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균. 스포츠동아DB
행선지 보단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
수원 복귀 땐 더 성장한 모습 보여줄 것
“(오늘이) 슬픈 인터뷰가 아니죠. 전 내일을 위해 이곳에 왔으니까요.” 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 옌볜FC가 막바지 동계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경남 거제에서 2일 만난 공격수 하태균(28·사진)은 스포츠동아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렇게 말했다.
2007시즌 K리그 신인왕 출신의 하태균은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에서 옌볜으로 6개월간 임대됐다. 수원의 스페인 말라가 전훈을 모두 소화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물론 원하면 수원에 잔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1월 말 옌볜 측의 임대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축구선수로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펄떡펄떡 숨쉬고 있다는 걸 증명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6시즌 동안 수원에서 활약한 하태균은 2013년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상주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뒤 2014년 말 수원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환경은 여의치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이 공격진을 보강했다. 부상 때문에 재능과 기량을 온전히 펼쳐내지 못한 그로선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하태균은 결코 옌볜행을 후회하지 않았다. “행선지가 어디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짧은 만남 속에서도 그의 얼굴에선 단단한 각오가 엿보였다. 그는 “데뷔 첫 해를 제외하면 항상 절박했다. 도약을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수원으로 돌아갈 땐 한걸음 성숙한 날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조금은 낯선 선택이었다.
“준비를 잘하려 했지만 겨울 동안 (수원에) 계속 전력보강이 이뤄졌다.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수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때 옌볜 박태하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믿음을 느꼈다.”
-부상이 잦았다.
“2008년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 치료와 재활까지 1년이 필요했지만, 6개월 만에 복귀했다. 순전히 개인 욕심이었다. 몸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는데, 마음만 급했다. 이후 밸런스가 깨졌고, 제대로 뛰지 못했다.”
-수원에 서운함은 없나.
“전혀…. 오히려 내가 팀에 미안하다. 더욱이 입단 후 많은 선수들이 오가는 모습을 봤다. 서운할 틈도 없다. 그게 프로다.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당연히 받아들였다. 담담했다.”
-새 팀은 어떤가.
“(대부분 조선족 선수들이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서인지 그냥 국내팀에 온 것 같다. 순수하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적응이 편하다. 물론 본분은 잊지 않는다. 난 어디까지나 용병이다. 신뢰를 줘야 한다. 신망도 더 쌓아야 하고.”
-금세 ‘잊혀진 선수’가 됐다.
“맞다. 첫 시즌이 워낙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서인지 항상 조급했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경기 출전을 하면 안 다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건 변명일 뿐이다. 프로는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거다. 난 그러지 못했고.”
-군 복무 이후 2번째 변화인데.
“분분한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다. 중국행은 예전의 날 찾기 위함이 아니다. 난 스타가 아니다. 자신감을 찾고 싶다. 앞으로의 반년은 힐링캠프가 아닌 희망캠프, 도전캠프다.”
-자신의 상황이 아쉽지 않나.
“그냥 절박할 뿐이다. 슬프고, 아프거나 힘든 건 아니다. 어찌 보면 부상에도 계속 선수로서 필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포기할 수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려는 점에는 만족한다. 남의 이목을 신경 썼다면 그냥 수원에 남았을 거다. 슬픔 대신 미래를 위한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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