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나는 언제나 소통이 그립다(리은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0월26일 13시09분    조회:135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청춘노트] 

리은실(李银实)

필명 몽실(梦实). 1984년출생

2009년 연변대학에서 문학석사학위 취득. 현재 북경민족출판사 근무

최근에 글을 왜 쓰냐는 질문을 몇번 받았다. 글쎄다. 나는 글을 왜 쓸가? 언제나 먹기보단 잠자기를 우선시하는, 잠이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라 생각하는 ‘잠보’가 잠을 포기하고 새벽까지 컴퓨터앞에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이 행위를 뭐라고 해석할 수 있을가?

아무래도 나는 내 안에 생각들을, 내 맘속 이야기들을 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듯 싶다.

어려서는 주로 입으로 재잘거려서 부모님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는동시에 ‘대꾸질’도 많이 한다고 해서 혼나기도 했고 지금은 글로 끝없이 주절거려서 독자들에게 조금의 즐거움도 주지만‘쓸데없이 나서서 한마디해야 직성이 풀리는’ 좀 시끄러운 아줌마로 되였다.

아직 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그 모든 것에 초연할 수 가 없다. 박수를 쳐주면 한량없이 즐겁다가 한소리를 들으면 우울해지고 화가 나고 분해지기도 한다. 이 시끄러운 감정의 오르내림을 겪지 않으려면 입을 닫아매면, 글을 안쓰면 세상 편할텐데 그럴수는 없어서 이 고생을 사서 한다.

“편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글 자주 쓰는거 보니.”라고 간만에 말 걸어 오는 친구도 있다. 글이라는 걸 쓸 물리적인 시간이 아예 없었으면야 이런 끄적임을 할 여유도 없기야 할테지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육아기간에 제일 글 쓸 욕구를 많이 느꼈고 또 제일 많이 글을 썼던 걸 보면 꼭 편안하고 여유있어서 글을 쓴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바로 거기에 리유가 있지 않았을가 한다. 남 다하는 육아를 뭐 대단하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안고 병원에 다니면서 나는 꽤 피페해져 있었다. 모든 것을 시니컬하게 넘기는 엄마는 그게 다 손발이 너무 편안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일갈했지만 정작 나 본인은 손발 힘든 것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이였다.

내 시간이 없다는 것, 사회생활을 단절하고 내 안에 고이기만하는 말들을 쏟을 데가 없다는 것이 꽤 나를 힘들게 했다. 더 고이면 마음 전체가 썩을 것같아서, 그 말들을 쏟아내기 위해, 나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전에도 가끔 글을 발표하긴 했지만 그렇게 절박하진 않았다. 멋져보이는 구절들의 라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외롭고 힘든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진심으로 내 마음과 마주한 글쓰기를 해야 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글쓰기’가 주는 마음치유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것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중학교 1학년때였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채널이 많지도 않았는데 각 방송국에서 다투어 <천룡팔부>를 방영하고 있었다. 얼마전 작고한 무협소설 대부인 김용의 작품이다.

학교만 가면 아이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지난 밤 방영한 그 드라마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군 했다. 뭐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휴식시간 10분내내 떠들어 놓고도 수업종이 울리면 자못 아쉬워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가는 그 다음 휴식시간이 되면 약속이나한듯 또 몰려서서 그 드라마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한 사람은 아예 축에도 낄 수 없을 지경이였다.

나는 그때 타방송국의 별로 인기없는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대만 드라마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제목은 <爱在暴风里的日子里>였을 것이다.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드는 와중에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게 되였다.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고 나는 그 아이도 그 드라마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다들 <천룡팔부>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 그 아이와 나는 우리만의 드라마로 조용히 이야기꽃을 피워가군 했다.

어느 주말에는 전날 본 그 드라마를 너무 나누고 싶어 자전거를 타고 그 아이를 찾아나섰다. 이웃 마을이라 십여분은 자전거를 타고 가야 했던 것이다. 자전거를 창고에서 내오는데 엄마가 어디가느냐고 물으셨다. 친구네를 드라마 본 이야기하러 간다고 하니 엄마가 “다 본 드라마를 다시 곱씹어 말하는건 무슨 재미냐?”며 혀를 끌끌 차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칼바람을 무릅 쓰고 눈섭을 날리며 그애의 집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어떻게 말할가? 걔는 어떻게 봤을가? 머리속으로 말 할 것들을 떠올리며 신나게…

엄마가 하신“무슨 재미냐?”의 질문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것이 꼭“글을 왜 쓰느냐?” 하는 질문과 일맥상통한 것 같다. 량볼과 귀를 다 얼구며 그 찬날씨에 자전거 타고 친구네 집에 간밤 방영한 드라마 얘기하러가는 것은 대체 무슨‘재미’였을가? 나도 보고 그 아이도 본것을, 구태여 다시 떠올려 말하는 것은 대체 어떤‘재미’였을가?

밤잠을 설치고, 새우자세로 몇시간동안 글을 쓴탓에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픈데도 이 행위를 계속하려고 하는 것은 무슨 리유일가?

