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고픈 생각이 든다. 퍽퍽한 삶에 부대끼며 쪼들려 살다보면 좋은 글귀에서 얻는 에너지가 그립다.
책 한권을 읽고싶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봐도 베스트셀러를 기웃거릴뿐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은 없다. 새해에는 독서계획을 빠짐없이 세우지만 업무에 치여 항상 뒤전이다. 설령 감동 깊게 읽은 책일지라도 함께 공유할 같은 독서취향을 가진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나와 책이 주는 감동을 함께 나누는 토론회가 있다.
소통의 부재속에서 살아가고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진솔하고 따뜻한 대화의 장을 열어가는 독서동호회 “이룸”을 소개하고저 한다.
▧ 회원간 생각을 나누며 다양한 시각에서 감정 공유
따뜻한 해살 그윽하던 지난 6월의 어느 한가한 일요일, 연변대학 맞은켠에 자리한 학사원의 어느 강의실, 7명이 모인 테블앞, 저저마다 보도 섀퍼의 《돈》이라는 책이 놓여져있다. 오늘의 토론을 맡게 된 한성건(26살)씨가 책에 대한 자신만의 리해를 이야기한다. 곧이어 너도나도 책이 주는 감동을 함께 공유한다. 각자 읽은 책의 내용중 인상이 깊었던 구절을 서로 나누면서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책에 대한 축약적인 느낌과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전혀 인연이 없던 이들이 책을 통해 하나로 이어진다. 책이 낳는 감정은 공유를 통해 더욱 살찐다.
이날 처음으로 독서토론회에 나선 김위군(21살, 학생)씨는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면 책의 감동이 배가 되고 대화속에 책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또 하나의 이야기가 써지는것을 경험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거의 매주 열리는 “이룸”의 독서모임에는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에서 3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책을 통해 서로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의 시간을 가진다. 언뜻 보면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데 이들은 독서모임은 책상앞을 벗어나 우리 민족의 력사가 담겨져있는 주변 지역 력사탐방까지 나선다.
▧ 독서로 “다름”을 리해하고 마음의 “치유” 얻는다
독서동호회의 시작은 단순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는것을 좋아했던 독서동호회 “이룸”의 운영자 김향단(27살, 직장인)은 지난해 한 모임에서 만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위챗을 통해 독서모임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여러명의 호응에 힘입어 동호회가 결성되였다. 현재 이 동호회에는 60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여있다. 회원들은 하는 일이 다르지만 분위기만큼은 오래된 동호회 못지 않게 화기애애하다.
김향단씨는 “회원 전체가 스스로 기획하고 만들어가기때문에 개개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예요. 몇몇이서 시작한 동호회였지만 지금은 60여명의 회원과 함께 하고있어요. 제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계속 이어오지도 않았겠죠. 지금은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즐기고있어요”라고 말한다.
동호회에 있는 모든 회원들은 다 개성이 뚜렷하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활동을 해도 그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과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그런 점을 토론으로 공유하면 “다름”을 리해할수 있고 자연스레 감정정리가 되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동호회 모임에 될수록 빠지지 않는다는 림연하(30살, 직장인)씨는 “요즘 소통이 부족한 시대라고 하잖아요. 저희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편하게 소통할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고싶어요”라고 전한다.
김향단씨는 “독서토론이라는것이 어려운게 아니예요. 친구와 책 하나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독서토론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많은분들이 책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어요”하고 덧붙인다.
올여름, 가슴속 여백을 채우는 “이룸”과 서로의 마음의 잔을 기울여보는건 어떨가?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