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일보] 축구의 고향 연변에 다가가다 4
지금 우리가 보는 ‘금원축구’에서 축구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노력으로 뭉친 ‘작은 팀’이 성과를 내는 일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그런 현실의 무게를 이겨낸 팀이 있었다. 바로 변강의 오지에 연고를 둔 연변팀이 그 주인공이다. 2015 중국축구 갑급리그에서 시즌 초반부터 새 바람을 몰고온 연변팀은 15년 만의 1부리그(슈퍼리그) 복귀, 50년 만의 전국 우승이라는 기가 막힌 신화를 쓰며 중국 축구무대에 우뚝 섰다. 과연 그 힘은 무엇이였을가?
◆‘행운의 녀신’은 결국 연변의 손 들어줘
굴욕의 2014년(2004년, 4년 만에 을급리그에서 갑급리그로 승격한 뒤 10년을 갑급 전장을 누비다가 이해 3라운드 앞당겨 을급리그로 강급)을 보낸 연변팀에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2015년 1월 31일 저녁 8시 2분, 중국축구협회 관변측 공식사이트에 최종조률을 거친 2015 갑급리그 참가구단 명단이 떴다. 그 속에 16번째로 연변장백산축구구락부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감독진을 포함해 선수단 전체, 구락구 임직원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서로서로 이 기쁜 소식을 지인들에게 전하느라 바빴다. 이 소식을 기다리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가슴을 졸여왔으며 이 일의 성사를 위해 축구결책층, 구락부 임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던가.
‘행운의 녀신’은 결국 연변의 손을 들어주었다. 광동일지천구단(2014 시즌중 섬서오주에 경영권 양도)이 로임체불 등 문제로 규정시일까지 중국축구협회에 리그참가 등록을 못해 자격을 박탈, 2014년 갑급리그 15위였던 성도천성팀이 보충되여야 하나 성도천성구단의 해산으로 연변장백산축구구락부가 그 명액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박태하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져
2015 시즌 연변팀의 우승 그리고 돌풍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언급되여야 할 사람은 박태하 감독이다. 연변팀은 시즌이 시작되기전까지 박태하 감독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졌으며 여기에 단단해진 조직력 그리고 뚜렷한 전술적인 색갈까지 더해졌다.
결국 연변팀은 보란듯이 초반부터 갑급리그 무대를 뒤흔들기 시작했고 박태하 감독의 지론이 ‘연변발 돌풍’의 중심이 됐다. 그는 시즌 내내 “상대가 누구든,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만의 축구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짧은 패스를 통한 경기운영 그리고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이 그가 말하는 ‘연변만의 축구’였다.
실제로 연변팀은 시즌중 어느 팀을 만나도 웅크리지 않았다. 하태균, 찰튼, 스티브 선수는 전방에서 상대수비를 흔들었고 배육문, 박세호, 손군, 리훈 선수는 중원과 전방을 넘나들며 공격을 전개했으며 강홍권, 오영춘 등 측면 수비수들도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힘을 보탰다. 꼴키퍼 지문일 선수를 비롯해 최민, 조명, 진효 등 수비선수들은 뒤문을 단단히 걸어잠갔다.
◆팀 돌풍의 원동력은 변화와 혁신이였다
2015 시즌 연변팀 돌풍의 원동력은 축구환경 변화와 팀 훈련의 혁신이였다. 꺼내기 싫은 기억이지만 박태하 감독 부임 직전 연변축구는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을급리그로 강등된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처럼 보인 것이 외국인 감독을 찾은 배경이기도 했다. 동계훈련을 통해 밑돌을 쌓던 박태하 감독의 지도방식이 베일을 벗으면서 조금씩 형태를 갖춰나갔다. 훈련에서는 연변사상 처음으로 기술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해 과학적이고도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박태하 감독은 시즌 시작전 구락부에 원정에서 가장 좋은 호텔은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편하게 쉬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호텔을 잡아달라고 했다. 휴식이 매우 중요하고 그게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의 요구를 주체육국 임종현 국장을 비롯한 연변축구결책층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선수들이 마음놓고 경기를 뛸 수 있도록 월급과 수당을 제때에 지불했다. 박태하 감독의 말처럼 3위1체(결책층+구락부+축구팀)가 잘 맞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축구팬과 연변인민, 시종일관 감독 신뢰
2015 시즌 박태하 감독은 시종일관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축구팬 그리고 연변인민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안았다. 배경은 그의 진정성이였다. 연변팀만이 아닌 ‘연변축구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박태하 감독의 모습이 사랑을 받은 원천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시즌 내내 홈장경기에는 매번 2만여명의 관중들이 운집해 선수단에 큰 힘을 가져다주었으며 ‘수박할머니’-리애신 로인, ‘맹인할머니’-김봉숙 로인 등 눈물겨운 사연의 축구팬들이 용솟음쳐나오기도 했다.
2015 시즌 조선족들이 집거해있는 도시에서의 원정경기 때면 ‘붉은 물결’을 감명깊게 볼 수 있었다. 수백명, 수천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 연변팀 관련 소식들을 속속 꿰고 있는 ‘해박함’에 그들이 그렇게 고맙고 멋질 수가 없었다. ‘축구의 고향’으로서의 연변의 면모를 과시한다는 점에서 타지역에 널려있는 우리 연변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고 위상에 걸맞은 축구팀 성적은 만족감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가 2015년에 일궈낸 성취는 결국 감독이 팀을 잘 만든 원인도 있었겠지만 연변축구 자체가 갖고 있는 실력(내포)이 뒤늦게 꽃을 피운 것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연변의 독특한 축구문화 그리고 연변 축구인들의 수십년의 피타는 노력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연변일보 리영수 리병천 김창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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