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려다가…(원죽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31일 10시05분    조회:135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동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은 장백산 아래 첫 동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심심산골 화룡시 룡성진 청산촌이다. 마을 3면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옹기종기 초가집이 늘어진 마을 앞으로 해란강이 흐른다. 마을 뒤의 넓은 신작로로 아름드리 통나무를 실은 차량들이 실북나들 듯 달린다.

 

필자 원죽순.

봄이면 해란강 버들방천에는 오동통한 파란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앞산, 뒤산 언덕마다에는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난다. 얼핏 보아도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는 산촌 마을이다.

50여년전 내가 열네살 되던 해, 마을 웃쪽 산기슭에 진달래가 유난히 곱게 핀 어느 일요일, 우리 소꿉친구 다섯은 진달래 꺾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금선이, 정애, 어금이와 영옥이 그리고 나까지, 우리 다섯은 산에 올라가 떨기떨기 호함지게 피여난 진달래를 보고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환성을 지르면서 저마다 고운 꽃가지를 꺾어 한아름 가득 안고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산기슭 아래쪽에 세워진 렬사비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누가 꺾은 진달래 꽃가지들이 더 고운가를 비기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때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 우리는 꽃술을 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때 금선이는 꽃송이 열개를 세여봤는데 꽃술이 모두 12개 넘는다면서 올해는 틀림없이 풍년이 들거라고 떠들었다. 우리 넷도 자기가 꺾은 진달래 꽃술이 모두 12개 이상인 것을 보고 올해는 꼭 풍년을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저 멀리 지평선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들판이 보였다. 당시 금선이의 아버지는 생산대 대장이였다. 금선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오가는 말을 들었는데 올봄에 생산대에서 마을 웃쪽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기로 결정지었다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잡아 사원들을 동원하여 불을 피워 풀을 태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 때는 봄철이여서 생산대 사원들은 거름내기에 분망했다.

금선이의 말대로 풀을 태우려 한다면 우리가 그 일을 하면 어떨가고 생각했다. 그날은 또 바람도 없고 어른들의 일손도 돕고 칭찬도 받고…우리 다섯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황무지 옆은 넓은 신작로가 있어서 불길이 넘어갈 념려가 없고 높은 산과 잇닿아 있는 곳만 불길이 넘어가지 않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하려면 방어선을 쳐야 하기에 우리는 부랴부랴 집에 가서 낫을 가지고 와서는 풀을 베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다니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방어선을 다 쳐놓고 불을 달 준비를 했다.

이제 깜쪽 같이 좋은 일을 하여 어른들의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니 우리는 저도 몰래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사기가 올랐다. 우리는 성냥가치에 불을 달고는 풀밭에 던졌다. 바싹 마른 풀이 타기 시작하면서 삽시에 불길이 뿌연 연기를 뿜으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난데 없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불길은 사나운 불룡마냥 우리가 쳐놓은 방어선을 넘어 산으로 올라 붙었다. 불길이 계속 높은 산쪽으로 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화재가 일어날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도 놀라서 나무가지를 꺾어 산에 올라가 불을 끄려고 허둥댔다. 하지만 불길은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며 타버렸는데 우리 힘으로는 전혀 해낼 수가 없었다. 급해난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마을 쪽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오고 민병 련장, 금선이 아버지, 그리고 사원들이 불이 난 곳으로 줄달음쳐 왔다. 50여명 청장년들이 달려와 불을 껐는데 그렇게 사납게 기승을 부리던 불길이 차츰 잦아들었다. 큰 화재를 모면하게 되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을 끄는 사원들을 지켜보던 우리는 불이 다 꺼지자 한시름은 놓았지만 이제 꾸지람을 받을 생각을 하니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다.

우리는 죄수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선이 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매섭게 따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떨구었다. 그래도 금선이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아버지께서 이 곳을 논으로 만든다는 말씀을 듣고…”하며 말끝을 흐리자 빙 둘러섰던 어른들은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 였다. 욕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집에 가서 부모들에게서 혼뜨검 받을 생각을 하니 겁이 더럭 났다. 우리는 제각기 아버지들의 손에 코 꿰맨 송아지처럼 끌려갔다. “큰일 저질렀으니 영락없이 엄마에게서 호된 매를 맞겠구나”고 생각하니 속이 후둘후둘 떨렸다.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집안에 들어서면서 성난 엄마가 비자루를 쥐는지를 아버지 등뒤에 숨어 훔쳐봤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엄마는 세수대야에 물을 떠놓고 세수부터 하라면서 “오늘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일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해 생산대에서는 정말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고 새 품종을 심었다.

