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91] 유 정 세 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6일 00시00분    조회:206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리오로(장춘)

유정세월에 보낸 고중시절 류수촌 동창들과 함께. 뒤줄 중간이 필자 리오로.

교하시 로야령 상봉에다 뿌리박고 서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수천쌍 옥답을 적셔주고 수만명 생령들의 생명수가 되여 흘러흐르다 송화강수와 합수하는 강, 이 강이 바로 망우하(牤牛河)이다

내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낸 고향이 이 망우하 중류에 있는 류수촌(柳树村)이다.

이 류수촌은 원래 영길현 강밀봉구에 속했는데 지금은 길림시 룡담구 강북향에 속해있다.

우리 조선족들은 일찍 일제 략탈에 살 수 없어 조선에서 이곳으로 와서 버들방천을 논으로 개간하고 마을을 세웠다. 버들이 많다고 마을 이름을 류수촌이라 지었단다. 처음은 완전조선족마을이였지만 후에 두부방, 마차부, 간이매점 등 한족 몇집이 들어오면서 혼합마을이 되였다.

나는 아홉살 나던 해인 1943년 12월에 조선에서 이곳 류수촌에 왔다. 그 때 이미 마을이 있었고 일본소학교도 있었다. 그러니 이 마을이 생긴 것은 썩 이른 시기였을 것이다. 조선말 한마디만 해도 자대로 종아리매를 맞았다. 그런 학교를 반년 다니다 광복이 되여 일본인 선생들은 다 가버리고 마을의 유지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과서도 없는 조선말 수업을 했다. 가갸거겨도 가르치고 한문도 가르치고 수신이라는 과목으로 도덕상식 같은 걸 배워줬다.

이 학교가 조선어로 강의하는 학교가 되고 정부에서는 연변에서 정식교원을 두분이나 청해왔다. 그러나 4학년까지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5학년부터는 리가툰 소학교나 강밀봉소학교에 다녀야 했다.

마을 복판에 있는 이 학교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터이기도 했다. 학교주위에 느릅나무, 백양나무들이 무성해서 한여름철 그늘 좋은 휴식터가 됐다.

농한기에는 돼지 오줌깨에다 바람을 불어넣고 가는 짚 새끼로 둘둘 감아서 축구공으로 찼다. 방학하면 학교마당에서 자치기도 치고 씨름도 하고 농악무도 추고 나무 아래 그늘에서 관악대도 연주를 했다. 학교운동장은 마을 사람들의 아주 즐거운 놀이터이고 휴식터였다.

그 시절 물질생활은 궁핍했지만 온 마을이 한집처럼 화기애애하게 서로 도우며 정답게 살았다.

일년에 한번씩 강밀봉구에서 체육운동대회를 하면 그 날은 온 마을의 잔치날이다. 남녀로소를 막론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다 운동대회로 간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운동대회에 가는 마을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는 점심 음식을 준비해가지고 소수레에다 싣고 운동대회로 간다.

1949년 중국신민주주의청년단 강밀봉 리가촌 제2지부 설립 기념. 뒤줄 오른쪽 첫 사람이 필자

우리 마을은 주민 호수가 51가구인데 중학생수는 54명이나 되였다. 그러다 보니 강밀봉 체육대회에서 우리 마을이 축구, 배구, 륙상에서 모든 상을 싹쓸이했다. 나도 여러 항목에서 일등을 하여 벼가을 낫만 다섯자루를 탔다. 그 외 빨래비누, 세수비누, 치약 같은 상을 많이 타서 상 못 탄 분들에게 나눠주었다. 길림시 중학교 운동대회에서도 100메터 1등을 하는 나인지라 상을 많이 탈 수 밖에…

운동대회 총결이 끝나면 우리 마을 관악기가 울리고 춤판이 벌어진다.

강밀봉에서 우리 마을까지는 15리 길이다. 선수들을 소수레에다 태우고 어른들은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마을까지 온다.

그 날 저녁은 학교 운동장에 온 마을 분들이 다 모여 밤새기를 하며 춤추고 논다. 먹는 것이라야 기껏해서 막걸리, 김치, 깍뚜기 뿐이였지만 그렇게 즐겁게 그렇게 정답게 그렇게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며 밤을 새웠다.

망우하는 물이 맑기로 가재가 사는 일급수였다.

물고기로는 메기, 붕어, 잉어, 야레, 버들치, 장어… 없는 고기가 없고 꼬마 녀자애들도 강에 들어가 메기를 잡는 맑은 강이였다.

