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라이브] 박태하, 수많은 러브콜에도 연변 남은 이유
[풋볼리스트=연길(중국)] 류청 기자= “손해? 그것도 내 팔자라”
박태하가 연변창바이산과 2년 재계약을 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쏟아진 러브콜에도 연변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연변 지휘봉을 잡은 박태하는 2015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썼다. 당시 연변은 3부(을급리그)로 내려가는 팀이었다. 다른 팀들이 징계를 받으면서 극적으로 2부(갑급리그)에 잔류했으니, 구단과 팬 모두 박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박 감독이 잔류를 바라던 이들에게 내민 성적표에는 우승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연변은 지난 24일 홈 경기장인 연길 인민운동장에서 후난시앙타오를 4-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앞둔 연변에는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었다.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와 팬들은 기자에게 “박 감독님은 남기로 했나?”라는 질문을 했다. 박 감독이 승격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도 거취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도 “정한 게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연변팬들은 “설마 떠나시겠나”라고 말하면서도 “가신다 해도 보내드릴 수 없다. 공항이라도 막겠다”라며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연변의 바람은 이뤄졌다. 박 감독은 후난을 꺾은 뒤 경기장에서 한 공식인터뷰에서 직접 잔류를 선언했다. 박 감독은 무표정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다 마지막에 “연변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연변을 떠날 수 없다”라고 했다. 조선족과 한족 기자 모두가 박 감독의 잔류선언에 박수를 보냈다. 눈물을 보인 기자도 있었다. 박 감독의 무표정은 노림수였다. 그는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물하려고 일부러 무표정하게 있었다”라며 웃었다.
”아까워서 떠날 수가 없었다”
박 감독은 24일 경기 하루 전인 23일 잔류를 결정했다.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길 바랐던 박 감독은 오히려 구단에 먼저 계약서 서명을 서두르자고 말했다. 재계약을 놓고 고심하던 박 감독이 결정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는 연변에 대한 애정이다. 사실 박 감독은 한국에 남겨둔 둘째 아들 때문에 걱정이 컸다. 축구를 하고 있는 중학생 아들 때문에 박 감독의 아내는 한국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박 감독에게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1년 동안 내가 팀을 만들었다. 이 친구들의 장점과 잠재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나다. 그런데 내가 1년 만에 떠난다면 내게도 손해다. 아까워서 떠날 수가 없었다.”
연변은 지난 시즌 최하위를 차지했고, 올 시즌에는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구성으로 보면 80%가 같다. 박 감독은 변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이 선수들이 가진 게 분명히 있다. 중국 최고의 무대인 슈퍼리그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코치생활은 오래했지만 감독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내년에 나도 진정한 시험을 치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슈퍼리그에 대한 매력도 박 감독을 연변에 묶은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슈퍼리그는 차원이 다른 투자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스벤 예란 에릭손, 그레고리오 만사노와 같은 세계적인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 감독은 “이런 세계적인 명장들과 대결할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요즘은 중국에 아무 감독이나 올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나도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라며 경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돈을 보고 움직이면 실패로 가는 거다”
박 감독을 향한 러브콜이 많았다. 올 시즌 중반부터 박 감독을 영입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팀이 한둘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연변에서 재계약 할 때 제시했던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 박 감독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는 “다른 팀으로 가면 돈을 얼마나 더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금전적인 보상은 여기서도 어느 정도 받았다. 돈을 최우선으로 보고 움직이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실패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의 신념은 연변과의 재계약 협상에서도 드러났다. 박 감독은 협상을 우승을 확정 짓기 전에 마무리했다. 협상은 자신이 가장 유리한 상황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우승 직전에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유는 2가지였다. 고민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시즌을 구상하길 바랐고, 돈을 따르는 것처럼 비춰지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상을) 질질 끌면 뭐하나. 돈 조금 더 받는 것은 무의미하다.”
박 감독의 지인들은 박 감독을 가리켜 “의리의 사나이”라고 한다. 선수생활을 은퇴할 때도 다른 팀에서 이적제의가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포항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박 감독의 말에 눈물을 흘린 팬도 많았다. 박 감독은 이번에도 내려놓으며 박수를 받았다. 그에게 “의리를 지키려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손해? 그것도 내 팔자라.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다음이미지가 보여집니다.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