단풍잎이 곱게 물든 어느 일요일, 우리는 우리가 불을 놓았던 곳으로 갔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들이 미풍에 이리 저리 흔들렸다. “와~정말 풍년이네!”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정말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우리는 명년 진달래 꽃이 필 때면 또 꽃술을 세여보기로 약속했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저희 집에도 멋진 새 옷장이 생겼어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1일, 52살에 나는 김길남씨가 아담한 새 옷장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어 하는 말이다. 이날 그는 연길 락백가구 사업...
  • 2013-11-07
  •   감동과 눈물로 얼룩진 한 회갑연   (흑룡강신문=하얼빈)윤운걸 길림성 특파원= “아버지가 중풍에 걸린지 인젠 몇년되는데 그래도 생전에 회갑은 치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해 하객들의 눈굽을 적시는 일이 연길시에서 벌어졌다.   지난 2일에 모인 회갑연에 하객은 70여명밖에 안되었지만 김광...
  • 2013-11-06
  • “사회구역에서 나서지 않았더라면 계속 추위에 떨번하였습니다.” 연길시 건공가두 장생사회구역 건설국 소구역 1번지 3단원의 주민들이 고마움에 젖어 하는 말이다. 알아본데 의하면 이 단원의 한쪽&nb...
  • 2013-11-05
  • 외국에 나가 돈을 버는것도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홀대를 받아가며 일하기란 더욱 힘듭니다. 고향에 돌아와 자기농사 지으니 마음이 편하고 절로 힘이 납니다.거기에다 풍작을 맞아 항상 신나기만 합니다.” 화룡시 동성진 해란촌 박일수씨(52세)는 외국돈벌이도 마다하고 고향에 다시 돌아와  신원벼재배전문농...
  • 2013-11-05
  • 사랑하는 엄마:       엄마, 하늘나라가 있나요? 혹시 그곳에서도 이 못난 아들 걱정을 하고계시는것 아닌가요?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하건만 엄마가 우리곁을 떠난지 거의 2년이 돼가도 나는 아직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젖어들어 필을 들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막내아들...
  • 2013-11-01
  • "동네 어르신네 신세가 큽니다!” 이는 화룡시 팔가자진 룡산촌 룡두산학복전문농장의 주인인 리명복(52세)씨가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그럴만한 깊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리명복이 거주하고 있는 룡산촌 룡강툰은 원래 한개의 행정촌이였는데 촌툰합병시에 룡산촌과 합병하여 오늘날의 룡산촌산하의 한개 자연툰으로...
  • 2013-10-30
  • 《가정교육》을 담론하는 황정숙로인 가정교육이 목마른 요즘 시대에 75세 조선족할머니가 학부모들의 《가정교육》의 지남침으로, 동료들에겐《격세(隔代)가정교육》방법과 경험을 전수해 화제다. 그가 바로 장춘시조선족새일대관심위원회 관성구분회의 주임 황정숙로인이다. 45년간 교육사업에 종사해왔던 황정숙로인은 ...
  • 2013-10-29
  • 룡정시 지신진 룡지촌 2툰에는 97세나는 조선족로인 김숙자를 친어머니처럼 정성들여 돌보고있는 부승(70세)이라 부르는 만족로인이 있다. 부승로인과 김숙자는 앞뒤집사이로 1972년부터 사이좋게 지냈다. 룡지촌 2툰은 대부분 한족이 거주, 조선족은 3세대뿐이였고 지금은 한집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마을은 한족, 조선족,...
  • 2013-10-26
  •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남편과 헤여진후 찬바람이 스며드는 자그마한 단칸방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는 오금자씨(63살)를 만난것은 지난 22일이였다. 도문시 석현진 13주민위원회의 한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그의 집은 20평방메터  되나마나한 작은 단층집이였다. 지난해 갑작스레 손을 떠는...
  • 2013-10-24
  • 연길시 북산가두 단광사회구역 로인협회 문영재할머니 주위에 독거로인들이 늘고있다.잘살아보겠다며 타향살이 떠난 자식들은 1년에 어쩌다 겨우 한번, 그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고향집을 찾는다.“오늘은 뉘집 아무개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네”란 소문이 들릴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남의 일 같지가...
