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한 후배들 챙기고, 교민에 감사인사
"2001년 국가대표 시작해 최고참까지…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가지고 떠납니다"
31일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나자 차두리(35· FC서울)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쭈그리고 앉았다. 한국의 1대2 패배를 알리는 종료 휘슬은 그의 대표팀 은퇴를 의미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맏형답게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난 차두리는 손흥민 등 낙담한 후배 선수들을 일일이 일으키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선수단을 이끌고 '붉은 악마'와 교민들이 있는 응원석 앞으로 가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사진〉.
1―1에서 맞이한 연장전은 차두리의 위력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반 막판에 터진 손흥민의 동점골로 인해 대표팀에서 뛰는 시간을 30분 더 늘린 그는 양 팀 선수들이 지쳐 있는 가운데 마치 교체로 들어온 선수처럼 팔팔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팬들은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차두리 고마워'였다.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도 '차두리 고마워'의 열풍은 이어졌다.
차두리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선 대표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결승전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 다시 머리를 밀었던 차두리는 "부모님이 내 이름을 '하나(차두리의 누나 이름)'라고 짓지 않고 '두리'라고 지어 만날 2등만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차두리는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이란 곳은 특별한 곳이고, 특별한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깨닫고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온다면 대표팀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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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후배들과 찰칵… "마지막 축구여행 끝났다, 난 행복한 선수" -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축구 대표팀을 은퇴한 차두리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차두리는 대표팀 후배들과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나의 마지막 축구여행은 끝이 났다!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다!’라고 글을 올렸다. /차두리 트위터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 차두리의 대표팀 최종 기록은 A매치 75경기 4골. 2001년 11월 세네갈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월드컵 4강 신화(2002)와 원정 월드컵 첫 16강(2010), 27년 만의 아시안컵 준우승(2015) 등 대표팀이 이룬 굵직한 성과와 함께했다. 그는 "2001년 국가대표를 시작해 최고참이 돼 후배들이랑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며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가지고 대표팀을 떠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 극적 동점골 '에이스' 손흥민]
골 넣고 응원단에 "이길게요, 이길게요"
한국 아시안컵 100호골 주인공 됐지만… 4년전 아시안컵·작년 월드컵 이어 '눈물'
'울보' 손흥민(23·레버쿠젠)이 또 울었다. 2011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자 서럽게 울었던 팀의 막내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순간에도 유니폼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손흥민은 31일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1대2로 아깝게 패한 뒤 한참을 주저앉아 고개를 떨어뜨리고 울었다
〈사진〉. 두 볼까지 빨개진 그를 울리 슈틸리케(61· 독일) 대표팀 감독이 껴안아주며 위로했다.
여전히 그는 팀의 막내였지만 4년 전의 눈물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이번엔 '에이스'가 흘린 눈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동점 골로 주말 밤 한국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의 역대 아시안컵 통산 100호 골이었다. 그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붉은악마 응원단과 격렬하게 기쁨을 나눴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당시 손흥민이 "이길게요, 이길게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 초반 감기 증세로 고전했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두 골, 호주와의 결승전 한 골 등 중요한 토너먼트 무대에서 3골을 뽑아내며 이름값을 해냈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순간을 놓치지 않은 호주전 동점 골은 올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의 '클래스'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왜 또 울었느냐'는 질문에 "누가 봐도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 않느냐"며 "형들과 팬에게 정말 미안하다. 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에이스답게 이번 대회 내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결승전에서 호주 선수들은 럭비를 방불케 하는 거친 몸싸움으로 손흥민을 괴롭혔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프로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이겨내고 또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11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후반기 일정을 위해 곧 독일로 간다. 겨울 휴식기를 끝낸 분데스리가는 31일부터 18라운드에 돌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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