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작년보다 겨우 80만명↑… 풍족하게 자란 中 젊은 부부들
"집값·물가 비싸고 경쟁 치열… 자녀 하나 키우기에도 빠듯"
베이징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장(張)모씨는 지난 1월 아내가 둘째 아이를 낳은 뒤 15일간 유급 출산 휴가를 받았다. 6년 전인 2010년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3일밖에 쉬지 못했는데, 그사이 휴가 기간이 5배로 늘어났다.
2013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한 중국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남성들의 출산 휴가 기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두 자녀 출산이 가능해진 이후에도 출산율이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당근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인구가 1억명이 넘는 광둥성(省)은 지난달부터 남성에게 15일간의 출산 휴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중국 성·직할시급 지역 31곳 중 29곳이 출산 휴가를 기존보다 늘린 셈이 됐다. 15일 이상을 쉬도록 하는 성도 있다. 간쑤·허난·윈난성은 남성에게 30일간의 출산 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광시성과 내몽골·닝샤 회족 자치구 등도 남성 출산 휴가가 25일이다.
남성 출산 휴가를 늘리는 것은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43명이다. 국제적인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한 수치다.
중국은 1979년부터 실시해오던 한 자녀 정책을 2013년 말 폐지하고, 부부가 모두 독자(獨子)인 경우에 한해 두 자녀까지 낳게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올 1월부터는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시작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올 들어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았다. SCMP에 따르면 올 상반기 13개 지방 정부가 국가가 정한 여성 출산 휴가 규정 일수(98일)에 30~80일을 더하기로 했다. 산시(山西)성은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30일 휴가를 부여하고, 여성이 출산할 때는 158일간 출산 휴가를 주도록 했다. 상하이시도 지난 3월 출산 휴가 일수를 128일로 늘리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두 자녀 정책 도입으로 올 상반기 태어난 아기가 작년 동기에 비해 80만명이 늘었지만, 이는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이다. 중국 정부는 당초 올해 전체에 걸쳐 지난해보다 아이 250만명이 더 태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베이징대와 저장대 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의학전문지 '란셋'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1년간 두 자녀 정책이 미친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최소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20·30대 부부들은 정부의 출산 독려에 대해 "이미 자녀 하나로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 자녀 정책 기간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80년대 출생)' 세대로 비교적 풍족한 교육·경제 혜택을 받고 자랐다. 특히, 바링허우 세대 여성들은 학력이 높고 사회 진출도 활발해 출산을 꺼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중국의 집값과 물가가 많이 상승했고, 교육 환경과 취업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며 "맞벌이 부부가 한 자녀 키우기도 빠듯해 출산율이 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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