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
초야
지인중에 부탁 고수가 있다.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도 굳이 친구중 한놈을 시키는데, 부탁받는 친구들도 누구 하나 짜증내지 않고 일을 깔끔히 마무리짓는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자신의 일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뒤로 미루기 일쑤인 친구들이 왜 그 친구 부탁만은 "성지"로 받들가고? 결론은 두가지였다. 관건 시각에 이 친구 저 친구 쪽 놓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마음씀씀이가 첫번째고 일이 성사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성격이 두번째다. 한마디 더 보태면 그 친구 언제나 처음처럼 한결같다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처사가 그저 옳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가 다 자신이 할수 있는 일을 자신이 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친구 이야기를 꺼낸건 한 사람이 이런 저런 부족점이 있더라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일처사가 일관적이고 주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나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는 불변의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 지인은 자신의 수필에서 "먼 인생길에서 혼자일 때도 있지만 사람들과 손잡고 마음을 나누며 걷기도 한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가 슬그머니 옆길로 새버리는 사람, 휙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 넘어뜨리고 가는 사람, 끝까지 동행할 줄 알았는데 서운하게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요즘같이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늘 그 자리에 있어 주는 사람은 참 귀하다."고 갈파했다. 우에서 말한 부탁고수인 지인은 바로 늘 그 자리에 한결같이 있어주는 참 귀한 사람이기에 친구들은 그의 부탁을 달갑게 들어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단풍계절을 맞아 "슬그머니 옆길로 새버리는 사람, 누군가를 휙 추월해 가는 사람, 타인을 넘어뜨리고 가는 사람, 가끔 언성을 높혀도 끝까지 동행하는 사람"중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여야 할까 생각해본다.
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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