물고기는 봄이면 새끼 까러 물 우로 올라오고 가을에는 과동 준비로 깊은 물속으로 내려간다.

내가 고중 1학년에 다니던 방학 때다. 어른들은 강물을 자갈로 막고 발을 놓아 고기를 잡았다. 나와 지윤이더러 밤에 강에 나가 발에 걸린 고기를 건지라고 했다.

모기에 물려가며 저녁 내내 발에 걸린 물고기를 물초롱에다 주어담았는데 팔뚝 같은 메기, 어른 뼘 한뼘이 넘는 붕어… 없는 것이 없었다. 아침에 보니 물고기가 네바께쯔나 되였다. 우리는 긴 막대기로 묵직한 바게쯔를 꿰여 메고 마을로 들어왔다.

생산대 대장이 집집마다 다니며 잡아온 물고기를 똑같이 나누어준다.

그 물고기에 깃든 인정, 대장도 고기 한마리 더 안 가져가던 사리사욕이 없는 유정의 세월, 한집처럼 서로 도우며 뭉쳐살던 유정의 세월, 호박을 하나 삶아도 서로 나누어먹으며 살던 유정의 세월, 이제는 어디로 갔나. 이렇게 흥성하고 정 많던 마을이 지금은 세호에 다섯사람만 남았다. 적막강산이 되고 말았다.

