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편 ‘천국의 문’으로 대상 수상
“아버지 죽음 통한 생각들 담아”
김경욱씨
올해로 40회를 맞은 이상문학상에 중견 작가 김경욱(45)의 단편 ‘천국의 문’이 선정되었다.
이상문학상 심사위원회(권영민, 김성곤, 김인숙, 김종욱, 윤후명)는 13일 “‘천국의 문’에서 작가 김경욱씨가 보여준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의 구현, 시간의 능란한 구사와 서사 공간의 뼈대, 패러디의 감각과 그 주제의 새로운 해석 등을 높이 평가하여” 이 작품을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천국의 문’은 요양병원에서 치매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아버지의 죽음을 딸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한국의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과 병과 죽음, 가족공동체의 해체 등 여러 겹의 문제들을 한데 응축시켜 놓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낮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욱은 “몇년간 투병 끝에 작년 봄 돌아가신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이 작품에 담겼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금기시하면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립니다. 이번 생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든 이곳 삶을 연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요. 그 때문에 무언가 의미있는 죽음이 불가능합니다. 이 소설이 죽음에 대한 사회적·철학적 논의가 활발하게 오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목 ‘천국의 문’은 소설 속 요양병원 남자 간호사가 주인공 아버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따왔다. “우리 몸에 ‘천국의 문’이라는 혈이 있어서 그곳을 자극하면 고통 없이 편하게 생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인데 물론 제가 지어낸 이야기죠. 남자 간호사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시작이며 우리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처럼 죽음에 대해 사회적 통념과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싶었어요.”
김경욱은 “어떤 말은 그에 반대되는 말을 통해서 더 잘 이해되기도 하는데, 삶이 그렇다. 삶만 생각해서는 삶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기 어렵고 오히려 그 반대인 죽음을 같이 떠올릴 때 삶의 의미도 비로소 온전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교수로 일하는 그는 “제자의 신춘문예 당선을 축하하러 간 자리에서 신인들의 수상소감을 듣던 중 이상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초심을 잃지 말라는 애정 어린 채찍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상문학상 대상 상금은 3500만원이며 시상식은 올 11월중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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