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당시 판매가는 2원… “근대문학 자료 최고 경매가”
월북 시인인 백석(白石·1912∼1996)의 시집 ‘사슴’ 초판본(사진)이 경매에서 7000만 원에 낙찰됐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경매회사 코베이에서 열린 경매에서 ‘사슴’은 5500만 원으로 출발해 7000만 원에 한 전문 수집가에게 낙찰됐다. 코베이 관계자는 “2011년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이 1700만 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사슴’ 낙찰가는 근대 문학 자료 중 최고가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36년 1월 20일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 한정판으로 찍은 이 시집의 초판본 가격은 당시 2원(圓)이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가즈랑 집’ ‘머루밤’ ‘절간의 소 이야기’ 등 33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저작 겸 발행자로 백석이 기재돼 있어 자비로 시집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낙찰된 시집 안에는 ‘이원조씨 백석’이라고 적혀 있어 백석이 이육사 시인의 동생인 문학평론가 이원조(1909∼1955)에게 직접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함께 유학한 두 사람은 세계 문학에 대해 자주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간 부수가 워낙 적어 윤동주 시인도 시집을 구하지 못해 도서관에서 필사를 했다고 한다.
‘사슴’ 초판본은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도서관 등에 7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05년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에 따르면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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