감히‘소통’, ‘공감’을 나누는 미였다고 해보고 싶다. 처음에는 내가 가진 생각들을, 이 느낌들을 나랑 통할 것만같은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며 공감을 얻고 싶었다. 그러다가는 나랑 안통하는 사람에게도 내 이야기를 들려주어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참 보람있는 일이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통의 즐거움과 뿌듯함은 날로 커졌다.

그러다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최종 비결은 화려한 말발이나 어떤 기술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내 마음을, 내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당대 작가 리패복(李佩甫)이 자신의 저서 <생명책>에서 “가진게 아무것도 없을 때‘성실함’이 가장 큰 무기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소통에서의 가장 큰 무기도 어쩌면‘성실함’일 것이다.

불필요한 장치를 걷어내고 내가 가진 것을 최대한 담백하게 꺼내보이려면 먼저 나 스스로가 괜찮은 사람이여야만 했다.

좋은 글은 독자와의‘소통’이 잘된 글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우에 군림하지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다고 자세를 낮춘것도 아닌, 독자와 무릎을 맞대고 앉아 마음속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누며, 그리하여 독자 스스로가 행간을 읽게 만들고 질문을 품게 만들며 같이 느끼고 고민하게 하는 그런 글 말이다.

내 머리속에 생각들이 꽉 차서 넘쳐흐르고,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저절로 흘러나와 그 생각과 느낌들이 독자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소통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는 아직 길우에 있다. 먼먼길을 향해 갓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 초보이다.

