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고단한 손자를 위로한 93세 할머니의 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2월25일 14시35분    조회:167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힘들고 고통속에서 헤매고있을때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비슷한 처지나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는게 솔직한 '인지상정'일것이다. 이른바 '동병상련', 저러고도 사는데 혹은 나와 비슷하다는 련민으로 뜻밖에도 내삶을 버텨낼 에너지를 얻는다. '사회적 존재'로 태여나고 살아온 '인간'이기에 불가피한 감정이다.

'성장시대'를 일궈낸 '부모'세대는 이미 그들보다 더 잘살기 힘들다는것이 전 세계적으로 확증된 '자식'세대에게 어쩌면 '넘지 못할 산'과도 같은 부담이다. '거산'에 막히고 전쟁과도 같은 현실속에서 버둥거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 뜻밖에도 이들이 '공감'을 길어올린거너 '전쟁'시대를 살아낸 '조부'세대이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할머니의 생애

리금순씨는 올해 82세다. 일여덟에 시집와서 다섯 자녀를 키우고 또 그 자녀들의 손자까지 본 일가의 할머니다. 인생의 여든고개, 그녀가 맞이한건 '알츠하이머', 모처럼 찾아온 손자에게 정수기에서 나오는 온수따위 믿을수 없다며 가스레인지에 펄펄 물을 끓여 맛난 커피를 타주고 싶은데 정작 커피가 놓인 자리를 찾지 못한다. 당연히 지나온 삶의 굽이굽이 쌓였던 사연들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이런 리금순씨가 말끝마다 신나게 부르는 노래의 한 구절, '쨍하고 해들 날 돌아온단다. 아싸, 야로~!', 젊어 애청했다던 '녀자의 일생'도 기억이 안난다는 할머니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이 구절의 사연이 궁금해 손자 김빛나라씨가 할머니가 살아온 곳을 더듬는다.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여전히 젖이 부족해 자신의 가슴을 들이받던 아이들에게 보리죽조차 넉넉하게 먹이지 못했던 그 시절이 아픈 할머니. 군에서 제대한 할아버지와 함께 정미소를 운영했다면서도 자식들 배를 곯렸던 시절, 그래도 할머니는 찾아온 동네 사람들에게 저녁을 나눠먹이던 넉넉한 품을 지닌 분이셨다. 어디 젊은시절뿐일가. 여전히 자식들 가까이 사는 지금의 집보다 이제는 살림살이 하나 없는 예전 집이 더 익숙한 그 동네, 동네사람들을 보자 할머니의 안색이 빛난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내 '쨍하고 해뜰 날'을 함께 부르며 할머니는 래년 봄의 봄놀이를 기약하신다.

그런 할머니의 삶을 따라가다 자신도 모르게 울컥한 손자. 서른둘, 직장을 다니다 길을 잃어 그 길을 찾아 해외배낭려행을 다니던 손자. 여전히 길을 막연한데, 가난하고 고생스런 삶을 버텨온 할머니를 보며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다짐해본다.



할머니의 식혜

여기 할머니의 일생을 더듬어보는 또다른 손자가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점개업을 준비하는 손자 정여한씨, 그는 서점의 색다른 아이템으로 밥알이 탱탱하게 살아있는 할머니의 식혜를 떠올린다.

그 식혜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들른 할머니의 집. 쌀을 불리고 찌고, 엿기름물을 만들고 밥통에 띄우기까지 '시간'의 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옛날에 밥통도 없이 쌀을 몇말씩이나 하셨단다. 할머니의 또다른 장기인 팥양갱을 배우려는데 가마솥 불피우기부터 젬병이다. 할머니의 가르침에 다라 나무가지를 잘 정렬하여 불을 피우고 팥을 끓이고 그걸 다시 몇번에 걸쳐 거르고 한천과 함께 만들어낸 양갱. 배우긴 배우는데 공이 이마저만이 아니여서 요한씨는 연신 놀라는 중이다.

그런데 놀라운건 자라면서 식혜를 먹고 양갱을 먹을때 그저 할머니가 심심풀이로 만드셨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는거다. 학교다니는 고등학생 할아버지를 만나 시할아버지에, 세분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층층시하 밥먹을새도 없이 살던 그 시절 모모님이 만드신걸 보고 어깨너머로 만들어내셨다고. 이런 열의는 학교근처에 가보지도 않고 시집살이 틈틈이 한글을 익히신 향학열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 할머니의 열의와 옆정앞에 서른셋의 나이에 새로운 길에 선 요한씨는 새삼 고개가 조아려진다. 할머니처럼 견디며 버티고 그속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걸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선택한 새 길에서도 어떤 희망이 있지 않을가 각오를 다져본다.



