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101]개암 세알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9월12일 00시00분    조회:136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9)

▩김룡운(교하)

학교 열람실에서 필자 김룡운선생님

나는 산에 오르내리기를 좋아한다. 왜냐 하면 나는 동년을 산골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60년대에 아버지가 그 좋은 장춘 도회지를 버리고 우리 자식들을 이밥이라도 실컷 먹이겠다며 하향하여 두메산골에 가서 짐을 부리웠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산골애로 되였고 산골은 나의 제2고향으로 되였다.

나에게 동년은 금쪽같이 귀한 시절이였다. 나는 늘 산골의 오솔길을 걸으며 희망을 길러왔었다. 푸르르고 싱싱한 대자연, 산골짜기로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또 멀리 들판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오곡의 물결…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기 좋아했다.어머니께서 밭으로 가시면 밭으로,고사리 꺾으러 가시면 고사리밭으로, 고무신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어머니께 엉덩이가 벌겋게 부어나도록 맞고도 따라나섰다.그리고 아버지께서 개암밭으로 가셔도 버릇 대로 조르르 따라나선다.그러면 아버지는 “거긴 애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야. 벌레도 있고 뱀도 있어…”라고 타일렀으나 막무가내였다.막내 귀염둥이라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나의 손목을 잡으신다.

지렁이 기여간듯한 오솔길을 따라 산비탈에 이르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강냉이밭이 펼쳐진다.강냉이밭 아래쪽에는 억새로 이은 자그마한 농막이 있는데 그 농막 주인이 바로 아버지이다.아버지께서는 팔뚝 같은 강냉이 한이삭을 따서 불에 구워 나의 손에 쥐여주고는 배낭을 지고 개암밭으로 사라지신다.나는 그 강냉이를 들고 하모니카 불듯 이쪽 저쪽 입을 옮겨 뜯어먹으며 농막에서 시간을 보낸다.강냉이 반이삭을 채 먹기도 전에 초가을의 따뜻한 해살에 정복되여 평화로운 잠에 곯아빠진다.

문득 무엇인가 바지가랭이 속으로 써늘하게 기여드는 느낌에 화뜰 놀라 잠을 깨여보니 커다란 구렁이였다. 기겁한 나는 “으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농막 밑으로 굴러떨어져 곤두박혔다.그 때 다친 상처는 지금도 오른쪽 정강이에 흉터로 남아있다.구렁이는 그래도 내가 애라서 그런지 물지는 않았었다.

아버지께서 한짐 지여오신 개암을 쏟아놓으면 한마당이 된다.우리 형제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납죽한 돌 하나씩 차지하고는 개암을 깨여먹는다.흰 런닝 앞자락이 퍼렇게 물들도록 깨여먹고는 강가로 나가 물오리가 된다.

시간이 썩 흘러 차츰 철이 들고 어른이 된 내가 개암밭을 주름잡아 한짐씩 지고 오면 나의 애들이 욱 몰려와서 개암을 맛있게 먹어댔다. 당년의 나와 너무 흡사하다. 인젠 자식들도 커서 사회로 진출했다. 벌써 난 손자를 보았으니 다 산 셈이다. 작년에 한국에 있는 딸애가 아기를 업고 놀러 왔었다. 발발 기여다니는 손자애를 데리고 놀기란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락이였다. 기여와서는 나의 품에 팍 안기는 그 모양에 더없는 행복감을 느끼군 했다. 손자애는 발발 기여가 광주리에 듬뿍 담긴 개암을 한줌 쥐고 와서는 내 손에 놓는다. “할배, 머어.” 보니 세알이다. 손에 넘치도록 쥔 것이 세알이다. 나는 개암을 데구르르 굴려놓았다. 손자놈은 또다시 쥐고 와서 내 손에 놓는다. 아, 개암 세알. 나는 추억 속에 사로잡혔다.

언젠가 농짝에서 책을 뒤지다가 궤짝 시렁에서 흰 손수건에 싸인 개암 세알을 발견했다.

“여보, 이 손수건에 싸인 개암 세알은 뭐요?”

“바로 몇십년 전 당신의 추억이래요.”

안해는 곱게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 아, 나는 그제야 생각이 났다.

1986년 8월 25일 이날은 나의 평생에서 지울 수 없는 날이다. 개학 교수안 준비를 마친 나는 오후에 행장을 차리고는 애들이 잘 먹는 개암을 따러 나섰다. 헌데 뒤에 따르는 이가 있어 돌아다보니 한직장에서 근무하는 두 녀선생이였다.

