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길림성 화룡시에서 열리고 있는 ‘장백산 진달래 축제’에서 마주 친 물레방아가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아직 이르지만 드문드문 붉은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맨 위 사진). 축제장에서 이벤트로 벌어진 1000인 비빔밥 만들기(왼쪽 하단). 한국의 전통음식은 중국인들도 많이 좋아한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화룡시 시가지에서 눈에 띈 한국어 간판들. 화룡시가 조선족 자치구임을 알게 해준다. 화룡(중국)|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중국 화룡 ‘진달래축제’ 현장에 가다
기와집 100여채 들어선 진달래민속촌 볼거리
만주벌판의 이국적 풍광에 우리말 간판 눈길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는 백두산투어 등으로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연변의 관문인 연길, 가곡 ‘선구자’와 시인 윤동주의 고장 용정, 백두산여행 출발지 이도백하 등이 인기코스다. 하지만 연변에는 이밖에도 조선족의 소박한 정서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력 있는 도시들이 있다. 연길서 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만나는 화룡(和龍·허룽)이 대표적이다.
백두산 동쪽자락의 화룡은 인구 22만 명으로 1988년 시로 승격한 젊은 도시다. 중심가에서 택시 기본요금(5위안·약 880원)이면 대부분 이동할 정도로 작지만 우리말 간판과 표지판이 주는 친근함과 산과 평원이 어우러진 만주벌판의 이국적인 풍광을 함께 만날 수 있다.
● ‘장백산진달래 축제’와 진달래촌
요즘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화룡시가 지역 관광콘텐츠로 적극 내세우는 것이 ‘장백산진달래 국제문화관광축제’(이하 진달래축제)다. “지난해는 연인원 30만 명이 축제를 찾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화룡시 여유국 김송철 부국장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연변 최대의 문화축제로 2008년 시작해 2013년만 빼고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는 화룡시 외각 서성진의 진달래민속촌에서 24일 개막해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름처럼 연분홍으로 산자락을 물들이는 진달래가 축제의 상징이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저온 현상으로 예년보다 꽃망울이 늦게 터져 기대만큼의 꽃바다를 이루진 못했다. 하지만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며 문화공연과 전통 먹거리, 아기자기한 공예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보니 24일 개막식부터 행사장은 각지에서 온 인파로 북적거렸다.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진달래민속촌은 기와집 전통가옥 100여 채로 들어선 일종의 테마마을. 관광을 위해 개방한 일부를 제외한 93채는 순천 낙안읍성처럼 실제로 주민이 거주한다. 이곳에는 ‘원지’(元池)라는 브랜드로 지역에서 유명한 김치공장이 있는데 제조공정 견학과 공장 앞의 대형 배추조형물은 명물 중 하나이다.
● 친근함과 이국적 정취의 조화…실버투어 콘텐츠 개발 역점
진달래축제 못지않게 화룡시가 공을 들이는 것은 실버·에코 투어다. 화룡은 2015년 UN 산하 ‘노령사업과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로부터 ‘세계 장수의 고향’, ‘세계 노인들이 관광하기 좋은 도시’로 지정됐다. 중국에서는 화룡과 산둥성 비현 등 두 곳만 이 칭호를 받았다. ‘장수의 고향’답게 이곳 주민의 평균 예상수명은 79.12년에 달한다. 숲이 시 전체의 82.5%여서 중국에서도 공기가 맑기로 정평이 나 있고, 두만강 상류지역이라 수자원도 풍부해 자연생태 관광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도심도 작지만 신생도시답게 구획 정리가 반듯하게 잘 정돈돼 있다. 이곳 삶의 속살을 느껴볼 시티투어로는 재래시장이 제격이다. 풍부한 농산물과 시간을 살짝 뒤로 돌려놓은 듯 푸근한 느낌의 우리말 간판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애주가라면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백주 ‘화룡성연’(和龍盛宴)을 맛보는 것도 필수코스다.
화룡(중국) | 글·사진 김재범 전문기자
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