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가람이 승대에게 왈: 임마.. 쎄게 차면 3점 버냐!
임마.. 쎄게 차면 3점 버냐
그것이 알고싶었다. 경기 끝나고 기자 인터뷰구역에 있다가 나오는 윤빛가람을 붙잡았다. 워낙 내성적인 친구라 평소에 인터뷰를 잘 받는 편이 아니였지만 기어이 붙잡아서 취재카메라앞에 세웠다.
<<아까 엉뎅이 걷어차서 일으켜세우면서 승대한테 뭐라 그랬어요?>>
피씩 웃더니 왈 <<임마, 쎄게 차면 3점 버냐고 했어요 ㅎ>>
누구보다 가람이가 아쉬웠을것이다.
경기 막판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완벽한 패스를 내줄때는 승대가 꼭 마무리를 잘해줄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을것이다. 하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승대가 허탈하게 날리자 가람이는 털썩 드러누웠다. 승대가 완벽한 기회를 날리고 바로 경기종료 휘슬이 울려서 아쉬움은 더욱 진했을것이다.
그래도 가람이가 먼저 일어나 승대한테 다가가더니 엉뎅이를 걷어차며 일으켜주었다.
가람이를 인터뷰 하는데 승대가 다가왔다. 힐끗 눈을 마주치더니 시선을 피한채 서둘러 빠져나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후 사진을 올린 내 위챗모멘트는 축구팬들의 댓글로 도배됐다. 장춘에 있는 한 후배녀석은 휴대폰을 박살냈다고 했고 휴대폰을 메치기직전에 리성을 되찾았다는 천진의 녀축구팬도 있었다. 티비에 맥주캔을 던졌다가 마누라한테 야단을 맞았다는 친구녀석이 제일 웃겼다. 그만큼 진한 아쉬움이 많기에 오늘 불면으로 밤을 하얗게 지샐 연변축구팬들이 많을것이다.
하지만 오늘 연변팀은 잘했다. 비록 늦긴 했지만 573분만에 드디여 시즌 첫골을 신고했고 거물들이 즐비한 강호를 상대로 대등하게 싸웠다. 라베치를 제치는 영춘이의 턴에서는 여유로움이 넘쳤고 스티브도 만점 활약으로 경기내내 상대가 과감하게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도록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선제실점 장면에서는 오늘도 운이 따르지 못했지만 동점골을 만든 장면에서는 연변팀 특유의 날카로움이 살았고 후반 막판 몰아치기로 상대의 혼을 쑥 빼놓았다.
경기후 박태하감독도 과감한 도박을 했다고 인정할만큼 파격적으로 나왔지만 오늘의 전술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빅팀을 상대로 선전했으니 오는 토요일 천진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충분히 승점을 노려볼만한것이다. 만약 다음 원정에서 천진태달을 잡는다면 다시 돌아오는 29일 홈에서는 이장수감독의 경질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장춘아태도 쉽게 잡을수 있을것이다. 간발의 차이란 원래 시간만 흐르면 금방 극복하고 따라잡을수 있는것이다. 조직력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연변팀은 분명 상승세를 타고있는 중이다.
오늘 문일이는 연분홍 진달래를 닮은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연변팀에도 봄이 옴을 알리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것이다. 분명 청신호다.
인터뷰 말미에 가람이가 이런 말을 했다. <<어떡해요, 아쉽지만 다시 시작해야죠 뭐 ㅎㅎㅎ>>
연변라지오TV방송국 최국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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