“김선생님이 산발을 잘 타는데 우리 둘을 데리고 가세요, 네?” 남들의 우격다짐에는 겁내지 않지만 녀성들의 감언리설에는 꼼짝 못하는 나인지라 하는 수 없이 응낙하였다. 원래 나 혼자 가면 앞산 기슭에서 짐을 채울 수 있었으나 셋의 짐을 채우려면 좀 먼산에 가야 했다. 우리는 ‘검은 산’ 쪽으로 향했다. ‘검은 산’은 나무숲이 울창하고 항상 검푸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였다.

날은 찌뿌드드하고 곧 비가 내릴 상 싶었다. 반짐 쯤 차자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하지만 녀성들이란 그렇지 않았다. 온 바 하고는 꼭 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을 데리고 ‘3형제유리산’에 들어섰다. 3형제유리산은 세 산의 모양이 비슷하고 투명한 차돌이 난다고 하여 3형제유리산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이 산에 들어서지 않는다. 왜냐 하면 둘레로 서있는 이 3형제유리산은 모양이 비슷하여 방향 잃기가 일쑤이기 때문이였다. 이곳에서는 자칫하면 돈화 땅에 떨어지고 자칫하면 무인지경 남골에 떨어지고 또 자칫하면 이치강자 탄산자골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 세갈래가 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니다. 단 한갈래의 길이 집으로 통하는 길인데 종잡기가 쉽지 않다.

한참 따다가 보니 비가 구질구질 내리기 시작했다. 해라도 있으면 방향을 잡을 수 있겠지만 검은 장막에 안개까지 뒤덮여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산등성이에 오른 우리는 더는 갈 수가 없었다. 땅거미가 지며 밤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장밤을 산등성이에서 지새워야 했다. 구질구질 내리는 비는 밤새껏 틈을 주지 않고 줄곧 퍼부었다.

하느님 맙소서, 오늘 다행히도 이 구질구질한 밤을 셋이 같이 지새우니 말이지 만약 이중에 어느 한 녀성과만 지낸다면 이 몸을 한강에 던지더라도 내 사타구니에 붙은 흙만은 깨끗이 씻어낼 수가 없게 될 것이였다…

비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지루한 밤은 끝내 물러가고 동녘하늘이 희붐해지며 비는 멎고 차츰 붉은 해가 동산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해살은 부채살처럼 골짜기를 비추었다. 나는 부지중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얘야,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급해 말고 물곬을 따라 내려야 한다. 물곬을 따라 내리느라면 내도 나타나고 강도 나타나고 차츰 동네도 나타날 것이네라.”

우리는 물곬을 따라 내렸다. 과연 멀지 않은 곳에서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소몰이군을 만나 그가 구워준 강냉이를 게 눈 감추듯하였다. 소몰이군은 우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과연 타동네인 탄산자 골짜기에 떨어진 것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간밤에 동네에는 란리판이 났었다. 밤새껏 확성기에다 불어대고 동네 사람들이 동원되여 온 산판을 헤매였다고 한다.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동네사람들이 고맙기만 하다. 태원이, 홍식이, 상철이, 춘택이 그리고…

“할배—”