  • 2013-10-23
  • 장백조선족자치현 마록구진 이십도구촌 촌당지부서기 왕련영 《우리 마을 왕서기는 참말로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분을 꼭 신문에 내주십시오!》이는 장백조선족자치현 마록구진 이십도구촌의 촌민들이 촌당지부서기 왕련영을 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간절한 부탁이다. 금년 5월, 왕련영(57세)한족서기는 촌민들의 추천...
  • 2013-10-22
  • ㅡ해당부문 《의로운 용사》로 신청 ㅡ청도조선족사회 병원 방문 위로금 전달 이어져 지난 10월 8일 밤 9시경, 청도시 조현로(曹县路)에 위치한 정화려관(靖和旅馆)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여 청도시민들을 경악하게 한 가운데, 폭한의 서슬푸른 기세에도 두려움 없이 폭력을 제지하다 중상을 입고 즉시적으로 경찰에 신고하...
  • 2013-10-17
  •        나에게는 이모 한분이 계신다. 1934년생이시니 올해로 어느덧 79주세인 셈이다. 세월이 무정했었는지? 운명의 조화였던지? 이모에게 하나밖에 없는 이 조카딸은 세살에 엄마를 잃었고 그때 이모와 갈라져서 왕청에서 연길로 떠나왔었다. 내가 다섯살나던 해 이모가 한번 연길로 찾아오...
  • 2013-10-15
  • 장춘시 변철호선생을 찾아서 지나온 일들을 얘기하고있는 변철호선생/ 사진 한정일 기자 퇴직후에 더 바쁜 사람 장춘시 조선족들중에 변철호(85세)라 하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걸음을 겨우 걸으면서도 조선족사회에 관계되는 일이라면 크고작건 발벗고 나서는 걱정도감이다. 특히 흘...
  • 2013-10-15
  • 지난 9월 22일에 연길시공안국 하남파출소의 경찰들에 의해 연길“사랑의 집”에 보내진 두살배기 남자아이 김세영(가명)어린이는 지금 따뜻한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웃음꽃을 피워가고있다. “처음에 사랑의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하여도 아이는 누구의 품에 안기면 떨어지려 하지 않고 울기만 했는...
  • 2013-10-11
  • “돈지갑을 잃어버린 주인을 찾을수 없을가요?” 8일,순박한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한 로인이 본사 편집부를 찾아왔다. 랑력민이라고 하는 올해 60살에 나는 이 로인은 가방에서 기다란 두개의 돈지갑을 꺼내놓으며 “며칠전에 연길 국제무역청사와  청년광장 부근의 쓰레기상자에서 이 돈지갑...
  • 2013-10-11
  • 임신상태에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녀성이 아이를 낳고 이 아이로 인해 3년여만에 소생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있다. 강소성에 거주하는 장영향씨는 3년동안 식물인상태였다가 최근 자신의 아들을 보고 미소를 지을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장씨는 지난 2010년 12월 1일 오전 9시, 남편이 운전하던 삼륜차가 사거리를 지...
  • 2013-10-08
  • 정년퇴직이 눈앞인 5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조무래기들과 함께 하며 동심으로 나이를 잊은 중년교원이 있다. 잘 숙성이 된 와인처럼, 농익은 이 가을의 과일처럼 진하고 향긋한 꽃중년의 향기를 피워올리는이가 바로 연변대학 사범분원부속소학교 5학년 5학급 담임 김순태교원이다. 단정한 옷차림새, 씩씩한 걸음걸이와 시...
  • 2013-10-08
  • 김수금회장   올해 74세 나는 김수금은 장춘 제1 자동차그룹 조선족로인협회 회장이다. 제1자동차그룹 3중에서 교원으로 있다가 퇴직한 김수금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제1자동차그룹 조선족로인협회의 부회장, 회장으로 있으면서 두번째 인생을 로인들을 위해 봉사하는데 바치고있다. 퇴직하기전에 제1자동차그룹 조선...
  • 2013-10-08
  • 현재 천진에서 병치료중인 박명혁학생 16살 백혈병소년 박명혁학생의 거액 치료비가 필요한 투병사실이 조선족을 대상으로 생활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중위쳇(公众微信)인 《우리온》에 소개되면서 명혁이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계속 줄을 잇고있다. 최근 공중위쳇《우리온》은 《우리온에 걸려온 전화...우리...
  • 2013-10-04
‹처음  이전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