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설 ‘사랑의 행로’ 6월 국내 출간… 英작가 알랭 드 보통
새 소설에서 사랑 이후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남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47)이 새 소설 ‘사랑의 행로’(가제·원제 ‘The Course of Love’·은행나무)를 선보인다. 영국에선 이달 말 나올 예정이고 국내에선 6월 출간 일정으로 번역 작업을 마쳤다. 그의 소설로는 1996년 작 ‘키스 앤드 텔’ 이후 20년 만이다. 또 기혼자의 외도를 다루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선 독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작가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의 작품을 통해 남녀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분석해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사랑의 행로’에도 남녀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이 나오고 이들이 사랑하긴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작가는 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러브스토리는 대개 ‘로맨스의 해피엔드’인데 내 소설은 ‘사랑해서 결혼한 뒤’부터 시작된다”고 밝혔다. 실제 소설은 열렬하게 사랑한 두 사람이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부부 생활 16년 차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다. 작가의 표현대로 “이혼도 하지 않고, 살인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지루하게 지속되는 러브스토리”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들처럼 이 부부는 서로 소리 지르고 비난하고 권태로워하며, 남편 라비는 심지어 불륜도 감행한다.
“많은 부부가 낭만적으로 사랑해 결혼하지만 실제 생활에선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부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해주고 싶었다. 현대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앞두고 완벽한 배우자를 구하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이때의 완벽한 사람이란,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데, 성(性)만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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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작가의 말이 이어진다. 그는 “이를테면 체리나무 아래에서 서로 말없이 걸으면서도 ‘통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결혼이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두 아들을 예로 들었다. “한 녀석은 차분하고 책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처럼. 그런데 다른 녀석은 시끄럽고 운동과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 나하고 전혀 다른. 내가 사랑하기 힘든 스타일이다.(웃음) 그런데 사랑하게 된다. 친구에게 이 얘길 했더니 그러더라. 진정한 사랑을 배우기 시작한 거라고.” 사랑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 같음이 아니라 다름을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이른바 한국의 N포 세대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그는 “경제 문제도 있겠지만 심리학적 문제도 크다”고 했다. 예전의 결혼이 아이를 낳아 같이 기르는 ‘남자사람’ 혹은 ‘여자사람’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결혼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연애소설 등에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완전하게 알 수 있는 솔메이트’를 보여주는데, 실제로 이런 사람은 없다”면서 “감정에 쏠리는 게 아니라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이것이 성숙한 사랑”이라고 말했다.
젊은 여성 독자들의 ‘팬심’을 배신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오히려 그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사랑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까지 꿰뚫어 알고 나서야 사랑에 대해 낙관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적인 소설이 아니냐는 질문에 작가는 “소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장르 아닌가”라면서 “결혼생활이 녹아 있는 건 아니다. 조금씩 들어가 있을 순 있겠지만”이라며 웃었다.
::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결혼의 철학’ ::
―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는 일은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문제가 된다.
― 실망스러운 삶을 수용할 정도로 강해질 때 결혼하기 적당한 때가 된다.
― ‘제 짝’의 진정한 표시는 완벽한 상보성(相補性)이라는 추상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차이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사랑의 행로’ 에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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