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려다가…(원죽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31일 10시05분    조회:153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동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은 장백산 아래 첫 동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심심산골 화룡시 룡성진 청산촌이다. 마을 3면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옹기종기 초가집이 늘어진 마을 앞으로 해란강이 흐른다. 마을 뒤의 넓은 신작로로 아름드리 통나무를 실은 차량들이 실북나들 듯 달린다.

 

필자 원죽순.

봄이면 해란강 버들방천에는 오동통한 파란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앞산, 뒤산 언덕마다에는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난다. 얼핏 보아도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는 산촌 마을이다.

50여년전 내가 열네살 되던 해, 마을 웃쪽 산기슭에 진달래가 유난히 곱게 핀 어느 일요일, 우리 소꿉친구 다섯은 진달래 꺾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금선이, 정애, 어금이와 영옥이 그리고 나까지, 우리 다섯은 산에 올라가 떨기떨기 호함지게 피여난 진달래를 보고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환성을 지르면서 저마다 고운 꽃가지를 꺾어 한아름 가득 안고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산기슭 아래쪽에 세워진 렬사비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누가 꺾은 진달래 꽃가지들이 더 고운가를 비기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때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 우리는 꽃술을 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때 금선이는 꽃송이 열개를 세여봤는데 꽃술이 모두 12개 넘는다면서 올해는 틀림없이 풍년이 들거라고 떠들었다. 우리 넷도 자기가 꺾은 진달래 꽃술이 모두 12개 이상인 것을 보고 올해는 꼭 풍년을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저 멀리 지평선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들판이 보였다. 당시 금선이의 아버지는 생산대 대장이였다. 금선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오가는 말을 들었는데 올봄에 생산대에서 마을 웃쪽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기로 결정지었다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잡아 사원들을 동원하여 불을 피워 풀을 태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 때는 봄철이여서 생산대 사원들은 거름내기에 분망했다.

금선이의 말대로 풀을 태우려 한다면 우리가 그 일을 하면 어떨가고 생각했다. 그날은 또 바람도 없고 어른들의 일손도 돕고 칭찬도 받고…우리 다섯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황무지 옆은 넓은 신작로가 있어서 불길이 넘어갈 념려가 없고 높은 산과 잇닿아 있는 곳만 불길이 넘어가지 않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하려면 방어선을 쳐야 하기에 우리는 부랴부랴 집에 가서 낫을 가지고 와서는 풀을 베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다니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방어선을 다 쳐놓고 불을 달 준비를 했다.

이제 깜쪽 같이 좋은 일을 하여 어른들의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니 우리는 저도 몰래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사기가 올랐다. 우리는 성냥가치에 불을 달고는 풀밭에 던졌다. 바싹 마른 풀이 타기 시작하면서 삽시에 불길이 뿌연 연기를 뿜으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난데 없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불길은 사나운 불룡마냥 우리가 쳐놓은 방어선을 넘어 산으로 올라 붙었다. 불길이 계속 높은 산쪽으로 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화재가 일어날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도 놀라서 나무가지를 꺾어 산에 올라가 불을 끄려고 허둥댔다. 하지만 불길은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며 타버렸는데 우리 힘으로는 전혀 해낼 수가 없었다. 급해난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마을 쪽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오고 민병 련장, 금선이 아버지, 그리고 사원들이 불이 난 곳으로 줄달음쳐 왔다. 50여명 청장년들이 달려와 불을 껐는데 그렇게 사납게 기승을 부리던 불길이 차츰 잦아들었다. 큰 화재를 모면하게 되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을 끄는 사원들을 지켜보던 우리는 불이 다 꺼지자 한시름은 놓았지만 이제 꾸지람을 받을 생각을 하니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다.

우리는 죄수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선이 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매섭게 따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떨구었다. 그래도 금선이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아버지께서 이 곳을 논으로 만든다는 말씀을 듣고…”하며 말끝을 흐리자 빙 둘러섰던 어른들은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 였다. 욕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집에 가서 부모들에게서 혼뜨검 받을 생각을 하니 겁이 더럭 났다. 우리는 제각기 아버지들의 손에 코 꿰맨 송아지처럼 끌려갔다. “큰일 저질렀으니 영락없이 엄마에게서 호된 매를 맞겠구나”고 생각하니 속이 후둘후둘 떨렸다.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집안에 들어서면서 성난 엄마가 비자루를 쥐는지를 아버지 등뒤에 숨어 훔쳐봤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엄마는 세수대야에 물을 떠놓고 세수부터 하라면서 “오늘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일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해 생산대에서는 정말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고 새 품종을 심었다.