손자의 부름소리에 나는 사색에서 깨여났다. 손자의 손에 쥐여있는 개암 세알, 나의 영원한 추억-개암 세알. 나는 다시금 개암 세알을 흰 손수건에 꼬옥 싸서는 농 속에 넣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흑룡강신문=하얼빈)김은화 북경특파원=2017년 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 민족교육발전기금 장학금 수여식이 지난 27일 오후 중앙민족대학 문화로에서 열렸다.     민족교육발전기금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며, 일반적으로 '본과/석사/박사 조학금', '개별상', '학부 최고 성적상'과 ...
  • 2017-11-01
  • 연길항곤북위42°온천에서 주최한 제1회 “항곤북위42°온천컵”골프년도총화경기가 10월 29일 연길해란강골프장에서 있었다. 연변지역 각 골프협회에서 온 16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이날 경기에 참가해 유쾌하고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원들 사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들을 만들었다. ...
  • 2017-11-01
  • 2017년 녕안 해림 향우 친선 운동대회 성공 개최   해림,영안 향우회팀이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천하제일미 향수입쌀과 풍경이 수려한 5A급 경박호 풍경구를 자랑하는 녕안시, 임해설원, 흰눈의 고향으로 명성을 떨친 해림시, 이 두곳에서 칭다오에 진출한 고향사람들...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김금단(심수)     아빠트 서재에서 서쪽으로 심수-산두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매번 고속도로를 바라보노라면 폭우로 혜주에서 심수로 가는 퇴근길이 막혀버려 혜주 담수와 심수 룡강행 고속도로를 세번이나 오가며 고속도로 옆의 집을 찾지 못해 애 태우던 일...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8) ◈지중찬(룡정) 옛 은사님들께 가족이 함께 큰절을 올리다 “은사님들 건강하십시오!” “은사님들 오래오래 앉으십시오!” 이는 몇년 전 제가 저의 가족들인 안해와 아들딸, 손자, 손녀 등 9명을 이끌고 저의 소학시절의 13명 은사님들을 룡정시 비암...
  • 2017-10-31
  • 중학교로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제1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나였지만 일본 땅을 밟은 지 두달이 되도록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달 만에 귀는 조금씩 열리는 듯 했지만 소리가 대담하게 나오지 않았다. 뱅뱅 도는 생각을 일단 머리 속에서 일어로 번역한 다음에 떠벅벅 중얼거리는 정도였고 상대 일본인의 반응에...
  • 2017-10-30
  • 리홍매특파원의 일본 인상기(1) 1996년 1월, 남편의 류학길을 동반하여 네살 난 아들애를 데리고 일본에 가게 되였다. 북경 경유로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첫 인상은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너무 더웠던 인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1월이면 고향에서는 엄동설한이다. 그 해 겨울에는 가죽외투가 류행이여서...
  • 2017-10-26
  •      (흑룡강신문=하얼빈) 요즘 인터넷에서는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부모들의 한탄을 담은 유머가 미친 듯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5학년까지 숙제를 했더니 심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하고나니 그래도 내 명이 중요하지 숙제 따윈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함.&rdqu...
  • 2017-10-25
  • 훈춘 귀향창업거리 청년창업의 보금자리로 훈춘 청년창업거리에서 창업하는 청년들.   전사회적으로 귀향창업의 고조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창업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이며 형성된 훈춘시 청년창업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훈춘시정부 동쪽, 광무국 처장청사가 위치한 작은 골목길 어구에 이르면 ‘청년골목...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7) ◇리종석(영길)   필자 리종석 부부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뜻밖의 일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나도 맹장염 수술까지 해서 두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사람이다.   5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수술자리를 볼 때면 수술 당시 장면...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6)   ○ 김설연(길림) 백리향은 높은 산 해볕 잘 드는 바위에서 자라 진한 향기를 백리까지 뿜는다. 사람도 백리향처럼 주위사람들에게 그윽한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20여년 전 일이다. 내가 시집온 몇해 사이에 두 시동생이 줄줄이 장가가다 보니 우리는...
  • 2017-10-19
  • 고향 몇년만에 어쩌다 한번씩 돌아가는 고향은 모든것이 정다웠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햇빛은 찬란하게 공기는 시원하게...물은 강바닥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깨끗하다. 황금빛 파도가 넘실대는 대지는 풍년을 자랑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이 몸을 반기고 있었다. 푸른하늘과 힌구름, 아직 초록이 남아있는 산천과 황...
  • 2017-10-1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5) ◇황영성(장백)  최삼룡평론가(우), 리혜선작가(좌)와 함께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활동중 압록강변에서(가운데 사람이 필자 황영성). 1998년에 연변작가협회 제7차 대표대회가 연길시에서 열렸는데 나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였다. 그 회의에서 김학천이 주석으로...
  • 2017-10-09
  • 청도시조선족기업가협회 김창호전임회장 변함없는 모교사랑으로 기부문화 꽃피운다     (흑룡강신문=하얼빈) 27일, 탕원현조선족중학교에서는 '김창호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하고 장은혜, 정인걸, 리연, 함태동 등 1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발급했다. '김창호장학금'은 청도시조선족기업가...
  • 2017-09-29
  • 칭다오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 개강   개강 첫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한 힘찬 응원을 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김명숙 기자=칭다오가정행복문화원에서 주최한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가 20일 개강했다.   어머니행복성장학교는 현숙한 아내, 진정한 어머니로 되기 위한 실천학습을 통해 남편...
  • 2017-09-29
  •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려행’은 그 누구에게나 랑만이다. 다만, 훌쩍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넉넉한 자들의 사치’라는 통념때문에 자동으로 포기되기가 일쑤다.   긴 려행을 준비하는 80후 조선족 부부가 있다. 래달 연길에서 출발해 몽골, 신강, 서장, 네팔, 인도, 터키 등...
  • 2017-09-27
  • 무모해도 괜찮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최다현(녀 29세):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가 있다. 북경 모 대학에서 미디어학과를 전...
  • 2017-09-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3) ◆렴창응(유작)  테니스장에서 만년의 박달인생을 수놓던 렴창응 옹 1948년 3월 15일 룡정 련합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집에 돌아와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5.1, 5.4절을 맞으면서 전 현 사회 축구경기를 하게 되였다. 학교 축구대 대원이였던 최증석이...
  • 2017-09-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2) ◇황성환(돈화) 1948년 23세 때 전공 경축대회에 참가해 남긴 기념사진 작년 8월 20일은 나의 90세 생신날이였다. 나의 딸이 각방 노력하여 돈화시 홍기대가 서울식당에서 30여명 친척 친인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였다. 예전에는 ‘자고로 70고래희’라 하...
  • 2017-09-25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