아-아-! 유정세월이 그립구나!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기획 [한국친구 길림체험]— 쌀의 이야기 (2) 구태편(하) 전통 쇠가마에 성공한 쌀밥, 실패한 누룽지 안내원이 전람관 2층에서 리모콘을 누르자 건물의 북쪽 창문에 걷혀져있던 커튼이 한번에 량쪽으로 쫙 젖혀지더니 초대형 유리 창문 밖으로 일망무제한 황금물결이 한눈에 안겨왔다. 일행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 2021-08-27
  • "사랑으로 가는 길"프로에 등장한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의 막바지에 연변텔레비죤방송국 스튜디오에서는 ‘사랑으로 가는 길’ 프로 제239기 촬영이 한창이였다. 그 현장에 연변가정연구소 문화봉사자들이 주역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은 연변조선족자치주자선총회와 함...
  • 2021-08-11
  • --퇴직 후에도 꾸준히 사회봉사를 이어가고 있는‘뢰봉식’부부 박철원,김봉선의 이야기 박철원, 김봉선부부는 퇴직 후 ‘연길시 뢰봉학습 10대 선진'으로 표창받았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을 락으로 삼고 퇴직 후에도 꾸준히 사회봉사를 이어가면서 여생을 불태...
  • 2021-08-06
  • 한 평범한 공산당원 최청숙선생의 고백 봉사와 헌신으로 공산당원의 본색을 지켜온 나날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는 최청숙선생 지난 2020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역정이 제일 엄중할 때 어김없이 월급을 받아 안게 된 퇴직교원 최청숙선생은 가슴이 뭉클해냈다. “아니, 이토록 어려운 처지에서도 당과 정부에...
  • 2021-08-04
  • 쓰레기 더미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면서 생활하던 80대 로인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왕청현 천교령 삼림공안국 청송파출소에서는 ‘애민사랑 실천 방문 활동’을 전개한 가운데 관할구역 내 아파트 단지 주민들로부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악취가 나 주민들...
  • 2021-07-13
  • 4월 15일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 날만 되면 그 때 당했던 비행기 추락 사고가 떠올라 마음이 복잡하고 미묘하다. 사고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나는 인생의 일대 전변을 가져왔다. 운명은 나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었다. 나는 훈춘 태생이다. 7살 되던 해 우리 집은 도문 월청으로 이사갔다. 고중을...
  • 2021-07-01
  • 《길림신문》은 ‘사랑+릴레이’라는 타이틀로 매달 부동한 주제로 계렬 공익행사 진행, 행사에 참여한 분들에게 사랑의 선물을 전하며 사랑 릴레이를 이어가려 합니다. 지난달 ‘사랑+릴레이’-‘고마움 전하기’ 주제로 진행된 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가운데 기타 따뜻한 사연...
  • 2021-06-22
  • 머리글: 중국조선족은 중국공산당이 백여년전부터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준 호칭이며 혜택이다.중국조선족은 신민주주의 혁명시기로 부터 항일전쟁,해방전쟁시기에 이르기까지,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시기로부터 개혁개방,사회주의현대화 건설시기에 이르기까지 중국공산당의 령도하에 전국의 여러 민족 인민...
  • 2021-06-10
  • ‘6.1' 국제아동절을 맞으며 길림 백산방대그룹에서는 백산시조선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을 위문하고 명절의 축복과 함께 장학금과 도서 등을 전달했다. 백산방대그룹 녕봉련(왼쪽)리사장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5월 26일, 백산방대그릅 당위서기이며 리사장 녕봉련과 이 그룹의 10여명 당원, 청년지원자들은 민족단결...
  • 2021-05-31
  • 수박할머니 (西瓜奶奶),연변의 1세대 ‘왕훙’이라 칭하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분이시다.   모멘트와 미니블로그(微博)가 성행하던 시절, 지금의 ‘왕훙’들만큼 얼굴이 많이 알려진 수박할머니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결코 SNS덕분이 아니였다. 바로 연변축구였기에 가능했다.   ...
  • 2021-05-29
  • 5월 21일, 심양시 황고구 명북사회구역 ‘당창건 100주년 경축’ 계렬활동 일환으로 명렴로조선족로인협회는 당사학습과 더불어 ‘자신의 사상인식 이야기하기’ 활동을 진행했다. 89세 리의숙 로인은 자신의 입당이야기 등을 통해 초심을 수호하는 중국공산당원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리의숙 ...
  • 2021-05-25
  • 30여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제자들을 졸업시켰다. 제자들과 떨어진 후 련락이 있든 없든 때로는 기억의 편린들이 떠올라 그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의 이런 부질없는 로파심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문뜩문뜩 제자들이 나의 위챗을 노크한다.   며칠전 늦은 저녁, 딩동- 메세지가 도착했다. 상해에 ...
  • 2021-04-20
  • [수기72]교장선생님이 들려준 추억의 홍색교양이야기 기억이란 어제 있었던 일도 가물가물 잊혀질 때도 있지만 몇십년이 흘러도 색바래지 않게 생생히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한해다. 요즘 우리 당 력사를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떠오르는 한가지 추억, 그것은 40여...
  • 2021-04-19
  • 항미원조 전쟁터에서 로획한 미군의 숟가락을 오늘까지 70년 넘게 사용해오고 있는 로전사(90세)가 있다. 포성이 천지를 진감하던 그 가렬처절한 전쟁년대 생사고락을 같이 하던 전우들이 그리워 오늘도 하루 세끼 식사를 이 숟가락으로 해야만 마음이 편하다는 로전사, 그분이 바로 장춘시 정월고신기술개발구에서 만년을...
  • 2021-04-14
  • [수기] 그 시절 그 동네 그리고 정 많은 사람들 김순희 추운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날을 맞이한 이 때 나는 가끔 창가에 기대여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손에 손군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에 손군들의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는 장면을 내려다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근 60년전의 천진란만했던 그...
  • 2021-04-07
  •     우리에게 설은 최대 명절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고향을 찾아가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고 함께 모여 도란도란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명절입니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영상으로 안부를 묻고 설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코로나시대를 겪으면서 우리에...
  • 2021-02-19
  • [연변애심어머니협회]“청소년 꿈터” 설맞이행사   음력설을 앞둔 2월 8일, 연변애심어머니협회(회장 방선화) 사무실은 명절분위기로 북쩍거렸다. 아침부터 각자 집부엌에서 애심표양념에 어머니손맛을 더해 달달 지지고 볶아 만든 맛갈스런 반찬들을 량손 가득 걸머쥔 협회 회장들과 부장들이 륙속 사무실...
  • 2021-02-09
  • [수기 ]‘주소 없는 편지’ 허동철 지난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조카 허매화(연변전업국 고급 회계사)한테서 삼촌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연집강뚝 부산돌솥밥집에서 만나뵙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는 약정한 시간에 똑 같이 도착했습니다. 점심 밥상을 마주하고 조카는 썩 오래전부터 별렀다면서 만나고저 한 ...
  • 2021-02-07
  • 글/ 일본 김미란   김미란: 遼東大学 생물학부 졸업, 도문시 제1고급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현재 일본 金澤企画国際株式会社에 재직중   애들 학교 때문에 도쿄로 이사해 오던 때가 이른 봄이었는데 벌써 늦가을에 들어서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세월이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이 종종 든다.  하지만...
  • 2021-01-29
  • 12월 24일 한국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 프로그램에서 우수상 수상-   1952년 12월 중국 화룡시 출생, 현재 천안시 두정동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나는  60대 후반에 들어선 할미꽃입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흥취가 있어서 소학교에 입학...
  • 2021-01-29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