손때가 묻은 60권의 가계부

허나영씨에게는 유명스타와의 기념사진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 홍보일을 하던 시절 정신없이 바빴지만 어느덧 그속에서 자신을 놓치고있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설치미술'을 하고있는 어엿한 작가다. 그녀의 '미술적 재능'은 어디로부터 비롯된것일가?

그 '예술적 DNA'는 뜻밖에도 할머니에게서 찾아진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할머니는 고운 무늬가 있는 종이를 모았다가 봉토를 만들어 명절때 손자들 '세배돈' 등을 넣어주셨다. 지금 봐도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무늬며 만듦새, 그 작품의 주인공은 이제 93이 되신 오영순 할머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진짜 작품은 이 봉투가 아니라, 할머니가 '가정'을 구리고 살아오신 세월과 맞먹는 60권의 가계부다. 학교선생님이셨으나 동료선생님이셨던 남편과 가정을 꾸리시면서 가정주부로 살아오신 시절, 박봉의 선생님월급으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고심하며 살아온 그 시절이 고스란히 가계부에 담겨있다. 하지만, 그저 할머니가 사들인 물품목록과 가격만이 아니다. 그 가계부의 비고란에 빽빽이 적너내려간 그 시절의 일기, 사건들, 그속에 90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난한 살림, 그속에서도 세상사에 관심을 놓지 않으면서도 가족을 구려나가느라 '곤란'했지만 애써 견디며 노력했던 할머니의 삶은 작가의 길에 들어선 손녀에겐 더할나위 없는 귀감이다.

부쩍 '어머니'와 '할머니'세대들을 조명하는 다큐들이 늘었다. '미운 우리 새끼'와 새로 시작한 '아모르파티' 등 예능에서 새로이 조명되는 세대와 같은 연장선상일수도 있겠다. MBC스페셜 '엄마와의 인터뷰', '기막힌 내 인생 누가 알랑가?'와 SBS스페셜 '빛나라! 우리 할머니'는 그저 그 세대에게 조명을 비추는걸 넘어, 할머니, 어머니라는 가족내 일원이 아닌 '한 사람', 그것도 어려운 시절을 살아낸 자기극복의 표본으로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주목'의 시선에는 바로 현재, 그들만큼 힘들다 느끼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있다. 다큐는 결국, 그러니 우리도 버텨보자, 살아내보자며 다독인다.

사회적 변화와 발전에 대한 도전대신, 할머니세대에 대한 인간적 련민을 통해 막연한 현실의 삶에 위로를 받자는 다큐.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쩍 늘어난 세대공감이야기들의 당의정에 혹 우리가 놓치고있는건 없을가?

