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너는'…곽효환 시집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0월28일 09시24분    조회:39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흔들리며 흔들리며 다시 너에게로 간다"

곽효환 시인[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로 독자를 늘린 중견 시인 곽효환(51)이 신작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명료한 두 글자 '너는'(문학과지성사 펴냄).

지난 4년여간 쓴 시 71편을 담은 이 시집은 시인이 그간 천착한 자아와 타인, 관계 맺음의 문제에 사회역사적인 상상력을 더해 폭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시인의 시에서 빛나는 서사적 서정성은 여전하면서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넓고 깊어졌다.

시집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구분은 시인의 시선이 '나'로부터 출발해 '너', 타자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시인이 산 "세월의 무늬" 안에서 특히 어린 시절 고향 마을과 집에 관한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여름밤도 남자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중략)/어둠이 더 깊어지면 할머니는 두런두런/일 찾아 항구도시로 간 아버지 얘기를 했고/마당을 서성이던 어머니는 더 과묵해졌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달과 별과 호랑이, 고래와 바다를 두서없이 얘기하다/스러지듯 평상 위에 잠든 아이들을/할머니와 어머니는 하나씩 들쳐 업고/별빛 가득한 마당을 건너 그늘 깊은 방에 들었다//그런 밤이면 변소 옆 장독대 항아리 고인 물에/기다림에 지친 별똥별 하나 떨어져 웅숭깊게 자고 갔다" ('마당을 건너다' 부분)

서정적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부재를 의식하는 쓸쓸함이 녹아 있다. 이런 정서는 시인이 떠난 북방 '환인'의 풍경에서도 이어진다. 

"작은 산들은 작은 산대로/멀리 큰 산은 큰 산대로 그늘 깊은 북방의 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이 산 밖으로 나가고 또 들어왔을는지/울고 웃고 뒤섞이고/사랑하고 헤어지고 떠나고 남았을는지/그들을 만나러 가는 검푸른 길은 깊어 서늘하고/내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모처럼 헌거롭다" ('환인桓仁 가는 길' 부분)

[문학과지성사]

북방에서 시인은 우리처럼 한반도에 산 이들의 후예인 고려인들을 만난다. 시 속에서 어느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청년은 돈을 벌기 위해 선조들이 떠나온 땅, 경기도 안산 쪽방촌에 흘러들어온다.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그리고 중앙아시아로/다시 연해주로 모스크바로 서울로 유전하는 나는/나의 조국을 모른다/이리 떼 속에 살기 위해 더 강한 이리가 되어야 했던/빅토르, 콘스탄틴, 게오르기, 니콜라이, 소피아지만/대대로 김, 이, 박, 최, 정씨가 아닌 적이 없던 나는/가끔씩 소연방 시절을 그리워하는 고려 사람이다" ('나는 고려 사람이다' 부분)

모진 역사를 온몸으로 헤친 고려인 노인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돌아갈 조국은 없소. 우릴 품어준 이곳, 부모가 묻힌 여기가 이제 내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오. 그래도 이 언덕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꼭 통일을 이루어 강한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오. 왜 아직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지 모르지만 살아남아서 강한 자가 되는 그 슬픔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오. 강한 나라의 평범한 백성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것이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찾아와주어 참으로 고맙소. 잘 가시오." ('바스토베 언덕에서 듣다' 부분)

이어 시인의 시선은 다시 현재의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뿌연 도심의 뉴스 전광판을 맴돌며 나는 밤늦도록 흐느껴" 울고('잠들어선 안 될 잠에 든 아이들'), 야만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제자들, 친구들을 구하려 한 선생님과 학생들('우리의 선장이 된 사람')을 호명한다.

시인이 오래도록 몸담은 직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그는 필연적으로 길을 잃고 서성인다. 그러면서 '너'라는 근원을 찾아 헤매는 시를 쓴다.

"나는 본다/어느 날은 트인 광장이었다가 어느 날은 거대한 분리대가 되고 어느 날은 고장 난 확성기가 되는 아니 그것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하는 광장의 불가해한 모습을/하여 나는 때때로 광장에서 길을 잃는다" ('2014년 여름, 광화문광장에서' 부분)

시인은 시집 앞머리 '시인의 말'에 이렇게 썼다.

