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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교역 적자 상황도 대비하고
중국 기업 실체를 인정, 협력 강화
아세안 등과 역내분업체계 추진을
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
우리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계속되고 있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명시적 경제제재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업계의 유기적 대응 노력이 절실하다. 금년이 중국과 수교한 지 만 25년 되는 해인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척 안타깝다. 올해를 경제교류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원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선, 대중(對中) 교역에서 언젠가는 균형 내지 적자가 되는 상황도 예상하고 대처해야 한다. 정부가 한때 교역 3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해 작년도에는 겨우 2000억달러를 넘었다. 교역 3000억달러 얘기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대중 수출감소폭이 수입감소폭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계속돼 앞으로 양국교역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일 교역이 그런 경로를 걸었다. 일본 소비재시장은 상당 부분 중국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한국의 대중 수지 흑자폭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일 교역패턴과 그 궤를 같이하리라는 것을 얘기해 준다.
대중 투자도 달라지고 있다. 투자액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건수로는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자연히 재중동포 숫자도 줄었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였다. 많은 토착기업이 철수한 다국적 기업체들을 인수해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을 받은 데다 해외의 우수 중국계 인력을 접목, 경쟁력을 급속히 신장시켰다. 중국의 창업열기가 무서운 기세로 가세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게 돼 버렸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만이 중국시장을 노크할 수 있다. 특히 우한이나, 청두 등 고속철도 교차지로 신실크로드 정책사업이 일어날 수 있는 몇 개 지역은 아직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국에 대한 중국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일부에서 중국의 외환위기를 우려하고 있지만 아직도 3조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배경으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양국 간에는 원·위안화 직거래 체제도 확립, 마음만 먹으면 투자도 쉬워졌다. 최근 우리은행 매각 시 안방보험이 지분을 인수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국 중산층의 지갑이 날로 두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 2013년 이후 많은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들 중산층의 구매력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2억5000만명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2015년 1만8000달러에서 2016년 2만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관광협회는 지난해 세계 관광객이 12억명에 달했고, 그중 중국인이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중국적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한국경제사》에서 정부정책이든, 기업의 전략이든 혁신적인 변화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결국 중국과의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개인 각자가 인식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당장 감소세로 돌아선 무역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 잘나가는 중국 업체들의 실체를 인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도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 등과의 3각협력을 통한 역내분업체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교 25년이 지난 현재, 훌쩍 커버린 중국을 정당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협력의 묘수를 찾을 수 있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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