단풍잎이 곱게 물든 어느 일요일, 우리는 우리가 불을 놓았던 곳으로 갔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들이 미풍에 이리 저리 흔들렸다. “와~정말 풍년이네!”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정말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우리는 명년 진달래 꽃이 필 때면 또 꽃술을 세여보기로 약속했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한국 속 작은 중국 “장사하고 싶어도 상가가 없다” 대림2동에 중국인들이 몰려들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대림2동 도깨비시장 거리. 아주경제 김현철·권경렬·노경조 기자 = "대림2동 상권은 경기를 타지 않습니다. 권리금이 치솟아도 상가를 넘기지 않는 이유는 이 권리금으로 다른...
  • 2013-12-11
  • 한평생 농사군으로 황소처럼 일하며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 박두현. 《세월이 류수》라더니 아버지께서 저 세상에 가신지도 어느덧 30여년이 흘렀습니다. 아버지, 셋째딸 동선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그날부터 이 딸은 종래로 아버지를 잊은적 없습니다. 세월이 좋아질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애절하게 가...
  • 2013-12-09
  •   (흑룡강신문=서울) 나춘봉 특약기자 = “이젠 엄마도 힘들고, 돈도 없으니 수술을 포기하겠어요.”   세 번째 골수이식수술을 거부하는 딸애의 말에 중국 동포 박경옥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 동안 딸이 병마와 싸우며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고, 삶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누구보...
  • 2013-12-05
  • 4년간 주덕해주장의 경호원을 지낸적 있는 곽해선(郭海善, 80세)옹은 쉽게 자기 경력을 내비치지 않는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또 남다른 주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소수민족지역 공무원들은 민족을 막론하고 반드시 소수민족언어로 말할줄 알아야 자격있는 공무원이라고 한다. 혹 조선족자치주 초대주장의 경호원으로 사...
  • 2013-11-29
  • 연길시 남양사회구역 경로전통미덕 이어가 “로인들의 오늘이 우리의 미래다.” “로인들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하다” 연길시 진학가두 남양사회구역에서는 로인을 존중하고 로인을 사랑하며 로인을 돕는 경로분위기를 형성하여 사회구역의 로인들이 보다 편하고 보다 즐겁게 만년을 보내게 하고있다....
  • 2013-11-28
  •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정태룡(58살)씨와 지체장애 2급판정을 받은 허채란(56살)부부는 목발없이는 한발작도 내디딜수 없다. 남보다 느리지만 이들 부부는 늘 멈추지않는 걸음을 옮긴다.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무리 별볼일 없더라도 살면서 포기해야 할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숫...
  • 2013-11-27
  • 또 하나의 풍년해이다. 훈춘시 반석향 맹령촌의 산골짜기와 들은 울긋불긋 사과로 뒤덮였다. 벌거우리하고 어린애머리통만한 사과들이 가지휘게 달려 보는이들을 경탄케 한다. "우리 촌의 사과산업발전에는 이름없는 영웅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시농업국의 안종헌이야말로 첫손 꼽을만한 무명영웅이지요." 맹령촌 리호...
  • 2013-11-25
  • 연화조선족향 장복촌 당지부서기 마덕운. 유수시 연화조선족향에는 의지할곳이 없는 조선족아이를 자기집에 데려다가 친자식처럼 키운 한족 당지부서기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미담으로 전해지고있다. 이야기의 장본인은 바로 연화조선족향 장복촌 당지부서기인 마덕운이다. 1995년 연화조선족향 장복촌의 조선족농민 현청산...
  • 2013-11-23
  • 설경촬영 떠났다가 선봉령에서 폭설에 갇혀 19시간만에 구조돼 눈에 갇혀 움직일수 없게 된 박군걸기자의 승용차(박군걸기자 제공). 지난 11월 17일에 연변지역을 강타한 폭설로 인한 각종 재난과 사고소식이 빈번한 가운데 연변주 화룡시소방대대에서 발부한 한편의 기사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해당 기사...
  • 2013-11-22
