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부커상’ 수상 한강 필두로, 김연수-편혜영 등 해외계약 잇달아
다양하고 보편적 주제로 어필
한국문학 세계화의 축이 바뀐다.
그간 한국문학 해외 진출을 끌어온 시와 소설들은 ‘한국적인 것’이었다. 시인 고은과 소설가 이문열 황석영 씨 등을 중심으로 분단 등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 바탕을 둔 거대 서사와 리얼리즘에 기댄 작품들이 해외에 활발하게 소개됐다.
한강 씨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에서 확인되듯 최근 번역 출판되는 한국문학들은 과거와 달라졌다. 우선 작가들의 연배가 젊어졌다. 한 씨(46)를 비롯해 장편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김연수 씨(46),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이 올해 미국에서 나온 김중혁 씨(45)가 그렇다. 김애란 씨(36)의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프랑스에 이어 독일에서 출간될 예정이고, 편혜영 씨(44)의 장편 ‘재와 빨강’ ‘홀’은 최근 북미 판권 계약이 체결됐다.
변화는 이뿐 아니다. 편혜영 김애란 씨를 비롯해 올해 프랑스에서 시집 3권이 나오는 김혜순 시인, 장편 ‘7년의 밤’이 유럽에서 잇달아 출간되는 정유정 씨 등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한강 씨의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배수아 황정은 씨의 소설에 관심을 보였다. 남성 작가의 작품 위주로 해외에 소개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한국문학의 번역 출판을 지원해온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는 “과거 우리 문학 자체가 불행했던 근대사에 뿌리를 둔 텍스트가 많았고 이런 작품들이 다수 번역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구 사람들에게는 ‘한국 작가의 텍스트는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그랬던 것이 “근대사로부터 자유로워진 젊은 작가들이 보편적 주제를 담고 쓴 작품들이 해외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판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세대가 젊다는 것도 변화의 근거다. 한국 작가의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에 따르면 영미권과 유럽의 경우 20대 중반∼40대 중반 여성들, 동남아의 경우 10대 중반에서 30대 초중반 독자들이 독서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작품을 판매할 때 해외 시장에서 눈길을 끌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며 “해외 독자들이 자신과 동떨어진 주제보다는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데 주목하게 된다”고 했다. 해외의 젊은 독자들이 한국적 특수성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얘기다.
한국문학 세계화의 세대교체에 대해 이광호 서울예대 교수는 “세계 시장에 한국문학의 다양성을 인식시키고, ‘한강 신드롬’에서 보듯 국내 독서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문법과 상상력을 가진 젊은 작가와 시인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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