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윷놀이 열기가 물씬 풍기는 사회구역활동실, 말을 움직이는 리옥선(83세)로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자식들을 외국에 내보내고 혼자 지내는 리옥선로인인지라 간만에 보는 그의 환한 웃음이 희한한듯 주변에서도 덩달아 들뜬 모습이다.
“설도 보름도 혼자 쓸쓸하게 보내려니 했는데 이렇게 다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들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오.”
오늘은 시간이 가는게 참 빠른것 같다는 리로인, 말하는 시간도 아까운듯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다시 윷놀이에 림한다.
“이 놀이의 이름이 도대체 무엇이오? 모두 엎어지면 좋은것이요?”
시끌벅적한 윷놀이판을 기웃거리며 집요하게 캐묻는 한족로인이 보인다. 사회구역 로인협회 활동에서 몇번 놀아봤지만 정확한 한어명칭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면서 놀이법을 되새기기에 여념없는 맹헌군(74세)로인이다.
“퇴직전에는 직장을 내 집이라고 생각했소. 이젠 사회구역이 내 집이요.”
즐길것도 많고 배울것도 많아서 특히 조선족들과 함께 하는 민속활동이 즐겁다는 맹로인이다.
혼자 사는 로인들에게 명절은 서럽다. 연길시 건공가두 장해사회구역 책임자는 “보름맞이 행사로 로인들의 쓸쓸함을 덜어주고 조선족 민속문화를 전파하는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이날 장해사회구역에서는 윷놀이뿐만아니라 오곡밥이며 고사리나물, 명태찜 등 민족음식을 마련해 수십명 로인들에게 명절의 즐거움을 선물했다
연변일보
글·사진 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