  • 연길시제3중학교 종미영학생. 11월 16일 저녁, 연길시제3중학교에 다니는 종미영(18세)학생은 연길천성쇼핑광장부근에 있는 학원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골목입구에서 남성용지갑을 주었다. 안에는 현금 한묶음과 령수증 여러장이 들어있었다. 지갑을 주은후 종미영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알렸다. 《아...
  • 2013-11-22
  • 화룡시 서산소학교에는 품덕도 좋고 학습성적도 좋아 선생님들의 사랑을 한몸에 듬뿍 받고있는 공금령이라는 녀학생이 있다. 그런데 얼마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있던 그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까운 병원에 호송되여 긴급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를 확진할수 없어 또 연변병원에 호송...
  • 2013-11-21
  • 130명 고아, 결손가정 아이들을 부양한 중위기씨 심장병으로 쓰러져   “불우아이들과 함께라서 더 맛있어...” 왕청현 대명사회구역의 “봄비 사랑의 집”의 “애심아버지” 중위기씨(60살)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거느리고 아침 일찍 새벽운동에 나섰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
  • 2013-11-21
  • “형사경찰로서 자아희생을 겁내면 안되죠,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례외가 아닙니다.” 올해 31세에 나는 남궁승인(南宫胜仁)은 연길시공안국 형사경찰대대 인신침범사건정찰중대의 한 일반 조선족형사이다. 사업에 참가한지 그닥 오래되지 않고 또한 공안국 형사경찰대대에 입문한지는 1년밖에 되지 않지...
  • 2013-11-20
  • 아이들과 함께(두번째줄 우로부터 여섯번째 남수부서기)/ 사진 리성복 특약기자 연길시 북산가두 단연사회구역 당총지 부서기를 맡고있는 남수(42세)씨는 고혈압환자지만 자기 직책을 훌륭히 완수해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있다. 연변대학의 한 학생이 생활난에 부딪쳤다는 말을 듣고 푼푼치 않은 상황에서도 매달 200원씩 이...
  • 2013-11-19
  • 조선족불구자 김영화 일전 장백조선족자치현심계국, 현발전개혁국, 현불구자련합회에서는 공동으로 돈을 모아《장백 좋은 사람》이며 조선족불구자인 김영화한테 가치가 6600원에 달하는 전동휠체어를 가져다주었다. 장백현 십사도구진 삽사도구촌에 살고있는 김영화는 어려서부터 선천성 척추(脊柱)병에 걸려 다리가 마비...
  • 2013-11-16
  • 1953년 아홉자식들과 함께 있는 아버지, 어머니(뒤줄 오른쪽 첫벗째 13세 나는 작자 김영자) 나의 어머니는 93세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림옥련이라 부르는 어머니는 글공부를 하지 못해 평생 자기 이름을 써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빈궁속에서도 아홉자식을 낳아키워준것만도 고마운데 공부까지 시켰다. 자식농사...
  • 2013-11-15
  •      “내 자식과도 같은 나젊은 소방장병들이 더 안전하게 불을 끄고 생명을 구조하도록 하기 위해 이 총을 만들었습니다. 한번 봐주십시오.”  일전, 훈춘시의 열정시민 최선생은 자신이 발명한 소방용격파권총(消防破拆手枪)을 가지고 주공안소방지대훈춘대대를 찾아 소방장병들로부터 발...
  • 2013-11-14
  • 길림시 선영구의 한 로인협회에는 올해 79세 나는 안련복로인이 있다. 젊었을 때는 전국 로동모범으로 활약했고 지금은 로인협회에서 로인들과 함께 마지막 여생을 뜻깊게 보내고있다. 안로인은 《남보다 일 좀 더 하는것이 참말 행복한 일이요》라고 한다. 로인활동일이면 안련복로인은 언제나 일찍 활동실에 가서는 깨끗...
  • 2013-11-14
  •   “량부모를 일찍 여의여서인지 아프고 힘든 로인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손길이 다가가고 보살펴드리게 됩니다. 때론 하루에 2~3시간도 못 자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편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룡정시 하서가두 봉림촌 봉림 2대에서 봉림로인락원을 경영하는 림계화(46세)씨의 진...
  • 2013-11-12
  •          미국 국회의사당앞에서 딸과 함께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13일까지 나는 손자가 미국 뉴욕대학에 붙은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미국을 유람하는 행운을 갖게 되였다. 14일 저녁 나는 대련에서 한국 아시아나려객기에 올라 한국 인천에 도착했다가 거기에서 다시 미국비행기에 오...
  • 2013-11-11
‹처음  이전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