어제 본 내용을 어떻게 친구에게 재미있게 전할가, 친구는 내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가?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한걸가? 즐겁게 그런 생각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있는과정. 나는 아마 꽤 오래동안 길우에서 페달을 밟고 있을 것이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한때 내게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을 내놓고 별다른 취미가 따로 없었다. 같잖은 글이라도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차곡차곡 글로 표현해내고 나면 모종의 희열 같은 것을 느끼군 했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요즘은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여버렸다. 졸업을 하고 출판사의 편집이 되고 나서, 또 지금은...
  • 2019-11-25
  • 건국 70돐 기념 특별기획: 〈일대일로의 조선족 개척자들〉(1) 글 사진/서정옥 올해 휴가는 어디로 떠날가 고민하는 나에게 남편은 지중해 남쪽 해안 나라 튀니지로 가자고 한다. 튀니지가 도대체 지구촌 어딘데?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우리와 거의 지구 반대쪽에 있는 아프리카 최북단에 위치한 튀니지, 사하라사막이 있는...
  • 2019-11-16
  • [수기] 엄마가  준  두번째 생명 림율아 나는 우리나라 3년 자연재해시기였던 1961년 봄에 태여났다.   1959~1961년을  중국의 3년 자연재해시기 또는 3년 고난의 시기라고 한다. 이 3년 동안에 우리나라는 식량과 부식품이 극도로 결핍하여 인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엄중한 해를 끼쳤다.백성들은 먹을...
  • 2019-11-14
  • 연길 세집 2017년 8월 24일 어렸을 적부터 나는 겁이 꽤 많았다. 특히 밤이 되면 변소에 가기를 그렇게 무서워했다. 그래서 항상 엄마가 아니면 아버지가 ‘보초’를 서주어야 했다. 캄캄한 시골의 재래식변소에 앉아있으면 자꾸 누군가가 뒤에 서있는 것 같고 당장이라도 밑으로부터 뭔가가 올라올 것 같은 공포...
  • 2019-11-12
  • 계림문화상 대상 수상작품 "일본에서 살기" 리홍매(일본) 머리말 1983년, 당시의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이 ‘류학생 10만명 계획’을 세우고 세계를 향하여 일본 고등교육의 대문을 열었다. 80년대말에 이르러 활성화된 중국정부의 류학생정책으로 인하여 일본어가 널리 보급된 동북3성지역의...
  • 2019-11-12
  • 병원치료 포기 2017년 7월 21일 내 고향친구들한테는 엄마는 ‘어죽’으로 통한다. 고기잡이를 좋아하는 나, 어죽을 잘 끓이는 엄마 그래서 친구들은 우리 집에 놀러오기를 좋아했다. 놀러오면 엄마는 거의 혼자서 준비를 다해서 우리가 서쪽 강변에 나가 마음껏 천렵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군 했다. 처음 몇번은...
  • 2019-11-11
  • “온 힘을 다해 이 아들을 한번 더 바라보던 그 눈빛”, “어느 구석을 봐도 엄마가 보이는데 어디에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생소해 미칠 것 같았다”, “엄마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다, 엄마 위챗으로 문자를 보내본다,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엄마만 떠올리면 억...
  • 2019-11-11
  • [멀고도 가까운 문화-유체 기증](2) “무엇으로 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까” --70년 당령(党龄)의 한춘옥 ‘마지막 공헌'으로 유체 기증을 선언   ‘한춘옥 ’이름자와 전국 통일 번호(2785)를 밝혀 발급된 건국 70돐 기념장 소장함. 기자한테 자신이 받은 건국 70돐 기념장을 ...
  • 2019-11-08
  • 편집자의 말 우리 나라에는 아직 유체 기증 사업 관련 법은 없다. 하지만 유체 기증이라는 아름다운 소행이 싹트고 있다. ‘유체 기증'은 기증인이 생전에 유체 기증 념원을 표명하고 사망 후 위탁인 혹은 집행인이 유체를 전부 혹은 부분적(장기 기증 경우)으로 의학 교수 및 연구사업에 기증하는 문명행위...
  • 2019-11-08
  • 영화 삼촌은 지난세기 50년대에 룡정 덕신중학교 학생회 회장으로 활약하면서 어린나이에 자기보다 몇살 위인 선배들앞에서 연설을 하군했는데 똑똑하다고 정평이 났으며 이름난 웅변가였다고 한다.   사진뒤면에  ...
  • 2019-11-07
  • 지난 10월 31일, 간단한 기부식이 무순1중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료녕무공공구주식유한회사 리사장 장명상이10만원의 기부금을 빈곤대학생 손영택에게 전달했다. 장명상이 손영택에게 하는 두번째 기부다.   19세의 손영택과 그의 가정은 갖은 고난을 겪었다. 그의 누나는 13세 때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선천성 ...
  • 2019-11-07
  • 어린시절 나의 장래희망은 박사가 되거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현재 나는 박사재학중에 있고 간혹가다 비루한 솜씨로 쓴 글들을 투고하여 가뭄에 콩 나듯 지면에 내 이름을 올리면서 살고 있다. 우선 오해가 없도록 하자. 나의 현재 삶을 브리핑한 목적은 어렵사리 어릴적 꿈을 지키고 이루어낸 ‘성공신화의 주인공...
  • 2019-11-01
  • [청춘노트]  리은실(李银实) 필명 몽실(梦实). 1984년출생 2009년 연변대학에서 문학석사학위 취득. 현재 북경민족출판사 근무 최근에 글을 왜 쓰냐는 질문을 몇번 받았다. 글쎄다. 나는 글을 왜 쓸가? 언제나 먹기보단 잠자기를 우선시하는, 잠이 모든 문제해결의 열쇠라 생각하는 ‘잠보’가 잠을 포기하...
  • 2019-10-26
  • 지난 8월 29일, 나는 흑룡강성 계서시 계동현 계림조선족향에서 펼쳐진 약선(药膳)강습행사를 마치고 50년 만에 다시 그리운 북대황 기러기섬(雁窝岛)으로 향했다. 기러기섬은 바로 50년전인 1969년 3월에 가서 1973년 3월까지 내가 청춘열정을 쏟아부어 벼농사를 개척한 정든 고장이다.   1962년 6월 22일, 국무원...
  • 2019-10-22
  • 지난 10월 19일, 연길시도시건설투자그룹유한회사(대서양공관대상)에서 주최하고 공청단연변주위, 연변사회조직관리국, 연변9.3애심공익협회에서 주관한 “대서양공관대상 애심입쌀 3만근 전달”식이 연변체육관에서 펼쳐졌다.   10월 17일은 여섯번째로 되는“전국 빈곤층 부축의 날”이다.&nbs...
  • 2019-10-21
  • 백세 시대인 요즘엔 칠십나이는 삶의 지혜를 빛내는 황금 시절이고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두번째 봄이다. 공화국 창립과 동갑인 나의 칠십년 인생을 되돌아보노라면 어린시절과 그림같은 고향의 풍경이 내 머리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나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창건된 해에 두만강 상류인 화룡현 로과향 흥남촌에서 ...
  • 2019-10-18
  • #예로부터 결혼은 인륜지대사로 꼽혔다. 그러나 점점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인구 증가률이 상승하고 지어 독신주의를 선언하는 비혼족이 생겨나는 등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세대들의 결혼관 또한 빠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 변화와 더불어 관점의 충돌로 인한 갈등 또한 항상 존재해 왔다. 다름 아닌 “...
  • 2019-10-12
  • "더 기다려주다가는 혼자 사는 게 더 편하다고 할가봐 걱정돼서 달려왔죠."  "급해하는 엄마 마음 리해가 돼서 함께 왔어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지다 보니 만혼 인구도 점차 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 적령기 자녀와 부모의 ‘결혼에 관한 론쟁’도 항상 이슈로 떠오른다. “자식의 결...
  • 2019-10-08
  • - 글 / 국하 -       (흑룡강신문=도쿄) 알람 소리에 따르릉, 이불을 개는 소리 착착, 창문을 여는 소리 찰칵,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살살, 웃집에서 걸음을 걷는 소리 쿵쾅쿵쾅, 수도물이 내려오는 소리 쏴쏴... 내 마음이 오늘도 힘내라고 하는 소리 뿅뿅.   찌르륵 찌르륵 계란후라이 지지는 소리와 같이...
  • 2019-09-24
‹처음  이전 3 4 5 6 7 8 9 10 11 12 1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