흑룡강신문 계정

파일 [ 3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흑룡강신문=하얼빈)김은화 북경특파원=2017년 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 민족교육발전기금 장학금 수여식이 지난 27일 오후 중앙민족대학 문화로에서 열렸다.     민족교육발전기금상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며, 일반적으로 '본과/석사/박사 조학금', '개별상', '학부 최고 성적상'과 ...
  • 2017-11-01
  • 연길항곤북위42°온천에서 주최한 제1회 “항곤북위42°온천컵”골프년도총화경기가 10월 29일 연길해란강골프장에서 있었다. 연변지역 각 골프협회에서 온 16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이날 경기에 참가해 유쾌하고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원들 사이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좋은 시간들을 만들었다. ...
  • 2017-11-01
  • 2017년 녕안 해림 향우 친선 운동대회 성공 개최   해림,영안 향우회팀이 함께 기념 사진을 남겼다.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천하제일미 향수입쌀과 풍경이 수려한 5A급 경박호 풍경구를 자랑하는 녕안시, 임해설원, 흰눈의 고향으로 명성을 떨친 해림시, 이 두곳에서 칭다오에 진출한 고향사람들...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김금단(심수)     아빠트 서재에서 서쪽으로 심수-산두행 고속도로가 보인다. 매번 고속도로를 바라보노라면 폭우로 혜주에서 심수로 가는 퇴근길이 막혀버려 혜주 담수와 심수 룡강행 고속도로를 세번이나 오가며 고속도로 옆의 집을 찾지 못해 애 태우던 일...
  • 2017-10-3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8) ◈지중찬(룡정) 옛 은사님들께 가족이 함께 큰절을 올리다 “은사님들 건강하십시오!” “은사님들 오래오래 앉으십시오!” 이는 몇년 전 제가 저의 가족들인 안해와 아들딸, 손자, 손녀 등 9명을 이끌고 저의 소학시절의 13명 은사님들을 룡정시 비암...
  • 2017-10-31
  • 중학교로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제1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나였지만 일본 땅을 밟은 지 두달이 되도록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달 만에 귀는 조금씩 열리는 듯 했지만 소리가 대담하게 나오지 않았다. 뱅뱅 도는 생각을 일단 머리 속에서 일어로 번역한 다음에 떠벅벅 중얼거리는 정도였고 상대 일본인의 반응에...
  • 2017-10-30
  • 리홍매특파원의 일본 인상기(1) 1996년 1월, 남편의 류학길을 동반하여 네살 난 아들애를 데리고 일본에 가게 되였다. 북경 경유로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한 첫 인상은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너무 더웠던 인상이 잊혀지지 않는다. 1월이면 고향에서는 엄동설한이다. 그 해 겨울에는 가죽외투가 류행이여서...
  • 2017-10-26
  •      (흑룡강신문=하얼빈) 요즘 인터넷에서는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부모들의 한탄을 담은 유머가 미친 듯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5학년까지 숙제를 했더니 심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하고나니 그래도 내 명이 중요하지 숙제 따윈 이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함.&rdqu...
  • 2017-10-25
  • 훈춘 귀향창업거리 청년창업의 보금자리로 훈춘 청년창업거리에서 창업하는 청년들.   전사회적으로 귀향창업의 고조가 일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창업 꿈을 펼치기 위해 모이며 형성된 훈춘시 청년창업거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훈춘시정부 동쪽, 광무국 처장청사가 위치한 작은 골목길 어구에 이르면 ‘청년골목...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7) ◇리종석(영길)   필자 리종석 부부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가지 뜻밖의 일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나도 맹장염 수술까지 해서 두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던 사람이다.   5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수술자리를 볼 때면 수술 당시 장면...
  • 2017-10-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6)   ○ 김설연(길림) 백리향은 높은 산 해볕 잘 드는 바위에서 자라 진한 향기를 백리까지 뿜는다. 사람도 백리향처럼 주위사람들에게 그윽한 향기를 선물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20여년 전 일이다. 내가 시집온 몇해 사이에 두 시동생이 줄줄이 장가가다 보니 우리는...
  • 2017-10-19
  • 고향 몇년만에 어쩌다 한번씩 돌아가는 고향은 모든것이 정다웠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햇빛은 찬란하게 공기는 시원하게...물은 강바닥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깨끗하다. 황금빛 파도가 넘실대는 대지는 풍년을 자랑하며 고향으로 돌아온 이 몸을 반기고 있었다. 푸른하늘과 힌구름, 아직 초록이 남아있는 산천과 황...
  • 2017-10-1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5) ◇황영성(장백)  최삼룡평론가(우), 리혜선작가(좌)와 함께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활동중 압록강변에서(가운데 사람이 필자 황영성). 1998년에 연변작가협회 제7차 대표대회가 연길시에서 열렸는데 나도 대표로 참가하게 되였다. 그 회의에서 김학천이 주석으로...
  • 2017-10-09
  • 청도시조선족기업가협회 김창호전임회장 변함없는 모교사랑으로 기부문화 꽃피운다     (흑룡강신문=하얼빈) 27일, 탕원현조선족중학교에서는 '김창호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하고 장은혜, 정인걸, 리연, 함태동 등 1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발급했다. '김창호장학금'은 청도시조선족기업가...
  • 2017-09-29
  • 칭다오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 개강   개강 첫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한 힘찬 응원을 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김명숙 기자=칭다오가정행복문화원에서 주최한 제1기 어머니행복성장학교가 20일 개강했다.   어머니행복성장학교는 현숙한 아내, 진정한 어머니로 되기 위한 실천학습을 통해 남편...
  • 2017-09-29
  •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려행’은 그 누구에게나 랑만이다. 다만, 훌쩍 떠나려니 ‘돈도 시간도 넉넉한 자들의 사치’라는 통념때문에 자동으로 포기되기가 일쑤다.   긴 려행을 준비하는 80후 조선족 부부가 있다. 래달 연길에서 출발해 몽골, 신강, 서장, 네팔, 인도, 터키 등...
  • 2017-09-27
  • 무모해도 괜찮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최다현(녀 29세): ‘가슴 뛰는 일’을 하겠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한 이가 있다. 북경 모 대학에서 미디어학과를 전...
  • 2017-09-2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3) ◆렴창응(유작)  테니스장에서 만년의 박달인생을 수놓던 렴창응 옹 1948년 3월 15일 룡정 련합중학교를 졸업한 나는 집에 돌아와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5.1, 5.4절을 맞으면서 전 현 사회 축구경기를 하게 되였다. 학교 축구대 대원이였던 최증석이...
  • 2017-09-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2) ◇황성환(돈화) 1948년 23세 때 전공 경축대회에 참가해 남긴 기념사진 작년 8월 20일은 나의 90세 생신날이였다. 나의 딸이 각방 노력하여 돈화시 홍기대가 서울식당에서 30여명 친척 친인들이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내였다. 예전에는 ‘자고로 70고래희’라 하...
  • 2017-09-25
‹처음  이전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