본색을 잃지 않고 퇴직후에도 20여년을 하루와 같이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있다. 일찍 개산툰 철물상점에서 과장으로 사업하면서 20만원이란 놀라운 영업수입을 올린 최인숙은 1985년에 전국로력모범으로 표창받았다. 그후 조...
  • 2013-07-22
  • 백혈병소년 박명혁, 따뜻한 성원속에 두번째 화학치료도 무사히 마무리 두번째 화학치료후 병실문을 나서서 걷다가 힘들어 쉬고있는 박명혁학생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앓는 애와 저희 가족에게 희망을 가지라는 내용의 메세지와 함께 련속부절히 입금해주고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의 은혜를 잊을수 없습...
  • 2013-07-22
  • 《우리는 나라 발전의 견증인이며 유공자이다》   이때가 얼마나 좋았던가?...1963년도에 찍은 왕청현제5중학교 졸업생사진 1963년 7월 10일은 왕청현제5중학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날이다. 지난 7월 14일, 도문립봉산장에서 반백년만에 처음 이 학교 당년졸업생기념파티가 있었다. 파티의 조직자인 문영수, 강봉...
  • 2013-07-18
  • 한국 벽제농협과 안도현 만보진 홍기촌이 자매결연을 맺고 17년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있다. 지난 6월말, 자매결연 17돐을 맞아 또다시 홍기촌을 찾은 한국 벽제농협 리승엽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은 촌민들과 함께 즐거운 만남을 가진후 홍기촌발전기금과 만보소학교발전기금, 마을 54명 학생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 2013-07-18
  • 연길시 신흥가두 민화사회구역에는 지은지 20여년이 되는 한 아빠트가 있는데 하수도가 자주 막히는바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있었다. 2011년에 민화사회구역의 일군들이 애를 써서 겨우 하수도를 소통시켜놓았는데 금년에 또 문제가 발생하였다. 민화사회구역 일군들은 부득불 한집에서 30원씩 거두기로 하고 집집을 찾...
  • 2013-07-18
  • 하늘이 내린 선물 —안도 만보진 홍기촌의 세쌍둥이(8살, 지미선, 지미자, 지송군)가 모두의 갸륵한 마음 그대로 자라 이제는 동심의 꿈을 한껏 펼쳐가는 어엿한 소학생이 되였다.   “학교생활 신이 나요”   11일, 특대홍수후 새로 닦은 시원한 도로를 따라 골목안으로 아담하게 들어앉은 안도...
  • 2013-07-18
  • 왕청현 제18차 민족단결진보표창대회에서 선진으로 표창받은 오기철.(사진 김룡기자) 일전에 연변주 왕청현 배초구진당위에서는 복림촌 촌민 리옥희(李玉喜)가 보내온 감사신을 받았다. 감사신에는 배초구진 복림촌 촌민위원회 주임 오기철이 자기 안해가 중병으로 생명이 경각을 다투는 관건적인 시각에 선뜻이 나서서 남...
  • 2013-07-17
  • 란간 보수작업을 하는 오기송씨(왼쪽사람).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연길의 명물이라 불리는 부르하통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인다. 문뜩 그 사람들 사이로 탁 트인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외로운 쪽배 하나가 손에 잡힐듯 시선을 잡아끈다. 뭘 하나 유심히 봤더니 상류쪽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들을 긴...
  • 2013-07-17
  • 7월 14일, 길림시설봉문화협회의 행사가 길림시 송화호 기린애섬에서 있었다. 협회 회원 40여명이 아침길을 줄여 한시간 반가량 가도가도 끝이 없을듯한 수림속 산길을 뚫어 도착한 송화호 서남변 선착장, 또다시 배를 타고 찾은 곳은 기린애섬이다. 송화호 기란애섬에 도착 산수가 어우러져 그림같은 선경에 잠시 잃었던 넋...
  • 2013-07-16
  • 2006년 3월 27일에 뇌경색이라는 불청객이 나한테 또 찾아왔다. 이날도 친구와 둘이서 술한병을 마셨는데 이번에는 오른손을 잘 쓸수 없었다. 2년전의 경험이 있는 지라 그 길로 병원에 갔더니 이번에는 왼쪽 뇌혈이 막혔다는것이다. 평소에도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비오기 전날 심장이 아파나는데 고통스러워 가슴을 주먹...
  • 2013-07-15
  • 어머니와 함께. 왕청진에 거주하는 김순자는 ( 올해 72세) 지난해 43년전에 갈라진 아들 전진석을 만나게 되였다. 김순자는 1963년에 결혼하여 1965년에 아들 진석이를 봤는데 남편과 감정이 맞지 않아 1967년 2월 28일에 법적리혼을 하고 아들애는 남편이 키우기로 했다. 김순자는 애가 보고파 애와 갈라진 두달후인 4월 ...
  • 2013-07-15
  • 최근 몇년간 흑룡강성 목단강시 조선족축구협회에서는 민족 축구 발전과 화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단강시조선족축구협회에 따르면 이 협회는 2011년 동북조선족축구련의회로부터 목단강대표처로 임명되면서 새롭게 탄생하였다.지난 세기 80년대 목단강시조선족축구협회가 설립된적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여...
  • 2013-07-12
  • “마을일이라면 발벗고나서는 '걱정도감'을 신문에 내줄수 없습니까?” 10일, 화룡시 투도진에서 아침 일찍 뻐스를 타고 본사 사무실을 찾은 김학송(80세)로인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걱정도감은 화룡시 투도진 신북촌의 김송웅(73세)로인으로서 화룡시 공안국에서 사업하다 퇴직한후 마을과 이웃들을 위...
  • 2013-07-11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