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작가로는 처음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금희씨.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현재 창춘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창비 제공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경계인의 자리서 소설 미학” 評
조선족 작가로선 첫 수상 영예
“이해받지 못하는 심리적 약자”
탈북자ㆍ조선족 정체성에 천착
섬세한 묘사ㆍ풍부한 어휘 호평
중국 조선족 작가 금희(37)의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이 올해 백신애문학상을 받은 데 이어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신동엽문학상을 운영하는 창비 출판사는 8일 금희 작가의 수상 소식을 알리며 “(심사위원회가)경계인의 자리에서 소설의 고전적 미학을 펼쳐 보이는 금희 소설집을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흔쾌히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금희 작가는 옌지(延吉)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하다가 2007년 단편소설 ‘개불’로 ‘연변문학’에서 주관하는 윤동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자 한국에서 출간된 첫 책이다. 작가는 2013년 탈북자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창비 출판사에 투고해 이듬해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작품이 실리면서 한국 문단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해 11월 책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작가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체류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22세에 결혼한 작가는 2002년 중국에 시장경제 바람이 불면서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의 위상이 낮아지자 기회를 찾아 남편과 함께 한국 땅에 왔다. 그러나 “식당 서빙이나 청소 같은 밑바닥 일” 외에는 일거리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2004년 원래 살던 창춘(長春)시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에는 탈북자와 조선족 간의 묘한 상하 관계,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갈등이 그려진다. ‘옥화’에는 굶주림을 피해 두만강을 헤엄쳐 조선족 사회로 흘러 들어온 ‘여자’가 조선족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눈엣가시 취급을 받는 모습이 나온다. 교인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돈을 빌리고 일자리를 알아봐줘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여자’를 한심하게 보는 조선족들을 통해 작가는 남한에서 일하는 조선족과 한국인 간의 관계를 거울처럼 비춘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눈엔 고마워하지 않는 그들(조선족, 탈북자)이 뻔뻔해 보이지만 그건 체제 탓이 크다”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겐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한테 주는 게 당연한 건데 사람 마음이 그런 것까지 이해해주고 싶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정, 학교, 민족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해 받지 못하는 심리적 약자들”에 주목하는 그의 작품은 국내 문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라는 점 외에도 섬세한 심리 묘사와 풍부한 조선어 어휘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을 “조선어로 작품 쓰는 마지막 세대”라고 소개하는 작가는 조선족들 사이에서도 조선어가 사라지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제 조선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조선어 작품을 싣는 문예지도 3, 4개로 줄어 소설을 발표할 무대가 사라지고 있다.” 작가는 “소설 쓰기를 그만 두고 싶을 때마다 이 사실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덧붙였다. 금희 작가가 집필 중인 다음 작품은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실릴 예정이다.
신동엽문학상은 창비와 신동엽 시인의 유족이 공동 제정한 상으로, 등단 10년 이하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작가의 최근 3년간 한국어로 된 작품에 시상한다. 올해 시 부문에는 안희연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가 뽑혔다. 상금은 각각 1,000만원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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