"너는,/타자이면서 우리이다./시원이면서 궁극인 너는/끝내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타자이다./나는/흔들리며 흔들리며/다시 너에게로 간다.//우리이면서 타자인/너는 너무 멀리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
  • 책소개 5년 후 나에게 삶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1,825개의 하루를 선물하다!   가장 쉽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우리를 깊이 생각하게 하고, 하루하루 성장의 글을 쓰게 하는 『5년 후 나에게 Q&A A DAY』. 하루에 하나씩, 1년 동안 그 답을 기록할 수 있는 지혜롭고 영감에 찬 365개의 질문을 담아 바쁜 일상 속에서...
  • 2020-05-06
  • 올해는 로씨야 작가 체호브 탄생 160년이 되는 해이다. 소설가 겸 극작가인 체호브는 , 외 수많은 작품을 써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객관주의 문학론을 주장했고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대한 옳바른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저술활동을 벌렸다. , , 등 많은 희곡과 소설을 남겼다. 체호브는 로씨야 남부의 항도 타...
  • 2020-04-28
  • 90세 할머니가 1년간 쓴 일기, 소설 '체리토마토 파이' [오마이뉴스 김건숙 기자] 코로나19가 점점 확산되어 불안감도 함께 높아가고 있다. 지난 주에는 판소리 강습만 살짝 다녀오고 쭉 집에만 있었는데 이것마저 당분간 쉬기로 했다. 잔 할머니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는 작년 출간 때 예약 주문을 해서 4월...
  • 2020-03-11
  •  연변대학 조선언어문학학부 명사들의 이야기를 엮은 《와룡산의 소나무》  올해는 연변대학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연변대학의 기둥학과인 조문학부의 개설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와룡산의 소나무: 연변대학 조문학부 명사들의 이야기》라는 자그마한 책자를 내게 되였다. 장장 70년...
  • 2019-12-05
  • 장편소설《내 마음의 낯섦》 《내 마음의 낯섦》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아홉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스땀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혀온 오르한 파묵은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소설에서 이스땀불이라는 매혹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문화적으로 복잡한 이스땀불의 40년 현대사를 흥미로...
  • 2019-11-20
  • --취장암 확진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와의 10개월 투병생활을 글로 담아낸 책 현재 중앙민족대학 조문학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현철 박사가 《엄마의 온돌》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엄마’에 관한 내용이다. 김현철 박사는 이 책에서 엄마의 ‘평범하지만 평범하...
  • 2019-11-03
  • 80, 90후 조선족작가 작품집 출간에 즈음하여     리은실  80, 90후 세대의 조선족 청년작가 첫 작품집인 《담쟁이, 여름을 만나다》가 민족출판사에서 출판했다.   나는 책의 책임편집이기에 앞서 이 책의 저자들인 젊은 작가의 일원인지라 저자이기도 하면서 편집자이기도 한 흔치 않은 경험을 가지...
  • 2019-09-26
  • 사할린 잔류자들 현무암·파이차제 스베틀라나 지음|서재길 옮김 책과함께|328쪽|1만5000원 사할린에 사는 요시코(75) 할머니는 다섯 살 한겨울에 집에서 쫓겨났다. 그때 고열에 시달린 뒤 급격하게 시력이 악화됐다. 17세부터는 한 줄기 빛도 감지하지 못했다. 요시코는 사할린 조선인이다. 경상도 출신의 아버지...
  • 2019-08-04
  •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29년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였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을 하고 아들 파울로를 얻었지만,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했다. 올가는 이혼을 원했으나,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은 를 그렸던 피카소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다. 피카소는 올가와 20년 넘게 별거 생활을 하는 동안에 마리아 테...
  • 2019-07-06
  • '미투' 이후 달라진 것?…페미니즘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출간 [앵커] '82년생 김지영'을 기점으로 여성주의 소설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흐름을 이어갈 페미니즘 소설집이 출간됐는데요. 6명의 작가들은 한번쯤 들어본 여성들의 찝찝한 경험을 소설로 썼습니다.&n...
  • 2019-07-0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